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easons (오히려전법) 날 짜 (Date): 1996년08월27일(화) 21시43분02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21] 10억원 상속해야 중산층 1996년08월29일 제 123호 [한겨레21] 커버스토리 [Image] ******** 상속세법 개정안 “10억원 상속해야 중산층” [Image] (사진/금융실명제 실시와 함께 각광을 받고 있는 은행의 절세상품. 이렇게 돈을 모아도 10억원을 상속할 수 있는 국민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재정경제원은 최근 건전한 중산층을 보호·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상속세 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 골자는 이렇다.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 상속했 을 경우 10억원까지는 세금을 완전히 면제해 준다. 또 배우자의 경우 법 정상속분 범위 안에서 30억원까지 전액 공제되고 자녀가 없는 단독 상속 일 경우 여기에 기초공제 2억원이 더해져 32억원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아 도 된다. 상속·증여세의 세율과 과세구간을 통합해 기존 상속세법에서는 상속세과표 5천만원 이하 10%, 2억5천만원 이하 20%, 5억5천만원 이하 30 %, 5억5천만원 초과분 40%이던 상속세율을 1억 이하 10%, 5억 이하 20%, 10억 이하 30%, 10억 초과 40%로 바꿨다. 사실상 세율을 낮춰준 것이다. 이로 인해 1백억원을 상속할 경우 종전에 34억4천만원 내던 세금을 24억4 천만원만 내면 되게 됐다. ******** 국민 99%를 하류층으로 전락시킨 개정안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보면 세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우리나라의 중산층 수는 얼마나 될까. 여러 가지 여론조사에 따르 면 우리 국민의 70~80%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 나 이제는 그런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10억 정도의 재산을 상속 하지 못하면 중산층에 낄 자격이 없다. 적어도 재정경제원이 마련한 상속 세법 개정안에 따른다면 말이다. 정부는 이번 법개정의 목적이 중산층의 정당한 상속·증여에 대해서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5년 한햇동안 사망한 32만여명 가운데 배우자나 자녀가 상 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사망자의 1.1%인 3천4백64명에 불과했다. 결국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전 국민의 1% 정도밖에 되지 않 는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이들을 중산층으로 규정했다. 이제 국민의 99% 는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도대체 이 법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 정부에서 얘기하는 중산층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가. 정부가 설정한 ‘중산층’ 개념의 허구성은 유권자 수에 민감한 정치권의 반응에서도 드러났다. 야당은 물론이고 신한국당에서조차 “상속세 비과 세 수준이 너무 높게 책정돼 국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한 뒤 당의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반대의견이 많을 경우 상속세법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둘째,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열심히 일하고 알뜰히 모아 저축한다?. 틀렸다. 정답은 돈 많은 부모나 그런 부 모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가 됐다. 개미와 베짱이 얘기도 바꿔써야 할 판이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보다 부모 잘 둔 베짱이가 잘 살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돈 많은 부모를 둔 사람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땀흘려 일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10억원은 부잣집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 한푼 내지 않 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다. 월급쟁이들이 보너스로 받는 몇십만원 에도 꼬박꼬박 세금이 매겨지고 프로선수들이 받는 상금에도 세금이 부과 되는데 말이다. ******** 부의 세습은 생산력 발전을 죽인다 셋째, 이런 세법개정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세법개정방향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장점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생산성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재산의 사유를 통한 동기유발 이다. 재산의 사유는 부축적을 위한 개인의 근면을 촉진한다. 만약 노력 없이 부의 획득이 가능하다면 자본주의 생산력 발전의 주동력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70~80%까지 높이는 등 부의 세습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런 거시적인 분석을 접어두더라도 이번 상속세법 개정은 ‘중산층 생활 기반의 계속유지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법개정 의도보다는 고액자산가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안은 지난 7월 초 한국조세연구원이 공청회에 부친 ‘상속세법 개편방향’의 안보다 도 후퇴한 부분이 많아 정부의 법개정 의도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부유층 과세강화 방안의 경우 10%이상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에 대 해 20%의 할증평가율을 적용하자는 게 조세연구원의 제안이었으나 정부안 은 현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상장법인의 상속에 대해 10% 할증했던 제도를 상장법인과 장외등록법인에 확대하면서 할증평가율을 20 ~30%로 조정할 방침이었으나 재벌들의 반발과 이 제도가 위헌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일부의 지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변칙적인 상속방법의 하나인 차명주식에 대해서도 2년의 실명전환 유 예기간을 준 뒤 이 기간 동안에 실명전환을 않을 경우 조세범처벌법 위반 으로 처벌한다는 ‘주식실명제’의 도입이 검토됐지만 이 또한 위헌소지 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증여세를 물리는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이 밖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상속하는 것 처럼 한대를 뛰어넘어 직접 상속·증여 하는 세대 생략에 대해서도 30% 또는 40%를 할증과세하자는 조세연구원의 개편안 가운데 낮은 쪽이 채택됐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배우자 법정상속 분이 5억원 이하인 경우 최소한 5억원을 공제해줘 결혼연수 30년인 배우 자와 자녀 2명이 10억원을 상속할 경우 6천만원을 세금으로 내던 전과 달 리 한푼도 내지 않게 하는 등 조세연구원의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항 목들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99%에 속하는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상속세법 개정안 이 1%에 불과한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고 부의 세습을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조세형평이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임은 물론 국민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 정직한 사람만 울리는 ‘상속세’ 재정경제원이 지난 5월 발표한 94, 95년 상속·증여세 과세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사망자 30만7천명이 남긴 상속재산은 모두 25 조3천2백81억원으로 94년의 17조2천2백89억언에 비해 47%나 늘었다. 이에 비해 상속세를 낸 사람의 재산은 3조5백47억원으로 26.4%밖에 늘지 않았 다. 또 상속세 증가율은 14.9%에 불과해 35.4%가 늘어난 근로소득세에 비 해 증가율이 훨씬 낮았다. 상속세는 여전히 세상사는 ‘요령’을 제대로 모르는 바보들만 내는 ‘바보세’였고 월급쟁이는 역시 국세청의 봉이었 다. 이런 현실 때문에 국민들은 이번 상속세법 개정이 조금이라도 조세형평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권복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6년08월29일 +--------------------------------------------------- | 오히려 전 / | 법 없이도 살수 있는 놈이죠. :<))* \ +----------------------------- hmh@gregory.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