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 날 짜 (Date): 1998년 10월 3일 토요일 오후 12시 25분 23초 제 목(Title): 언론보다 전문 직업인 집단이 더 문제다 <인물과 사상 9월호에서> 언론보다 전문 직업인 집단이 더 문제다 /위택환(컴퓨터 통신) 수구 언론의 보급로 언론보다 더욱 힘있고 베일에 싸인 성역이 있다. 전문 직업인 집단이다. 사실 언론은 재벌과 전문직 업자의 떡고물을 받아먹는 기생충일 뿐이다. 전문직 업자의 폭리 독점 구조라는 물이 말라야 수구 언론이란 고기가 죽는다. 언론은 [인물과 사상] 의 눈에는 성역과 금기의 영역이며 주공격 대상이다. 물론 언론사, 언론 종사자의 속성과 역량에 따라 국민의 의식 수준은 높아질 수도 있고 우민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이 무지하거나, 사회 구성원을 우민화시켜야 사회경제적 폭리를 얻을 수 있는 기득권 집단이 존재하는 한, 성역과 금기는 철옹성을 유지할 것이고 [인물과 사상] 은 기득권의 풍차를 향해 저돌적으로 덤벼들다 낙마하는 돈키호테가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 한국 언론이 기득권 집단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거나 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언론업자들이 입에 풀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한겨레조차 기사에서는 수구 세력과 독점재벌을 난도질하지만 회사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진보와는 정반대인 수구 정당, 독점재벌, 고리대금업자, 심지어는 무속업자의 광고를 게재해야 겨우 버텨 나간다. 사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개혁을 외치는 시민운동도 사실 벼락출세를 꿈꾸거나 권력 집단에 끼어들고자 하는 정치 지망생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인물과 사상] 이 우군이라고 생각해 증정본을 보낸 인사들이 구독 신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공짜를 당연시하며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인 행태가 한국 지식사회의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식인도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시민의 경제적 지원,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도 한국 사회의 여건상 무리다. 사실 한국 사회에는 서구와 같은 시민의식보다는 힘없는 민초라는 왕조 시대의 서민의식이 기본 정서를 이루고 있다. 한 민중사회학자는 강남의 아파트에 살면서 자녀는 모두 미국 시민이며, 어느 민중신학자의 아내는 남편의 노후에 대비해 부동산 투자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게 한국의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롭게 사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민중을 대상으로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이 부유함과 안락함 속에서 민중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한국의 민주·민중운동이란 것이 시민의 지지보다는 미국 독일 등 서방 국가의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해 온 상태에서, 민중운동의 핵심 이데올로그를 자처했던 이들이 부르주아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민중과의 관계 절연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오늘날 수구 언론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해 주는 보급로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언론 개혁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문 직업인 집단의 독과점과 폭리 거의 모든 시장이 소비자의 감시를 받고 있다. 제품을 공급하는 업자(생산자)는,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라도 소비자를 상전으로 대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하지만 IMF 시대에도 독과점과 폭리를 여전히 누리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큰소리치는 생산자가 있다. 이들의 상품은 투하 자본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반면 엄청난 폭리를 보장한다. 이들은 상품을 팔아 돈을 챙기는 경제 행위자요 상인이면서, 아닌 것처럼 점잔을 떤다. 소비자로부터 비싼 물건값을 받으면서도 큰소리치고 존경을 받으며 품위까지 유지한다. 대한민국이 생긴 지 50년이 되도록 이들에 대한 적정한 과세 기준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이들은 단 한 차례도 사정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들이 바로 법률업자(변호사 판사 검사)를 비롯한 세무업자 의료업자 등 전문직 업자군이다. 언론업자는 그래도 [인물과 사상] 의 찰거머리 같은 감시와 비판을 받는 데다, 동종 업체끼리의 과당 경쟁, 상호 감시 견제 비난이 이뤄져 날이 갈수록 대놓고 원색적인 전횡을 부리지 못한다. 