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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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5월03일(토) 19시58분17초 KST
제 목(Title): [한겨레] 박정희와 김영삼


제    목 : [아침햇발] 박정희와 김영삼/김종철 논설위원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30% 밑으로 떨어지면 나라
   살림을 이끌어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민주선진국의 통설이다
  .

   그렇다면 지금 우리 나라의 현실은 너무나 암담하다. 93년 2월2
  5일 취임한 직후 90%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 대통령은
   요즈음 여론 조사에서 10%를 지키기에도 벅찬 숨을 쉬고 있다.
  얼마 전에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는 충격을 넘어 참
  담 그 자체이다.

  박정희 75.9 대 김영삼 3.7

   `역대 대통령 중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을 물었더니 박
  정희 75.9%, 전두환 6.6%, 김영삼 3.7%의 순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다. 군사독재의 `원조'가 `문민 시대를 열었다'는 현직 대통령을
   압도적 차이로 누른 것이다.

   그 여론조사가 요즈음 나라 안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
  다. 대통령과 둘째 아들은 시민과 언론의 입방아 속에서 차이고
  할퀴고 짓씹혀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나는 김 대통령이 억울한 매를 맞고 있으니 이해하고 동정하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화와 개혁을 귀 아프게 외치면서 `
  부정한 돈은 한푼도 안받았다'고 자랑하던 대통령이 어떻게 쿠데
  타와 군사독재의 얼굴인 박정희씨의 발치에 엎드려야 할 정도로
  참담한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두 사람의 생애를 간략히 견주어 보겠다.

   박정희씨는 사범학교를 나와 잠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일제의 꼭
  두각시이던 만주의 군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그 혜택으로 일
  본 육사를 나와 관동군에서 일선 지휘자로 근무했다. 관동군이 중
  국 침략의 첨병이었으며 독립군 사냥을 주임무로 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8·15 뒤 귀국한 그는 한동안 낮은 포복을 하다가 이복형을 따라
   `여순 반란 모의'에 가담했다 체포되었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극형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오뚝이처럼 일
  어선 그는 다시 장교로 임관되어 소장까지 진급한 끝에 61년 5월
  16일 조카사위인 김종필씨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

   그 이래 그가 걸어간 길은 `굴욕적' 한일회담과 수교, 야당과 학
  생운동의 반대를 무릅쓴 베트남 파병, 한밤중 국회 제3별관의 삼
  선 개헌,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감정과 부정에 편승한 당선,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체제' 세우기, 긴급조치와 계엄령을 무기
  로 한 공포정치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수십만 부산·
  마산 시민에게 총칼을 들이대려다가 멈칫 하고, 믿고 믿던 중앙정
  보부장의 총에 맞아 목숨을 앗긴다.

   김 대통령은 빈농의 아들인 박정희씨와는 달리 부유한 집의 맏아
  들로 태어나 고생이라고는 모르면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장택상씨
  의 비서로 정계에 들어갔다. 원래 보수 정치인으로 출발한 그는
  30대에 야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40대에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
  면서 김대중씨와 숙명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90년 1월 삼당 합당 전까지 그는 야당 지도자로서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노태우·김종필씨와 함께 비밀
  각서에 서명하고는 집권을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고 주장했
  다.

   여기까지만 보면 박정희 대 김영삼의 성적표는 일방적이다. 당연
  히 김영삼 75.9%, 박정희 3.7%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
  할 점은 그 신문의 여론조사가 삶의 내력보다는 `대통령 직무 수
  행'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하지 않
  은가. 박정희씨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독재자였고, 김 대통령은
  개혁을 그렇게도 열심히 외쳤는데.

   여기서 우리는 이런 민심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씨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불어넣으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었
  다. 그리고 독재자라는 비난은 받았을망정 권위를 가지고 나라를
   다스렸다. 그런데 김 대통령은 경제를 나락에 떨어뜨리고 정치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대통령과 아들의 도덕성도 땅에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씨 같은 인물이 오는 12월의 대선에서 당선
  된다면, 아니 당선된 사람이 박정희씨 흉내를 낸다면 나라의 앞날
  이 어떻게 될까?

  환상은 실패를 부르게 마련

   김 대통령의 참담한 실패는 지금 우리에게 교훈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와 개혁은 최고의 주체인 대통령 스스로가 진취적 이념과
   경륜과 정책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김 대통
  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군사독재와 재벌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
  고 있는데도 민주화와 개혁을 추진한다는 환상을 품었다.

   다음에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런 환상은 버려
  야 한다. 민주화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조건을 안고 대통령
  이 되는 사람이라면 임기중에 골수에 병이 든 나라를 조금이라도
   고치겠다는 겸손한 약속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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