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11월28일(금) 08시07분21초 ROK 제 목(Title): 논리? 에이, 농담이시겠지... 들어와보니 뭐, 벼라별 글들이 다 올라왔는데, 왜 이리 슬슬 웃음이 나는지, 허허. 어차피 한표 툭 던지는거야 논리고 나발이고 순간의 붓두껑 놀림에 지나지 않는다. 논리? 논리를 따져서 뭐하는데? DJ의 두번에 걸친 야당분열이 논리의 결과였던가? YS의 3당합당이 논리적이었던가? 다들 '뒤틀리고' 뭐 어쩌고한 본능적 행위였다. 내가 단언하지만, '논리' 따져서 투표하는 사람,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결국은 다 X꼴리는대로 가게 돼있다. 정작 정치꾼들은 모순 어쩌고 투성인데, 단 한표에 지나지 않는 구경꾼들이 논리 따지고 말장난하고, 또 그걸 갖고 시비걸 '정성'까지 들이다니? 뒤틀리면 뒤틀린대로 받아들이는게 낫다. 남은 X꼴리는대로 쓰고 발기고 하는데, 자기혼자 그걸 심각한 척 분석하고 앉았다면 그건 먹물의 유희에 불과하다. 실제론 모순이지만 겉으로는 논리적인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자 그럼, 왜 DJ는 잔머리만 열심히 굴리다가 스스로의 꾀에 빠지고 말았던가? 부산사람, YS광신도라고 해서 마음속 100%, 92년 기호1번 YS를 지지하진 않았을 것이다. 상황은 YS와 많이 다르지만 나역시 '진짜로' DJ에게 실망했다. 그의 능력부족을 절감한다. DJ의 정치적 사고구조는 위에 eyedee란 분만큼이나 '논리'만 따지다가 볼장 다볼 정도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정치꾼들에게는 '논리'보다는 '잔대가리 굴리기'가 더 어울리는 용어겠지만...) 표심을 100% 지역표로만 분석하는게 DJ캠프의 최대오류다. TK에도 명분이 있고 충청도에도 인의가 있다. 어떻든 이걸 전제하고 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라도가 모든 정치적 명분을 독점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놈들이 순전히 지역감정탓에 표를 안준다' 이런 단세포사고구조만 활개를 치니 30여년에 걸친 국민들의 선택이 왜 그러했는지, '이렇게 논리적인(혹은 인간적인) 사람들이니 5.18의 진상만 알려주면, 잘만 설득시키면, 비위만 맞춰주면, DJ의 진면목만 알리면, 기호2번을 찍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결론도 나오는거다. 표심이 100% 지역표라면 그런 어이없는 결론도 가능하다. 어차피 호남 지역표로는 승부가 안되는데, 그런 희망이라도 없으면 무슨 선거를 해보겠나? DJ의 필승전략은 고작 이거다. 좀 양보해서 충청도를 끌어들이고, 좀 더 양보해서 어리숙한 TK표를 끌어들이고... 끌어들이고... 기본이 30% 철벽지지인데 떨거지 몇%만 끌어들이면 승리는 우리편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결론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DJ의 초반 지지율이 92년보다 높게 나왔던 점은 DJP에 대한 기대감때문이 아니고 오로지 상대가 노태우 철벽정권하의 후보자 YS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동법, 한보로 이어지는 소용돌이 앞에서 YS정권은 완전히 붕괴됐다. 제일먼저 언론이 YS를 이탈했다. 언론이 YS를 이탈했으니 이회창 아들의 병역부정이 방어막을 잃었고, 92년 YS 개인의 절대 지지세 15%와 절대여권 30%라는 풍요로운 어장을 갖추지 못한 97년 이회창은 끝도없는 나락으로 추락, DJ는 TV토론의 선전으로 얻은 2-3% 상승을 기반으로 '반사적 이익'을 두세달 맛본 것 뿐이다. 그게 무슨 시너지효과인가? 