|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워싱턴사과) 날 짜 (Date): 1999년 1월 8일 금요일 오후 04시 08분 01초 제 목(Title): 뉴스+/정부의 낙하산 인사 또 낙하산“YS랑 똑같아” 한미은행장도 정부가 내정 "지난해에 기울인 개혁 노력은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드웨어 교체가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소프트웨어가 양질의 소프트웨어로 교체돼야 한다. 이 시점에서 최우선적으로 교체돼야 할 소프트웨어는 금융관행이다. 그동안 낙후됐던 금융관행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다른 부문의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금융감독원 스스로가 솔선수범해 다시 태어남으로써 금융시장에 과거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재정경제원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으로 출범한 통합금융감독원의 이헌재 원장이 1월2일 시무식에서 밝힌, 올해 금융계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이자 방향이다. 이원장이 제기한 방향성은 옳다. IMF사태 발발 이후 우리나라 금융계는 외국 언론이나 학계로부터 "한국의 은행은 주술사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뱅크"(미국 보스턴대학의 에드워드 케인교수) "한국 은행경영진은 정부보호 아래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 정치권이 지정하는 곳에 대출해주고 적당히 보장된 이자를 받으며 정치인들과 골프나 치고 안주했던 자들"(미국 MIT대학의 돈 부시 교수)이라는 굴욕적 힐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64조원대의 천문학적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구조조정으로 다시 태어난 금융기관들인만큼 다시는 과거와 같은 '관치금융' '정치금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금융관행을 혁신하고, 금융감독원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백번 맞는 지적이다. ------------------------------------------------------------------------------- - “관치금융 배제”말뿐…노골적 인사개입 ------------------------------------------------------------------------------- -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 경제부처나 금융계 인사과정에 드러난 각종 불협화음을 목격하면서 과연 앞으로 우리 금융산업이 새로 태어날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작년말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는 초대 한빛은행장이 누가 될 것인가였다. 상업, 한일은행이 합병해 출범하는 한빛은행은 11월말 현재 자산이 119조3363억원, 직원수 1만1500여명, 지점수 790개 등에서 알수 있듯 앞으로 국내금융을 이끌어갈 간판 선도은행이다. 더욱이 한빛은행은 5대재벌 은행여신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구조조정 야전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게 확실시된다. 그런 만큼 초대 한빛은행장 선정작업은 처음부터 금융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그 결과 사내 조직과 정치적 백그라운드 등을 앞세워 거세게 '행장 운동'을 폈던 배찬병 상업은행장과 신동혁한일은행장을 모두 물리치고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외부인사 김진만 한미은행장을 선임한 정부결정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그러나 그 이후 발생했다. 김행장의 선임으로 공석이 된 한미은행장 후임으로 신동혁한일은행장과 재정경제부 1급 U모씨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한미은행은 98년 IMF위기상황 하에서도 흑자를 낸 4개 우량은행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정부공적자금은 단 한푼도 투입되지 않았고, 더욱이 미국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삼성, 대우 등 3개 주주가 각각 16.8%의 지분을 골고루 나눠갖고 있어 정부의 인사개입은 애당초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신동혁 한일은행장은 한미은행장으로 이미 내정됐고, 배찬병 상업은행장은 앞으로 강원은행과 합병될 조흥은행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낙하산 인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한미은행 직원들은 "순수민간은행인 한미은행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은 명명백백한 관치금융 부활 시도"라며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도높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반발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지지성명을 발표하며 한미은행 직원들 편에 섰다. 그러나 정부는 여론을 개의치 않았다. 정부는 대주주중 하나인 삼성을 통해 신동혁행장을 행장후보로 추천하도록 요구했고, 지난 12월29일 저녁 삼성과 대우측 비상임이사 6명은 극비리에 시내 모호텔에서 행장추천위원회를 열어 신행장을 한미은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지난 12월18일 김진만 한미은행장을 한빛은행장에 내정하는 과정에서 호남정치세력이 밀었던 신동혁 한일은행장(광주일고 출신)을 한미은행장 후임에 내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충청권에서 밀었던 배찬병행장(대전고 출신)도 조흥은행장으로 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냉소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설마하며 정부의 관치금융 배제 공약을 믿었으나 한미은행장 인사를 보며 마지막 환상을 버렸다"며 "올 하반기 총선국면이 도래하면 과연 은행이 얼마나 정치금융, 관치금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탄식했다. 이같은 금융계의 대정부 불신감은 연말연초 과천 정부청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재경부 인사전쟁을 보면서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재경부는 1급 이상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 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한달여동안 복잡한 짜집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은행들이 과거 금융부실의 책임을 물어 임원들을 무더기로 퇴진시킨 것과 대조적으로, 재경부는 이들 1급이 재경부를 떠나더라도 단 한명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산하 출자기관과 국책은행, 금융관련 협회 등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 - 재경부 산하 출자기관-협회 '인사 회오리' ------------------------------------------------------------------------------- - 그 결과 최근 윤곽이 드러난 인사는 과거 관치금융시절 인사의 리바이벌이었다. 예컨대 예금보험공사에 남궁훈 세제실장을 내보내는 대신에 재무부출신의 박종석 예금보험공사사장은 투자신탁협회장으로 내보내고, 정재룡 재경부차관보를 성업공사사장으로 내보내기 위해 기획예산위출신의 문헌상 성업공사사장을 종합금융협회회장으로 내밀었다. 이밖에 재경부 정모국장은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산업은행 감사로도 재경부 모국장이 내정되고, 윤모씨는 ADB(아시아개발은행)이사로 내정되는 등 재경부 산하의 모든 출자기관과 협회가 연쇄인사 회오리에 휘말려 들어갔다. 여기에다 앞으로 어느 집단보다 독립적이어야 할 통합금융감독원에조차 제2인자 수석부원장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출신의 이정재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영입되는가 하면, 대형은행의 경영을 감독할 제1심의관으로 IMF사태 발발 당시 재경원 은행과장이던 이모씨(국방대학원 연수)가 내정되는 등 경제부처 및 금융당국의 인사 파행은 극에 달했다. 당연히 이같은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규성 재경부장관은 "모두가 능력있는 관료들이기 때문"이라는 공허한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금융계에서 "IMF사태 발발의 책임이 재경부 등 경제관료들에게는 전혀 없고 은행에게만 있단 말인가"라고 항변했으나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정부는 과거에 효력을 발휘했던 관료주의를 이제 버려야 한다. 관료주의를 없애야만 한국의 자산인 높은 교육수준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경제토양을 구축할 수 있다. 관료체제는 어렵겠지만 꼭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일본경제를 죽인 것은 대장성이고 현재도 죽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관료체제는 이제 필요없는 조직이다." 미국 MIT대학의 돈 부시교수가 연전에 방한해서 했던 충고다. 이같은 조언을 듣지 않더라도 우리는 IMF사태를 경험하며 관료주의의 한계와 폐단을 체험했다. 그러나 이제 IMF발발 1주년이 지나자마자 다시 관료주의의 부활 움직임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과연 한국경제의 미래는 있는 것인가. 박태견/ 문화일보 경제부 기자 ------------------------------------------------------------------------------- - Copyright(c) 1999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donga.com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