더욱이 신문 시장은 워낙 공급 과잉이다 보니 생산 원가를 밑도는 상품을 판매한다. 대부분 밑지는 장사라 앞으로 문닫는 신문사가 속출할 것이다. 수백 명의 기자가 몰려 만든 신문 한 부는 고작 3백∼4백 원밖에 안 된다. 그것도 아침 일찍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천여 명의 배달 사원이 제 시간에 배달해야 겨우 8천원의 구독료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받는다. 언론은 한국 사회에 폐해와 해독도 끼쳤지만 정보의 대중화, 신속화, 저렴화란 측면에선 일정 부분 기여했다. 신문이나 방송은 외신 기사 몇줄, 사진 한 장을 전송하기 위해 한해 수억 원을 지출해야 유지되는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으며, 별볼일없는 소설 나부랭이도 1년 동안 4천만∼5천만 원을 작가에게 지불해야 겨우 게재할 수 있다. 정보화 사회다 뭐다 해서 요즘에는 막대한 돈을 들여 공짜로 독자에게 인터넷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막말로 말해 목돈 들여 푼돈 챙기는 장사가 언론, 특히 신문이다. 반면 민사 재판을 보자. 몇 시간을 걸려 법원에 들어서면 재판 시간은 기껏해야 10여 분이다. 이에 비해 변호사 한 사람이 챙기는 수임료는 건당 최소한 수백만 원 이상이다. 패소한다고 해도 수임료는 되돌려지지도 않으며 성공할 경우 성공 보수란 웃돈까지 받는다. 보통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재판은 미뤄지기 일쑤지만, 선임된 재판은 변호사가 입장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일반인들은 재판을 받기 위해 하루 일과를 완전히 허비하는 반면,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되고 변호사는 시간에 관계없이 법정을 출입해도 된다. 수백 명의 기자가 날밤 새워 가며 공급하는 신문 한 부가 변호사 한 사람의 노동가치보다도 못하다는 얘기다. 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언론업자는 변호사에 비해 생산성도 부가가치도 떨어지는 형편없는 직업인 셈이다. 전문 직업인 집단의 `침묵의 카르텔' 이처럼 언론업자와 법률업자 사이의 이익 편차가 하늘과 땅인데도 법률업자는 비판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활개치고 있다. 판·검사의 비리는 아예 기소를 않거나 기소하더라도 경범죄보다도 가볍게 취급한다. 물론 한국 사회의 법률업자 모두가 폭리를 취하고 탈세를 저지른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허술한 한국 사회의 여건상 법률업자가 폭리를 취하겠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난질을 칠 수 있기에 법률업자의 횡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전문업자 집단은 엄청난 지식 유통 차익을 챙기는 개혁의 걸림돌이다.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인물과 사상] 은 언론인에 대한 특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업자 집단은 언론에 비해서도 비판과 감시를 거의 받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제 몫을 챙기는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는 성역이자 철밥그릇이다. [인물과 사상] 은 기자의 취재 수당에 대한 면세까지 예로 들면서, 언론에 대한 특혜를 곰상궂게도 열거하고 있다. 20만원의 면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 탈세가 이들 집단 때문에 이뤄지고 있고 국민의 소득이 이들 집단에 터무니없이 새나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감시 통제 장치 하나 없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물론 언론이 전문가 집단에 비해 챙기는 이익이 적다고 해서 언론에 대한 초법적 특혜를 합리화할 순 없다. 법률업이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업종일지라도 사회의 소득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폭리를 취한다면 이에 대한 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법률업자 하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소수 업자도 통제하지 못하는데 공룡 재벌을 어떻게 빅딜시켜 개혁, 구조 조정하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언론업자의 촌지, 떡고물은 얼마 전 8급 세무 공무원 부인의 뇌물노트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이다. 이 세무 모리배의 부인은 8년만에 10억 원 마련을 목표로 삼았다. 전문가 집단이 국민으로서 세금을 얼마나 낼까 하는 언론의 시도조차 세무 당국은 사생활 보호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했다가 재산 형성에 문제가 있어 한 달도 못 돼 그만 둔 박양실씨의 연 평균 소득 신고액은 1천여만 원이었다. 대형 산부인과 병원 업주의 소득이 대졸 회사원의 초임 급여보다도 못하다고 신고해도 통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환자들에게 돈 받고 서비스를 하는 상술인데도 의료업자는 공짜로 시혜를 베푸는 인술인 양 생색을 내고 있다. 