사람들은 95년 조순의 42%당선을 얘기할 때 서울의 호남, 충청표가 뭉쳐서 나온 승리다, 이런 말을 하지만 그건 정치부기자들의 잡담꺼리고, 또 JP의 헛소리고, 조순의 42%는 단지 DJ지지표-비호남명분표가 하나가 되어 나온 승리였던 것이다. 정치세계에서 명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약자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중요하다. YS의 3당합당은 기본 70%의 국민들이 지지하게끔 원래부터 프로그램화된 것이니만큼 '구국의 결단' 이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덜떨어진 국민 머리에는 원샷에 입력될 수 있었다. 그러나, DJT는 '구국의 결단'을 '정권교체'로 바꿔놓았을 뿐 어떠한 선명성도 어떠한 명분도 펼쳐놓지 못한채, 내 입장에선 진짜 아닌 밤중에 내각제에다 JP에다 온갖 더러운 오물은 한데 모인 쓰레기봉지를 잔뜩 앵겨놓고 프리버드 넌 나를 지지하니 DJP연합도 지지해라? 더욱 가관인 것은 작전상 일부가 쑈맨십으로라도 DJP 협상양보를 격렬히 비난해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에 이부영만한 인물하나 없이 제 코가 석자인 정대철을 제외한 99.99%가 만세를 불렀다니, 이런 돌머리들하고 정치세력을 같이 해야할 국민이야말로 진짜 한심스럽기 그지 없었단 이야기다. TK, 충청도는 어디 바보들만 모였나? 그들은 정치소신, 명분, 이런데는 관심도 없다보니 노태우, YS를 지지한줄 아나? 걔네들도 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 뿐이지, 정몽주의 절개를 보면 다같이 감동하고 미국보단 산디니스타를 도덕적으로 높게 쳐주고, 그런 똑같은 사람들이다. 왜 이쁘지도 않은 전라도에 명분까지 잃은 DJ를 선택하려나? 그럼 이도저도 안되는 게임이었냐고? 우선 상대가 YS가 아니다. 최약체 이회창, 경선불복 이인제다. 상대가 YS였데도 TV토론이 있었으니 2-3% 추격은 가능했다. JP가 갈데가 없다. JP독자출마면 3김청산의 보호막이 2중으로 넓혀진다. JP도 나오는데 DJ가 어데가 어때서, 이런 생각들... JP가 이회창에 붙으면 이회창에 충청표가 총집결하긴 하겠지만 '직선제 호헌'이라는 명분표(적어도 3%는 된다)는 DJ한테 오는 거였다. JP가 이인제한테 붙을라치면 울고 사정해도 이인제는 JP를 받아들일 수 없다. 최대한 JP를 발로 걷어차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고, 내각제양보는 죽어라 안하며 버티면서 운이 좋으면 JP투항이나 독자출마, 운이 나빠도 이면합의 또는 이회창지지, 이게 바로 내가 그려본 최상의 그림이었는데... YS같이 여론에 민감한 명분론자는 이면합의라면 몰라도 죽어도 공식각서는 써주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두려워하는게 YS였고, 지지자들 대신에 JP를 두려워하는게 DJ였다. 나는 이상적 도덕주의자가 아니다. 바로 최상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던 DJ의 초조, 소심함, 총체적인 능력부족을 보며 천금같던 정권교체가 그 색깔마저 변색된채 멀어져 가는 것에 분노할 따름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되,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명분! 나는 능력있는 정치마키아벨리를 원한다. 바보같은 DJP합의문에 바보같은 박수나 보내며 "휴우, 이제는 이겼구나"했던 저 바보같은 DJ, 이종찬, 한광옥, 조세형, 저 바보들... 반JP 96%, 반내각제 70%가 어디 장난인줄 아나? 100% 지역표로만 나온다면 선거해서 뭐하나? 경상도만 선거해서 경상도 도지사를 대통령 삼으면 그만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