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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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7년11월28일(금) 06시04분48초 ROK
제 목(Title): 금융실명제의 문제점? 


[어나니보드에 쓴 글을 옮김]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을 쓰셨는데 이해하기 힘들군요. 다른 분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 토를 달아보겠습니다. 절대로 님에 대한 개인적 공박이 아니라 
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금융실명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쓴 글이니 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게 문제를 많이 일으켰습니다.
>좀 있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많이 뜻기게 생겼습니다.
>에라이..어차피 뜯길꺼.. 쓰자 뭐...
>이게 과소비를 일으킵니다. 안필요한데 쓴다이겁니다.
>사람머리란게 그게 그거라서.. 
>쓰다보니.. 남들 해본다는거 해보고싶습니다.
>'남들 다가는 해외여행이나..'
>때맞춰서..외환환전액이 두배늘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는  
>'어이구.. 이게 한국서는 얼만데.. 외국이 싸구만!'
>쓸데없는데다 마구 돈을 씁니다.

금융실명제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구체적 근거가 있습니까? 금융실명제가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금융소득만 수천만원 이상인 그러니까 금융자산이 수십 억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과소비를 하려면 안할 것도 아니고 해봐야 덕 볼 
것도 별로 없습니다.

은행에 50억이 있고 이자소득이 년간 5억이라 할 때 1억을 더 쓴다고 하
면 이자소득은 1천만 원이 줄겠지요. 세금은 몇백 만원 덜 내겠지요. 몇백 
만원 세금 덜 내자고 안 쓰던 돈 1억원을 추가로 써 원금을 까먹는다는 
겁니까?  금융실명제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미신에 불과
합니다.

일반 중산층은 아무런 상관이 없고 (금융실명제로 조세정의가 실현되면 
오히려 덕을 보죠) 대부분의 웬만한 부유층들은 금융실명제로 피해볼 일
이 별로 없습니다. 자산을 부동산으로 주로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도 큰 
상관이 없지요.
 
>은행에 두어봤자.. 별 볼 일 없습니다.
>이자많이 준다는데다가 꿔줍니다. 물론 음성적인 곳입니다.
>일시적인 전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냥 장농에다 놔둡니다.
>(물론 돈푼깨나 있다는 사람들입니다)

(은행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정의합시다). 은행에 두어봤자 별 볼 일 없어요? 
현행제도하에서는 합의 차명이 가능합니다. 종합소득세의 구멍을 빠져나갈 길이 
있습니다. 은행이 아니면 어디에 돈을 줍니까? 사채시장이요? 사채시장 이자가 
높고 탈세 여지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금융 실명제 이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사채시장의 높은 이자는 높은 위험에 대한 보상의 성격입니다. 떼이거나 제 
날짜에 돈을 받지 못할 확률이 크지요. 그렇지 않다면 다 사채시장에서 돈을 
굴리지 어떤 미친놈이 은행에 돈을 맡기겠습니까?

음성적인 곳이라는데.. 사채를 중개하는 사람이나 빌려쓰는 사람은 은행 
안 거칩니까? 금융 실명제를 의식할 정도의 돈이라면 적어도 수십억원은 
될텐데 만원 짜리 현금만으로 거래한답니까?  그리고 사채 빌려쓰는 사람
이 하는 투자는 투자가 아니고 은행돈 빌려서 하는 것만 투자입니까? 은
행대출 받아 도박이나 부동산 투기하고 룸싸롱 차릴 수도 있고 사채 빌려 
기계사고 중업원 월급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농 운운하는데  종합소득세 피하려고 농속에 나두면 이자가 한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이자가 붙습니다. 
은행에 나두면 이자가 발생하고 세금은 원금이 아니라 이자소득에 붙는 겁니다. 
세금 내더라도 은행에 나두는 게 훨 씬 유리합니다. 

그래도 거액을 장농 속에 나두겠다는 돈은 범죄자금이나 엄청나게 부정한 
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돈이라도 차명계좌나 돈세탁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에 가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장롱 속에 나두면 마이너스 이자가 
붙고 화재 도난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돈 노태우 돈이 장
농 속에 있던 가요. 거의 다 제도권 금융기관에 있지 않던가요?

그리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장농  속으로 돈이 퇴장하면 경제가 어려워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장농 속의 돈은 현금
이든 수표든 퇴장된 상태에서는 종이 쪽지에 불과합니다. 경제적으로는 
통화량 감소의 의미밖에 없습니다. 통화량은 많다고 좋은 것도 적자고 좋
은 것도 아니고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통화량이 적다고 생각
되면 중앙은행이 지준율이나 화폐공급을 통해 늘리면 됩니다.


자금의 퇴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현금이나 수표가 아니라 현물의 형태로 
일 때입니다. 어떤 사람이 공장을 사서 돌리지 않고 나두다면 본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손해가 되겠지요. 그러나 숨는 게 목적인데 이렇게 하는 사
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저축의 주체와 투자의 주체는 다르다고 봐도 
됩니다. 김현철이 뇌물을 받아 친구이름으로 은행에 나두거나 사채로 돌
린 하더라도 마지막에 빌려쓰는 사람이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하지 금융실
명제가 저축을 감소시키고 투자를 감소시키는 게 아닙니다. 

