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gkim (SexyGun) 날 짜 (Date): 1998년03월06일(금) 12시51분34초 ROK 제 목(Title): [한겨레 21] 특별검사가 보고 싶다. ‘독립검사’를 보고 싶다 특별검사제 도입은 ‘정치검찰’ 오명 벗을 절호의 기회 지난 1월19일 열린 대검찰청의 제1회 검찰제도개혁위원회(위원장 이원성 대검차장검사·이하 위원회)는 특별검사제도(특검제) 도입을 토의 과제 중 하나로 다뤘다. 위원회는 3월 초부터 각 분과별로 토의를 벌인 뒤 특검제 도입에 대한 검찰의 의견도 새 정부에 내놓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소 우리 사법 체계와 맞지 않다며 특검제의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검찰의 태도와 다른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달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특검제는 새 정부의 공약 사항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어쨌든 새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의 본능적인 거부감 검찰의 이런 “울며 겨자 먹는”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2월5일 발행된 '검찰 실무 속보' 182호는 검찰의 속내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검찰 업무와 관련된 법령과 규칙을 다룬 부정기간행물인 이 소책자는 이번 호에 특검제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특검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LA타임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신문들의 기사들이었다. 내용은 “특검제가 클린턴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든가 “연간 4천만달러의 예산을 쓰는 특검제가 정치적 동기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등이었다.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특검제는 새 정부의 공약 사항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선거 기간 특검제를 비롯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검찰총장의 국회보고, 재정신청 확대, 검찰위원회 설치, 검찰총장 임기 보장 등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로부터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검찰권의 남용에 대한 국회의 제어력은 높이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이종찬)는 지난 2월5일, 행정쇄신위원회(위원장 박동서)는 지난 1월20일 각각 특검제 도입을 새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별검사는 법적으로는 ‘독립검사’라 부르며,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다. 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아치볼드 특별검사가 임명됨으로써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연루 혐의를 받고 있던 닉슨 대통령이 아치볼드와 수사관들을 해임함으로써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뒤 78년 ‘독립검사법’이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됐으며, 이제껏 세번 연장됐다. 미국에서 특별검사는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기구의 필요성 때문에 생겨났다. 제도개혁위원회에 특검제를 토의 과제로 올려놓은 한국 검찰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무엇보다 특별검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본능적인 반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제는 공소권 제기·유지, 수사 지휘 등 검찰의 독점적인 권한 제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5·18수사나 김현철 사건처럼 굵직한 사건들을 ‘검사동일체’의 구성원이 아닌 특별검사에게 넘긴다는 것은 검찰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특검제가 도입되더라도 특별검사를 제외한 수사인력은 검찰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검사 출신의 율사가 수사를 맡더라도 축적된 수사 노하우와 일사불란한 협조로 유명한 검찰의 수사력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특별검사는 미국 검찰의 전적인 협조를 받아 수사를 벌인다. 이렇게 될 경우 수사의 주도권을 내준 검찰이 특별검사의 지휘에 잘 따를지는 의문이다. 검찰 내부적 변화도 함께 따라야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를 실시하는 미국에서조차 본래 목적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퍼게이트에서도 특별검사인 케네스 스타의 ‘독립적인 수사권’이 공화당 등 우파들의 정치적 동기에 따라 움직였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권력의 입김을 배제하려는 특별검사가 또다른 정치권력의 입김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분위기가 특별검사제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괜히 검찰이 중간에 끼어 골치를 썩느니 차라리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특검제가 실시되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은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시행해도 관계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고 검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단체인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공동대표 김중배 등)의 김기식 사무국장은 특검제가 검찰 개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 속에서 수사에 나서지 못하거나 결과를 예단하고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은 상명하복에 철저한 조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제는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특검제 도입과 함께 검찰의 내부적인 변화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 독립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슬롯 머신 사건 때는 고등검사장도 기소한 검찰이 왜 몇몇 평판사 비리 수사에는 우물쭈물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검찰이 오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처럼 특검제 없이도 제 노릇을 하는 검찰은 얼마든지 있다.” '사법개혁'이라는 책의 공동저자인 차병직 변호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검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검제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검찰 수사의 독립을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특검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고 검찰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다른 검찰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퍼게이트에서 보듯 제도 하나가 흐린 물을 맑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특검제는 한국 상황에서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검찰과 정부의 분명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한 특검제 도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김규원 기자 한겨레21 1998년 03월 12일 제19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