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4월23일(수) 08시50분52초 KST 제 목(Title): 한국논단과 말 <주간조선> [한국논단]은 개혁하는 보수를 내세우는 월간지, [말]은 진보적 시사 종합지를 표방하는 월간지이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나 현안을 보도-논평 하는 두 잡지의 색깔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의 극과 극,생각의 스펙트럼을 보는 듯하다. [말]은 85년 6월 민주언론운동협의 회 기관지로 탄생했다. [한국논단]은 보수적인 생각을 지닌 기업인과 언 론인, 교수들이 출자, 89년 9월 주식회사 형태로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 이 각기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대표하는 잡지로 이들을 꼽지만,당사자들 은 {비교되는 것조차 기분 나쁘다}는 자세이다. 그러나 두 잡지측 모두 {여론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우리같은 목소리 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설명한다. 어수선하기만한 요즘의 시국을 놓고서도 두 잡지가 진단하는 원인과 내놓는 해법은 정반대이다. 한국논단은 97년 4월호 지상토론을 통해 [김 대통령은 좌익고리 끊고 우익과 합작하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반공 우 익세력이 힘을 합해 좌경을 뿌리뽑고, 국민을 대단결시켜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말] 4월호는 조원희(국민대 경제학과) 교수의 기고문 [한국 경제의 처방약은 결국 사회민주화]를 실었다. 한보사태는 정경유착으로 금융대출을 받아 일단 일을 벌인 후 밀어붙이는 재벌의 전형적인 수법에 서 터져나온 상처로, 한국경제의 근본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 이다. 필자는 재벌 축소와경영 민주화, 중소기업 육성과 사회보장제의 본격 도입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황장엽 사건에 대해 한국논단은 그의 귀국 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사상적 혼란을 경계한다. 김태서(남북한문제연구소 소장)씨 기고(97년 4월호)를통해 {그가 오자마자 자신의 [진짜 주체사상](김일성 부자에 왜 곡되기 전)을 책이나 강연으로 피력할 경우, 민족적 사회주의나 민주 사 회주의와 비슷한 것으로 비쳐져 우리 내부의 주사파나 반체제 세력에 부 작용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말]은 황장엽의 최근 사상 변화를 분 석한 후 그의 망명이 개방파와 보수파 갈등의 산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고 진단한다. 또 [망명 배경은 측근의 4천만달러 횡령] 때문일지도 모른 다는 문명자([유에스 아시안 뉴스] 주필)씨 취재기(97년 4월호)도 실었 다. 노동법 사태에 대해서도 두 잡지의 시각을 다르다. 한국논단은 97년 2월호에 이도형 발행인의 특별 시론을 실었다. {이건 급여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행위가 아니라 체제와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한 공산 게 릴라식 빨치산 전투가 아닌가?} 그는 불법행위를 철저히 다스려야 할 정 부가 노동운동을 내건 불순세력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며 정부도 질타 한다. [말]은 노동운동을 사회 진보의 힘으로 보고 있다. 97년 1월호 표 지인물은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그가 국민에게 드리는 글도 게재 했다. {파업권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이 권리가 침해받으 면 시민사회가 파괴된다.} [말]은 [노동법 정국 감상법]과 [노동법 개악 을 반대하는 생산현장의 목소리]를 곁들여 실으면서 총파업에 지지를 보 냈다. 지난해 일어난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와 북한 잠수함의 동해안 침투사 건에 대해서도 보는 눈이 달랐다. [한국논단]이 96년 10월호에 [공산주 의를 이상으로 아는 한국학생]이라는 제목 아래 학생들을 비판하는 지상 토론을 실은 반면, [말]은 수배 중이던 한총련 의장을 인터뷰해 언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던 한총련의 이적성과 폭력성에 대한 반론 [연세대 종 합관은 야스다 강당이 아니다](96년 10월호)를 실었다. 70년대 일본 좌 익학생들이 도쿄대 야스다 강당을 점거했던 사건과 한총련 연대 점거는 동기나 과정에서 전혀 다르므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다. 북한 잠수함 사건에 대해 [한국논단]은 [북한 잠수함 누가 불러들였 나](96년 11월호)라는 기사로 구멍뚫린 대공정책을 맹비판한 반면, [말] (96년 11월호)은 잠수함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와 북한측 태도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것을 우려했다. 현정 부에 대해서는 두 잡지 다 불만스럽다. [한국논단]은 자주 {(정부가) 좌 익과 손잡았다}고 제기하고 있고, [말]은 {기득권층에 붙었다}고 공격한 다. [한국논단]은 그 연장선상에서 {차기 정권은 반공 우익 정부가 아니 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말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세력이 연합해서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논단]과 [말], 두 잡지의 차이는 탄생과정에서부터 확연하게 드 러난다. 말은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85년, 해직기자 모임인 민주 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탄생시킨 잡지. 86년 9월 문공부가 언론사에 시달하던 보도지침을 폭로, 최대 시련을 맞으면서 잡지의 성가를 굳히기 도 했다. 지금도 [말]의 사주는 민언협이다. 주식 1백%를 민언협이 갖고 있고, 사장도 민언협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한다. 군사정권이 물러난 후 문화와 사회 일반기사의 지면을 늘려가면서 시사 종합지로 거듭나고 있 는 중이다. 최근에는 말이 비판해 마지않던 대기업쪽에서도 광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사장은 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후 82년 부터 지난해까지 경향신문에서 근무했던 조양진씨. 창간 초기부터 말을 지켰던 최진섭 취재부장 등 8명의 기자가 잡지를 이끌고 있는데, 80년대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이 대부분으로 출신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으로 다양하다. 또 재미목사 김민웅(국민회의 김민석의원 형)씨, 연세 대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씨, 대중문화 평론가 김창남씨 등 기획위원과 해외통신원, 지방통신원을 두고 있다. [한국논단]은 민주화 바람이 한창 거세던 89년 9월, 사회 혼란을 우 려하는 보수층의 목소리로 탄생한 잡지. [체제 수호]가 목표라고 분명히 말한다. 벽산 코오롱 삼양사 한국유리 삼부토건 기아 동아제약 등 기업가와 양호민 이도형 송정숙씨 등 언론인, 김동건(서울대) 교수 등 학자들이 공동 출자해서 만들었다. 현재 주주는 50여명이다. 초대 발행인은 원로 언론인 양호민씨였으며, 조선일보 주일 특파원과 논설위원을 지낸 이도 형씨가 92년 3월 사장 겸 발행인으로 취임했다. 기자는 3명으로, 각계 원로 등 보수파 인사들을 토론자나 필자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논단의 캐치 프레이즈는 [개혁하는 보수] [나라를 지키는 잡지] [모든 터부에 도전하는 유일한 매체]. 진보 진영을 가차없이 좌경으로 몰아붙일 정도 로 공산주의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이에 대해 이 도형 발행인은 {공산주의는 우리나라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려는 최대 적으로, 반공은 대한민국의 가장중요한 건국이념}이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