병원비의 카드 결제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앞으로 하겠다고 최근에야 의료업계는 밝혔다. 그 동안 목에 힘주고 편한 장사를 해 왔다는 얘기다. 또 법률업자들은 무료 변론 운운하며 생색을 톡톡히 내고 있다. 양심 세력을 대변한다는 인권 변호사들도 재산 공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감사원장 서리 한승헌의 신고 재산은 8억 8천만 원이었다. 자식들의 재산은 고지 거부했다. 재야 운동가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진다. 양심 변호사란 사람들도 의정부 변호사 비리에 대해 자정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았다. 사회 정의에 대해서는 핏대를 올려 대며 열변을 토하던 법조인들도 자신의 소득 감소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운동권 출신 변호사도 이제는 적잖은데, 법조 비리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언론은 전문 직업인 집단의 기생 집단 머리 나쁜 강·절도범들은 숱한 위험 부담(경우에 따라서는 살인까지 저지르는)을 무릅써도 잘해야 몇 천만 원 챙긴다. 그리고는 얼마 안 돼 잡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다. 징역 십수 년에 보호감호 십수 년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반면 몇 년 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천시 세금 도둑에게 징역 3∼4년을 밑도는 형량이 구형됐다. 이들 도둑은 강·절도범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십여억 원의 국민 세금을 훔쳤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불법 축재한 재산을 워낙 잘 위장 분산시켜 제대로 회수조차 못하고 있다. 또한 뇌물을 받아처먹고 구속 피고인을 보석으로 석방시켜 준 판사는 처벌받지 않고 사표를 받는 데 그쳤다. 광주지법 판사 김전근은 광주지검 직원 이종선으로부터 2백만 원을 받고 구속 피고인을 석방시켜 준 혐의를 받고 광주지검의 조사를 받았다. 김전근은 받은 돈은 떡값으로 알고 있으며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대법원은 즉각 의원면직 처리했다. 일반 잡범에 비해 죄질이 악질적인 이들 전문직 도둑놈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니 한국 사회에서는 공직자 부패가 근절될 리 없다. 지금 웬만한 대학생은 고시에 뛰어들고 있다. 고시는 한 번 합격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쥘 수 있는 최단기 코스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법학 과목을 수강하기 위한 대기 행렬이 하루 전부터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고시 합격자에 대한 언론의 대우는 조선 시대의 과거 합격자보다도 더하다. 해마다 고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언론은 찧고 까불고 야단이다. 고시원이나 독서실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법조문을 달달 외우던 고시생들이 합격만 하면 과거 급제자 행세를 한다. 화제의 법률 시험 합격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그 후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했다는 법조인은 들어 보지 못했다. 오히려 돈 많은 집안의 짝을 만나 재산 공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새파랗게 젊은 검사가 나이 많은 피의자에게 반말이나 지껄여 대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하는 게 한국 사회다. 사실 언론은 이들 전문직 업자의 홍보 담당자, 보도 일꾼으로 봉사하면서 이들에게서 떡고물, 푼돈이나 챙기는 기생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김건모와 신승훈을 희생양으로 삼은 `의정부 사건' 의정부의 비리 판사들은 언론 지상에서 끝까지 익명으로 처리됐다. 주범인 변호사 이순호에게 1년 6개월간 형사 7건, 민사 5건을 소개한 검사 11명의 이름도 밝혀지지 않았다. 의정부 법률 모리배는 경찰서 법원 검찰청으로부터 알선받은 사건의 수임료 가운데 20∼30%를 주고 형사 사건을 싹쓸이했다. 이순호의 경우 남양주경찰서 사건의 70∼80%를 챙겼다. 검찰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 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나 알선료를 받는 등의 금품 거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들 검사는 이순호와 동문이나 사시 동기로 친척 등의 부탁으로 소개해 줬을 뿐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의정부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 내건 해결책이 가관이다. 지난 3월 9일 대법원은 추상적인 의미에 그쳤던 법관 윤리강령을 전면 개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반한 법관에 대해서는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그래 봤자 변호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도 아니다. 