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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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
날 짜 (Date): 1998년 10월  3일 토요일 오후 12시 02분 19초
제 목(Title): Re: 한국일보(ejim), 한겨레신문, 그리고...




안녕하세요? 저도 심각하지 않게 대답하려 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제가 쓴 글은 김 도형 씨 글을 오해하고
한국일보를 두둔하기 위해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한국일보와 개인적 인연도 전혀 없고요,
또 제가 미스 코리아 대회에 나갈 때
한국일보에 점수 딸려고 그런 것도 아닙니다. :)
짐작하신 대로 평소에 한겨레 신문에 대한 실망감과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가 쌓이던 김에 신문 이야기를 본 김에
거기서 제목을 따왔던 뿐입니다. 글의 내용에서도
보듯이 특별히 제가 한국일보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주제는 한겨레 신문이었지요.

또 어떤 분은
조선일보 대신에 한겨레 신문이 매를 맞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이해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조선일보 대신에 한겨레 신문이 매를 맞는 게
아니니까요. 양비론도 아닙니다.
다른 분 말처럼, 저도 조선일보 애독자에게
한겨레 욕을 하진 않습니다.

한겨레는 이제 한국의 메이져 일간지중의 하나로
안정적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겨레는 그 안정적 위치에 만족해서
별다른 치열한 직업의식도 문제 의식도 없는 듯합니다.

저는 신문을 모두 web으로만 봅니다.
한겨레와 조선, 한국일보를 보지요. 아무래도 가판
신문을 보는 것과는 신문의 레이아웃도 다르고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 좀 많이 다릅니다.
한겨레와 조선을 한꺼번에 보는 가장 큰 재미는
똑같은 기사를 어떻게 다루나 보는 재미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그 재미를 놓치지 않으시겠지만,
예를 들면 10월 2일 주요기사는 총격전 요청이였지요.
헤드라인 뽑는 걸 보면, 조선 일보는 'xxx 등 3명 구속'
(xxx는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이고
한겨레는 '이회창 총재 동생 출국 금지' 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 재미에 신문 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세 개의 신문을 샅샅이 다 읽을 수는 없지요.
이렇게 메인 페이지에 있는 신문의 얼굴들을 대충 보고
기사 몇 개 읽고 사설, 칼럼 란 가서 읽어 보고 말지요.

저는 우리 나라에 지역감정보다 더 큰 정신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원인과 결과는 별 연관이 없고, 원인이 x여도
결과는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y가 되게 만들 수 있고 그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주위에
그런 일을 항상 보고 살았거든요.
저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제가 우리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 이렇게 엉망진창이고 썩은 사회는
이 세상의 정의와 원칙의 잣대만으로 본다면 그 당연한 결과는
이 사회는 망해서 세계 꼴찌 나라가 되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서 우리나라가 잘 살기를 바라고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합니다. 애국자라서도 아니고
이 곳이 내 삶의 터전이니까요.
그러한 정신병을 잘 보여준 것이 이번 여름 월드컵이었습니다.
제가 스포츠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또 허용되는 특수한 감정적 기대를 이해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합니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걸 다 알면서도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실력 상으로 좀 어려울 지라도,
우리 나라니까, 내가 원하니까, 좀 16강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들어가야되. 꼭 들어갈 수 있어.
될 꺼야. 미이씀니다!
어 안 되었네. 이런 차 범근 개새끼. 너 때문이야. 넌 죽어야 되.
민족의 배신자야. 넌 중국 가서도 평생 너희 팀은 꼴찌만 해라."

죄송합니다. 또 이야기가 새서 지금부터는 '원인과
결과가 분리된 사고 증후군' 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언론의 이지메 근성, bully 근성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제가 스포츠에 깡통인 만큼 차범근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아마도 차범근이 개인적으로
아주 밥맛없고, 싸가지 없게 구는 인간일지 모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 개인을
근거도 없이 그렇게 묵사발을 만들 수는 없는 겁니다.
아무리 제가 기사를 읽어봐도 16강에 들지못한 축구팀
감독이라는 게 그가 그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물론 축구협회인사들과 사이가 안 좋았을 것라는 배경이
당연히 추측됩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언론에게도
왠지는 모르겠는데 단단히 미움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신문기사를 읽고
어벙벙할 정도로 차범근을 밟아대기 시작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일반인들은 16강 못 들어가서 속상해
하긴 했지만 차범근이 죽일 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범근 중국으로 갔더군요. 그러고 얼마안되
한겨레 신문 페이지 헤드라인 기사 약간 밑, 옆쪽에
스포츠 섹션의 주요기사란에 '차범근이 감독한 중국 팀이 졌다.'
라고 났더군요. 그리고 또 다음에도 같은 란에 '차범근 또 졌다.'
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언제 연변 프로 축구팀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그게 스포츠 섹션의 가장 중요한 기사가
됩니까. (웹으로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 란은 스포츠 섹센에서
딱 한 가지 기사 제목만 뽑아서 메인 페이지에 보여주는 란입니다.)

저는 만약에 한 일개인이 제게 와서 차범근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차범근 경기를 쫓아다니며 모니터하며 '차범근 또 졌네, 아유 쌤통이야.'
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그런데 신문은 일개인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고 편집진도 있고, 수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라는 것입니다. 신문에 당연히 논조는 있을 수 있지만
'아유, 쌤통이야' 하는 유치한 감정은 배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신문은 어떤 주장이 없이 사실만 전달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기사 내용에 사견을 집어넣지 않고도 어떤 기사를 어디에 실느냐 자체로서도
그들의 의사는 반영이 되는 겁니다.

*** 내가 한겨레에게 하고 싶었던 말 ***

언론 개혁을 하겠다면 조선일보 비판보다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첫째로  자신의 기사를 좀더 엄밀한 검증을 거쳐
정확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언론 권력의
원천인 '너, 내 앞에 개겼어. 감히 신문을 건드려. 맛 좀 봐.'
식의 깡패 기질을 자신의 신문사에서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차범근 같은 일개인은 물론 조선일보, 한국논단에
대해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알아들으시겠지만 조선일보, 한국논단을 비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남한테 '너 이거 고쳐라' 하고 캠페인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가능하고, 위험도 따르지 않는 일입니다.
이것은 '남 참견 하기 전에 너나 잘 해'류의 비아냥이
아닙니다. 조선일보 비판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선일보의 역공격을 피할 수 있을만큼,
한겨레가 엄정한 사실에 근거한, 감정적이지 않은, professional한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꼭 지금 당장 조선 일보를 비판하고 분석하는 철저한 기사를
써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겨레신문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부터 자신에게 철저한 도덕성을 요구하라는
것입니다. 도덕성이라고 재벌광고, 한나라당 광고 싫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신문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
정확하고 편견으로 왜곡되지 않은 기사를 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차 범근 기사를 예로 들었지만, 한겨레 신문의 기사 중엔
BBS에 개인이 글 올리듯 감정이 드러나는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솔직히 그보단 낫지요. 말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꼭 한겨레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들은 참 기사를 쉽게 쓰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사에 대해 책임감을 못느낀다는 거겠지요.
일개 기자가 기사를 조잡하게 쓴다고 해서, 도대체 편집진은 그런
기사를 읽고도 문제를 못 느끼는지, 아니면 기자와 100% 공감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아이고, 이글 언제 끝나려나.
저도 지루해 죽겠습니다.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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