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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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8월10일(수) 03시32분15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사설 학생운동에 당부한다 


  학생운동에 당부한다

   우리나라의 학생운동은 학생을 위한 학생의 운동만은 아니었다. 역사적
  으로 그것은 정치운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학생운동의 이런 전통
  은 제삼자의 관점에서 찬반의 요소를 함께 지닌다. 학업에 쏟아야 할 시 
  간과 정력을 학업 밖의 일로 허비하는 아쉬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독 
  재정권이 민중의 자유와 정의를 압살할 때 누구보다 먼저 저항의 깃발을 
  올린 참으로 장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들의 치열한 투쟁과 희생을  
  빼놓고는 우리 현대사의 기술이 어려울 만큼 그들이 세운 공로는 역사와 
  현실에서 찬연하게 빛난다. 현재 이 나라 학생운동의 최대 조직인 한국대
  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비롯한 각급 학생운동이 지금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외부적으로는 공안정국의 탄압 속에 보수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진로 설정과 조직 문제를 둘러싸고 적
  지않은 혼선을 빚는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이 그들의 특권인 
  용기와 지혜로 이런 난관을 잘 극복하기를 기대하면서 한두 마디 당부의 
 말을 전하려고 한다.

   먼저 학생운동이 갖는 정치적 관심사와 그것의 표출방식에 관한 문제이
  다. 한 보기로 학생들이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재결합에 뜨거운 열 
  정을 지니고, 그 연장선상에서 주체사상을 비롯한 북한의 통치 이념에 상
  당한 관심을 기울였으리라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사회 일각의 반공 
  히스테리와 민족 분열의 작태가 오히려 학생들의 관심을 그 방면으로 유 
  도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문제이며, 다수 국민의 정서가 용납하지 않는
  대상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학문적 관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신
  중하지 못한 행동이다. 더욱이 학생운동의 노선 정립이나 투쟁 수단과 관
  련하여 자꾸 주체사상을 거론한다면, 실정법의 개입은 말할 것도 없으려 
  니와 주위의 오해마저 피하기 힘들다. 시대가 변했으니 학생운동도 변해 
  야 한다는 따위의 상투적인 충고를 곁들일 마음은 없으나, 무엇보다도 ` 
  학생 대중'의 의사를 간과한 채 어느 한 방향으로 운동을 이끌어가는 방 

  식은 고쳐야 옳다는 생각이다.

   한총련 밖으로부터의 비판은 물론이고, 한총련 안에서도 지금 다양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판과 견제는 민주사회의 근본  편 격작 특히 학 
  생운동에서 그것은 한껏 권장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가지 걱
  정스러운 일은 그런 움직임이 다양성을 넘어서, 자칫 분열로까지 이어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차피 학생운동이 배우는 과정에서의 과도적인 `실
  습'인데, 그로 인해 운동 내부에 불신과 불화의 골이 파여서는 안된다.  
  우선은 최근의 공안적 사회 분위기를 힘을 합쳐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현실적 필요 때문에, 더 멀리는 이 사회가 학생의 참여를 거절할 만큼 충
  분히 성숙할 때까지, 그들은 잠재적인 정치세력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 
  다. 분열이란 이런 힘을 반감시키는 빌미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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