밥줄 끊는 근절책은 아예 내놓지도 않았다. 기업체 사장 중역도 망하면 막노동하는 판국에 변호사가 노가다 뛰고 택시 운전사하면 잘못된 일인가. 겨우 내놓은 것이 고교 선후배나 같은 법원에 판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재판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이게 가능할까. 한 사람 건너 청탁할 수 있는 게 한국 사회다. 앞으로도 전관 예우는 계속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법무부의 대책도 전혀 실효성이 없다. 법무부는 지난 5월 6일 변호사법 개정안을 확정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돼 온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형사 사건 수임 제한 조항을 제외했다. 이 개정안에는 판·검사, 군법무관이 퇴임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개업 신고 1년 전까지 근무했던 법원·검찰청 관할 형사 사건을 개업 후 2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만 재직 중 금품 수수 등 각종 비위로 사직한 판·검사들에 대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만 들어갔을 뿐이다. 전문직 업자에 대한 과세는 국회에서 법안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이들 업자가 국회의원이거나 적어도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들 전문직 업자에 대한 과세 노력은 하지도 않고 겨우 내놨다는 것이, 시범 케이스로 김건모 신승훈 등 연예인, 파산한 기업인 등 권력과 끈이 떨어지거나 배경이 없는 고소득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뿐이다. 일부 연예인의 메뚜기 한 철식 탈세와 전문직 업자의 영구적 집단적 탈세 가운데 어느 것이 악질적인가는 묻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라 전문직 업자들의 발호, 이들에게 유출되는 국부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본주의의 시장 경쟁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이들을 무제한 양산해 공급 초과를 만들어 버린다. 사범대학을 나오거나 교직 과정을 이수하면 교사 자격증을 주듯, 법과대학을 나오면 변호사 자격증, 상과대학을 나오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주면 된다. 그리고 의과대학은 더욱 더 신설해 의료업자의 공급을 늘린다. 그래야 고객 찾아 변호사가 세일즈하고 저렴한 가격에 고객을 상전처럼 모시며, 능력이 시원찮은 변호사는 막노동판에 나가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당 10여만 원(사실 변호사를 제외하고 일당 10만 원짜리 노동은 드물다)의 국선 변호료도 아쉬워 달려가고, 변호사가 삐삐 차고 동분서주하는 사회가 될 때, 한국은 저절로 민주화 세계화가 된다. 이와 함께 이들이 얼마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운전 면허증, 교사 자격증,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해서 모두 운전사, 교사, 교수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변호사 의사 회계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이들에게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은 있을 수 없다. 교사 자격증, 박사 학위 소지자가 그들보다 능력이 없어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다. 단지 독과점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고소득 올리지 못하고 신분 상승을 할 수 없다면 현대판 과거 시험에 대학생 일반인이 만사 제쳐놓고 구름떼처럼 몰릴 이유도 없다. 시장이 확대되고 물건 공급이 많아진다면, 값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넓어진다. 그러나 법률업자들은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장 가재환은 지난 6월 29일 사법 시험 합격자 수를 5백 명 선으로 조정하고 증원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가 한 마디로 가관이다. 그는 한국법학원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합격자 수 확대와 복수 전공제 도입으로 대학 전체가 고시 학원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정 요건을 갖춘 법대 출신자에게만 응시 자격을 부여하고 응시 횟수와 응시 연령도 엄격히 제한, 이른바 고시 낭인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합격자 수가 여전히 소수이고 사법 시험 합격은 경제사회적 신분 상승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응시생이 벌떼처럼 몰리는 것이지, 합격자 수가 확대돼 고시 응시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궤변이다. 