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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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7월29일(금) 04시43분55초 KDT
제 목(Title): [조선] < 아침논단 > `운동' 인지 `암약' �


제목 : < 아침논단 > `운동' 인지 `암약' 인지...이 문 열

    김일성의 죄과를 따질때 흔히 동족상잔의 전범이란 점을 맨 앞에 놓는
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그처럼 벗어나기 쉬운 혐의도 없을 듯하다. 정
치가에게는 권력확장의 야심이란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상황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동족의 반대자를 쓸어버릴 전쟁을 계획할 수도 있다.

    초강국인 소련이 지원을 약속하고  불리할 때의 담보는 대륙통일의 여
세를 몰아 한창 기고만장해 있던 중공이 한다지 않는가.  거기다가 남로당
계열의 보고는  이남의 인민들도 한결같이  해방전쟁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이쪽 저쪽 다소간의 희생이야 따르겠지만 그것은 민족통일의 대의로 상
쇄할 수 있을 터.  꼭 김일성이 아니더라도 그런 식의 자기방어 논리는 얼
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고 누구도 그 논리를 쉽게 반박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어쩌면 전범으로서의 죄과부분은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
과론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 전쟁에 이겨 적화통일을 완수했다면 위대한
결단으로 칭송받았을 수도 있다.

   진실로 용서받지 못할 김일성의 죄과는 오히려 그의 사후에 드러났다.

   그의 동상앞에 몰려와 울부짖던 수백만의 북한 인민은 바로 그 모골 송
연한 죄악의 증인들이다. 어찌 인간이 인간에게 그럴 수 있는가. 20세기도
몇년 남지 않은 이런 시대에, 한마디로 요새같은 대명천지에 어찌 한 인간
이 수천만의 동족을 그토록 바보로 만들어 놓을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그
토록 인간이 인간을 모욕할 수 있는가.

    또 있다.  혈통에 따른 권력의 세습은 절대왕정의 몰락과 함께 사라졌
다.  요즘도 더러 왕위계승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이미 권력과는
상관없는 명목상의 왕가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전통적 축제에 지나지 않는

다.

    아프리카 오지나 남태평양 외진 섬의 추장을 빼면 우리 세기에서 왕가
가 아니면서도 실제적인 권력의 부자세습이 있었던 예는 장개석-장경국 부
자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예가
몇십년이 지난 뒤에 추가되었다. 몇푼 안되는 부의 세습도 말썽많고 탈 많
은 이런 세상에.

    그뿐인가.  김일성의 죽음을 통해 살펴본 그 후계자의행태도 우리에게
결코 밝은 예감을 주지 못했다.  미라를 만든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그래
도 영혼불멸이라든가 부활에 대한 소박하나 경건한 믿음 같은 것이라도 있
었다.

      그러나 실로 수천년만에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부활된 현대의 미라는
오직 권력계승자를 위한 정치적 장치로서 활용될 뿐이다. 스탈린이 레닌의
현대판 미라를 만들었을때, 우리는 그들의 비정한 권력의지에 얼마나 전율

했던가.

      그런데 그 모든것을 매일같이 신문-방송에서 보고 들은 남한사회 일
각에서 북한에서와 못지않게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언필칭 지성의 전당이
요, 자유정신과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에서 김일성 애도 파
동이 빚어진 것이다.  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북한 방송이나 노동신문에
다름없는 추도사와 함께 분향소까지 차려진 곳도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런 일이 무식하면서도 반복된 세뇌교육을 받아온 대중 사이에서
일어났거나, 펼 수도 휠수도 없게 뒤틀려버린 소외계층 가운데서 일어났다
면 그토록 한심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에 대해 들
은 바 없고 시대의 도도한 조류에 대해 아는 바 없는 집단에서였더라도 그
처럼 아연하게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우리를 더욱 실망스럽고 서글프게까지 만드는 것은 처음 그
일이 문제가 되었을때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당국의 조작으로 뒤집어

씌우는 그 수법은 닳고 닳은 어른들의 정치마당에서도 삼류들이나 하는 짓
이다.

   어떤 용기있는 대학총장이 그들의 배후를 거론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런
그들의 좀스럽고 천박함을 더 보고 있을 수 없어서였으리란 짐작까지 든다
.

   이쯤 되면 이제 이나라의 학생운동도 갈데까지 간 셈이다. 솔직히 운동
인지 암약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제 그들은 극소수로 전락했으나 숫자만보고 안심할 수는 없
다.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알고 권력의 분배와 승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주의깊게 살피는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격리방안이 마련되어
야겠다. 북한의 권력집단이 남한에 대해 품고있는 어림없는 환상에서 벗어
나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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