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5월03일(토) 19시58분41초 KST 제 목(Title): [한겨레] 한국은행 독립시켜야 제 목 : [이봉수의 역사와 만나는 경제] '4권분립'으로 가자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한때 영국의 조폐국장이었다. 그의 고 민은 당시 화폐인 금화가 유통 과정에서 칼과 줄로 깎여나간다는 것이었다. 금화의 가치는 절하됐고 깎아낸 금은 위조 금화를 만 드는 데 쓰였다. 그의 명석한 머리는 금화의 테두리를 톱니 모양으로 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사람들은 톱니가 없는 돈을 안 받으려 했고, 통화가 치는 저절로 안정됐다. 이 톱니는 태환이 안되는 오늘날의 동전에도 남아 있다. 시각장 애인들을 위해 톱니를 남겨둔 것이다. 우리나라 동전은 10원짜리 에는 톱니가 없고 오십원짜리와 백원짜리에는 있어 시각장애인들 이 쉽게 구별한다. 각국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통화가치의 안정이야말로 경제는 물 론이고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인플레를 경험한 독일은 연방중앙은행을 입법·행정·사법부와 같은 위치 에 두어 4권분립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대공황의 와중에서 연방준비제도라는 중앙은행제도를 만들어 통화량을 조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만성적 인플레를 겪으면서도 중앙은행을 정부 에 예속시켜 두고 있다. 과거의 관성대로 통화정책을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은의 예속성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의장 은 재경원 장관이고, 8인의 위원 가운데 6인을 장관들이 추천한다 . 통화위원회는 `통과위원회'로 운영돼, 중대 현안이 금통위원들 에게 사전통보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한은에는 금융감독원이 있지만 힘을 쓰지 못한다. 감독원장 자리는 옛 재무부 퇴임 관리 들의 안식처가 돼왔다. 최근 금융개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한은 독립 문제가 다시 부각 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고성장-고인플레에서 저성장-저물가의 선 진국형 경제로, 정경유착에서 정경분리로 이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인플레는 `빚쟁이의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돈을 빌린 사람에게 유리하다. 만성적 인플레는 봉급생활자의 소득을 자산가나 기업 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금권에 의한 국민 권리 침해는 한보 사태를 통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이 모아준 은행 돈을 재벌이 쌈짓돈처럼 꺼내 썼고 일부는 정계로 흘러들어 금권 정치의 토대가 됐다. 강경식 부총리는 “83년 재무장관 당시 금융감독 기능을 가져왔 더라면 한보 사태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식 한은 총재는 “효율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려면 한은이 은 행 감독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반격했다. 사실 감독권한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는 한은 독립에 견주면 부수 적인 문제이다. 한은 독립만 보장된다면, 한은에 소속된 감독원이 더 공정하게 은행을 감독할 수 있다. 재경원쪽에서는 통화신용정책의 최종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한은 독립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한은이 독립한다 해서 국익과 여론을 무시한 채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단할 일은 아니다. 정권 차원의 이해관계라면 오히려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한보 사태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은 한은 독립으로부 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금권의 폐해가 심각한 우리 나라야말로 `4권분립'이 필요하다 하겠다. 한보 사태 와중에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가 30년 은행원 생활 을 자살로 마감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전한 짤 막한 유서는 오히려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아마 이런 말을 하고 싶었으리라.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사표를 내더라도 부실 대출을 막 았어야죠. 그러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거스르기는 힘들었습니다 . 권력과 금력(재벌)의 틈바구니에서 뱅커들의 입지는 졸아들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시녀나 다름없는 통화당국과 감독체계, 은 행장에게 편중된 대출 권한과 형식적 여신심사 기능, 이런 것들이 개혁되지 않는 한 사고는 또 나게 돼 있습니다.” 경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