가재환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는 일정 자격을 갖춘 정치학 전공자만 입후보해야 되는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점은 정부와 기업에 법조인 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한 장 달랑 가졌다고 해서 생계까지 정부와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인가. 법률업자의 취업을 정부가 약속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그는 사시 정원의 축소, 법대 출신 응시 주장을 다음과 같이 부연하고 있다. "IMF 사태로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정부와 기업의 법조인 채용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등, 사법 시험 선발 인원 확대의 전제가 상실됐다." 그의 사고 방식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의 취업 생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고위 관료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이 정도니 법원 문턱이 아직도 높을 수밖에 없다. 조선 시대 아전의 거드름을 현장 체험하려면 법원에 한 번 들러 보시라. 서류 양식조차 없어 민원인이 양식을 몸소 그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고, 아예 법무사 사무실에서 서류를 작성해 오라는 말이 예사로 들린다. 동사무소의 불친절은 법원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점심 시간에는 모두 불을 끄고 밥 먹으러 나가 민원인들이 골탕을 먹기 다반사다. 퇴출 은행들도 고객에게는 친절했고 서류 양식 하나 빠뜨리지 않았다. 법원을 개판으로 운영하면서, 법률 서비스의 질을 강조하고 국민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지나가는 개나 소도 웃을 일이다. 가재환의 발상은 아직도 품위 유지하며 편하고 쉽게 많은 돈을 벌겠다는 독과점 업자의 악덕 상혼이나 다름없다. `도둑놈의, 도둑놈에 의한, 도둑놈을 위한 나라' 상품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것은 업자의 몫이 아니다. 부지런히 상품을 생산하는 게 업자의 몫이고 품질과 가격을 판단 결정하고 구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주제넘게 업자 맘대로 가격을 결정할 일이 아니다. 생산자가 상품의 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소비자에게는 불량품을 알아보는 분별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면허 취소가 되거나 고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법조문 가지고 장난질하는 법률 모리배의 자격을 여간해서는 박탈하지 않는다. 보통사람의 실수는 추상같이 다스리고 가진 자가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엄청난 범죄는 무사통과라면, 한국은 머리 좋은 도둑놈 살기에 편한 나라, 막말로 말해 `도둑놈의, 도둑놈에 의한, 도둑놈을 위한 나라'나 다름없다. 이들 법률 모리배의 밥줄을 끊었다고 해서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거드름 피우지 않는 업자를 안 보니 맘 편하고, 바가지 씌우지 않으니 부담없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제 자격증 하나 가지고 다수 위에 군림하며 다수가 피땀흘려 모은 부를 가로채는 소수 모리배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전문직 업자에 대한 과세 견제 장치가 없는 한 개혁은 구두선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들 전문직 업자 집단은 재벌 집단과 이어지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들 집단 하나만이라도 통제하는 데 성공하면 개혁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130년 전 대원군도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국정에 딴죽거는 유생 세력을 무력화시켰다. 지금 정권에서 왜 못 한다는 건가. 법률업자를 비롯한 전문직 업자의 농간에 정부가 좌지우지되고 국민이 농락당한다면 더이상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 어느 부서의 장을 봐도 고시 합격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전문가가 전문가 위에 올라앉아 정책을 입안, 집행하니 한국 사회가 잘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와는 고립된 채 고시원 독서실에서 달달 외워야 출세하는 구조 속에서 무슨 세계와의 경쟁이 가능하단 말인가. 고시 제도 하나만 보아도 한국이 더욱 부패하고 낙후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연계에는 자정 능력이 있어도 인간에게는 스스로(自), 깨끗하게 하는(淨) 능력이 없다. 서로가 서로의 집단이기주의를 견제 감시하고 정부가 공정한 심판자가 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묘수는 없다.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