"검은 돈을 산업자금화" 어쩌고 하는데 검은 돈이라도 시장에 들어와 있
는 한 (장농 속에 퇴장되기 힘들고 그런다 하더라도 경제에 악영향은 없
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습니다) 돈에 꼬리표가 붙어 "이 돈은 검은 돈이니 
산업자금으로 못쓴다"는 법이 없는 한 이만한 헛소리도 찾아보기 힘듭니
다. 검은 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조성과정에서 비리와 그것이 결국 초
래하고 마는 비효율 때문이지 검은 돈이 양성화가 안되어서 그러는 게 아
닙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 가명금융자산은 실명화 실시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더 이상 양성화시키고 말 것도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검은 
돈은 합의 차명이나 도명으로 있겠지요. 그 돈이 검은 돈이라 해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법도 없고 투자가 많다고 해서 경제가 꼭 좋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기아나 한보가 과잉 투자로 무너졌고 우리 나라 석유화학 사업도 
과잉투자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우리 나라 경제위기의 원인을 수익성보다는 덩치 키우기에 몰두
하는 무분별한 차입경영 행태에서 차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를 적
재적소에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오히려 더 필요합
니다. 경제행위가 투명해지면 비리의 소지도 줄고 이에 따라 경제적 효율
성도 증가합니다. 차명거래마저도 불가능한 철저한 금융실명제 하에서는 
큰 규모의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 수수가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기아사
태는 몰라도 한보사태 같은 것은 안 일어나게 됩니다.

>소비가 늘어나니.. 시장에 돈이 풀립니다.

금융실명제가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도 없을 뿐더러 소비의 증가가 나
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저축의 역설에서 보듯이 소비감
소 -> 판매 위축 -> 기업의 감산 -> 소득 감소 -> 소비감소 라는 도식
적 논리도 가능합니다. 거시경제학의 변수들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상황과 각 변수와 균형 수준과의 차이가 중요한 거지 꼭 특정부
분의 도식적 논리를 무조건 확장 적용시킬 수는 없습니다. 소비심리 위축
이나 내수부진이라는 말은 들어보셨겠지요. 내수부진이 경제를 활성화시
킵니까?

>물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금융실명제 이후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주 많습니다. 명백한 인과관계를 제시해야만 합니
다.


>반면에 자금시장에는 돈이 귀해집니다.
>기업들이 돈을 꾸기가 어렵습니다.
>금리가 오릅니다. 투자가 위축됩니다.
>고용감소하고.. 생산이 줄어듭니다.
>소득이 감소합니다.

소비증가로 시장에 돈이 풀리는데 자금 시장에 돈이 귀해져요???? 그 뒤
의 논리에는 일일이 반박할 필요도 없겠지요...

>문제점을 요약해봅니다.
>과소비가 이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조장되었다.
>인플레이션이 정상치 이상 일어나다보니.. 
>실질임금의 감소현상이 나타난다..

금융실명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질 임금이 너무 올라 국가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그러더군요.



..... 금융실명제의 부작용 운운은 다 헛 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런 게 있다 
하더라도 금융실명제를 안할 경우의 부작용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그런데
도 왜 폐지론이 기승을 부릴까요.

우선 금융 실명제는 검은 돈의 조성에 방해가 됩니다. 비자금 조성도 힘
들어지고 뇌물수수도 힘들어집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고 현금과 헌 수표
를 이용하고 돈 세탁을 해야합니다. 이게 귀찮은 겁니다. 돈의 액수가 몇
천 만원 정도면 모르되 수억 수십 억이 되면 현금 거래가 힘듭니다. 

차명으로 돈의 주인을 숨기고 종합소득세의 높은 세율도 피할 수 있지만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차명구좌의 명의상 주인이 딴 마음을 먹으면 곤란
합니다. 자신의 종합세율은 내려가지만 명의빌려준 사람의 종합세율은 올
라갑니다 (물론 합산하면 절세가 됩니다). 따라서 이름 빌려준 사람의 세
금처리를 자신이 알아서 해줘야합니다. 노태우 비자금이 들통난 것도 자
신의 이름으로 날아온 세금을 노태우 측이 빨리 해결해 주지 않는데 따른 
명의빌려준 사람의 불만이 박계동 의원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기업의 경우 오너와 기업회계의 관계가 불투명합니다. 엄밀히 말해 
오너라도 100%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급여와 배당 소득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비자금 조성은 일종의 배임행위입니다. 회사 돈 자기 돈처럼 쓰기, 
비자금 만들어 뇌물 뿌리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리 나라처럼 썩은 나라에서는 
사업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나라전 체로는 그런 행태가 제살 
갉아먹기 비효율의 원인제공을 한다는 겁니다. 다음에 자신의 일족에게 상속증여시 
불편이 따르게 됩니다. 가명구좌가 있으면 비자금 조성해 상속세나 증여세 없이 
그냥 도장만 넘겨주면 됩니다. 차명으로 피할 수 있지만 좀 불안하지요.

금융실명제에 반대의 핵심은 검은 돈을  조성하거나 주고받거나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격을 부패한 정치인 관료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입니다. 깨끗
한 돈이라도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이에 따른 높은 누진세율) 때문
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현 제도하에서는 불편하지만 차명을 이용해 
이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법치국가
의 당연한 원칙입니다. 근로 소득이나 법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고 사실상 
불로소득인 (물론 정당한) 금융소득에 빠져나갈 구멍을 놔두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경제위기를 틈 타 오히려 강화해야할 금융실명제를 폐지 또는 보완 (사실
상의 폐지) 하자고 달려드는 정계와 재계의 모습을 보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사람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할 명분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금융실명제 폐
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재벌도 암묵적으로는 주판을 퉁기면서도 금융
실명제의 (허상인) 부작용을 사실로 믿고 있을 겁니다. 거짓말 아닌 거짓
말인 셈이지요.

하지만 금융실명제로 덕을 보면 덕을 보지 손해 볼 일이 없는 99.9%의 일
반 국민들 마저 그들의 장단에 놀아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금융실명제 
반대 논리라는 게 겉으로 봐서는 그럴듯해서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으면 
양심적인 사람들도 착각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신 분도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장문의 글을 썼겠는가
라고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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