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5월03일(토) 19시56분59초 KST 제 목(Title): [조선일보] 북한의 승리 <김대중칼럼> 워싱턴의 [한국문제]는 어느새 [대북식량지원 문제]로 변해 있었다. 제네바 핵합의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 한국과의 통상마찰, 한국 의 절약운동 또는 수입억제 운동 그리고 심지어 4자회담까지도 큰 쟁점 으로 남아있지 않다. 지금 미국인들의 관심사는 북한의 극한상황과 식 량지원으로 옮겨와 있다. 이번 주초 미국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북한의 [얼굴]이 보도됐다. 하나는 CNN으로 방영된 북한군 창설 6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와 눈물 을 흘리며 열광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USA 투데이 에 보도된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이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상반된 사진들은 미국인들을 헷갈리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평범 한 미국인들은 {저렇게 거창하게 행사할 돈이 있으면 굶는 어린이들을 하나라도 먹일 것이지…}라면서 분개하기도 했다. 국무성의 대변인도 이제 북한은 우선순위를 [인민군]에서 [인민]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3월 미의회 방문단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이노우에 상원 의원은 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1세기 위원회에서 북한사회의 극단 적인 폐쇄현상을 열거하면서 아시아 제2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나라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반될 것 같은 이 두 가지 모습은 미국인들 사이에 이상하 게도 하나의 [통합된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 저렇게 비정상적이고 어 찌보면 편집적인 북한이 미국 조야에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 는 것이다. 북한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얘기는 전 부터 있어 왔다. 합리적인 미국인들에게 그런 말은 하나의 수사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텔레비전 화면 가득히 등장한 북한군대의 행진은 사 람들을 섬뜩하게 한 것 같았다. 이노우에 의원은 {지금은 아주 위험한 시간}이라면서 {우리가 실수하면, 우리가 관심을 소홀히 하면 우리는 커다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무력도발을 경계했다. 국무성의 한 고위관리는 ①우리가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면 북한군대 가 먼저 먹을 가능성이 있다. ②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수만명 수십만 명의 어린이 노약자들이 굶어죽을 것이 뻔하다. ③둘중에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한국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는 바가지인 줄 알 면서도 물을 뜨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우리는 북한이 세계로부터 식량지원을 바라는 와중에CNN방송을 불러다 거창한 군사 퍼레이드를 서 방세계에 보여주는 처사를 얼빠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국 북한은 이 게임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그 런 북한 당국을 비웃기보다 그런 일을 감행하는 북한에게서 작게는 우 려를, 크게는 공포감을 갖게 됐으며 그들은 이 공포감을 한국에 옮겨주 려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없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설득하고 있는 것은 자국민 이라기보다 정부차원의 식량지원을 꺼리는 한국이며, 미국 당국이나 NGO (민간기구)들의 고차적인 심리전으로 한국이 자꾸 궁지에 몰리고 있음 을 느끼에 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덮어놓고 식량을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지 금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북 식량지원을 역설하고 있는 토니 홀 하 원의원도 우리의 식량지원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 다면서 식량 분배과정을 국제기구가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21세기위원회 회의에서도 한국측 참석자들에 의해 거론됐다. 어떤 인사는 식량을 지원하되 KEDO가 관장하도록 하고 미국이 제공하게 돼 있는 중유대신 식량을 주자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인사는 이왕 UN 등 을 통해 주느니 한국이 먼저 한국의 결정으로 식량지원을 선도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론 어느 경우도 국제기구에 의한 분배과정의 감시가 전제돼 있었다. 또 어느 인사는 식량지원을 할 경우 식량이 대 북관계를 조정하는 [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본 대북식량지원 문제는 이제 그것을 반대하는 측을 궁 지로 모는 전략의 바람을 타고 있다. 토니 홀 의원은 이번 주말 그의 주관으로 국무성과 NGO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식량지원 토론회를 열고 지 원쪽으로 방향을 몰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주목표는 한국정부 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북한은 한국정부에 북한의 식량사정을 설명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우리의 지원을 직접 요청하지도 않고, 그리고 미국이나 국제기구를 통 해 손을 벌이면서, 그것도 [힘의 과시]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또 하 나의 실적을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존재하지 도 않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은 대단히 민감하고 위험한 시기인데 한국이 무시당하는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워싱턴에서) 발행일 : 97년 05월 0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