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easons (오히려전법) 날 짜 (Date): 1996년08월27일(화) 21시39분47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21]월급쟁이, 세금 이대로 내야 합� 1996년08월29일 제 123호 [한겨레21] 커버스토리 [Image] 월급쟁이, 세금 이대로 내야 합니까? [Image] (사진/자영업자나 자유 소득자에 비해 엄청난 세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월급쟁이들이 국세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외에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벤자민 플랭클린, 1789). 벤자민 프랭클린의 세금에 관한 이 유명한 명구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다 면 한편으로는 맞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틀릴 것이다. ********* 봉급쟁이 원천징수 세무공무원도 불만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가에 의해 강제 적으로 부과되는 의무니까 어쩔 수 없이 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일 것 이다. 그래서 세금을 가능한 한 피해가려 하는 게 납세자들의 공통된 속 성이다. 안 내거나 적게 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 가고 싶다고 아무나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른바 월급쟁이들은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세금으로부터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사용자가 비용 으로 인정받기 위해 근로자들의 급여 전액을 세무서에 신고하고 이를 근 거로 급여에서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는 까닭에 세금은 월급쟁이들에게 죽음처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원죄인 셈이다. 그래서 월급쟁이의 지갑 을 흔히 유리지갑이라고 한다. “월급을 타오시는 날이면 아버지께서도 ‘아이구 웬 세금을 이렇게나 많 이 떼었어, 이렇게 많이 떼고 나면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이야!’하 고 불평을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세무공무원이면서도 자기 세금 한푼 깎지 못 하세요?”하고 물으면 ‘월급쟁이는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단다’고 하십니다.” 국세청이 개청 30 돌을 맞아 지난 3월 개최한 전국 학생 세금 글짓기 현상 공모에서 고등부 금상을 받은 학생의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30년 이 상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해온 세무공무원이다. 원천징수의 공포에서 세무 공무원도 월급쟁이인 이상 열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에 다니는 김아무개(41) 차장은 상여금이 나오는 달 이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이 난다. 급여에 상여금까지 포함된 지급총 액에 세금이 부과되는 까닭에 고율의 세율이 적용돼 세액이 평소보다 껑 충 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말 심했다. 월급과 연말 상여금 30 0%에다 회사 경영실적 호전으로 특별보너스까지 받게 된다는 기대 속에서 급여명세서를 받아 든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상소리가 튀어나 왔다. 지급명세서상의 지급총액은 급여와 300%의 상여금 그리고 특별보너 스까지 합해 8백만원. 그러나 실지급액란에 적혀 있는 금액은 3백80만원. 절반이 넘게 달아나버린 것이다. 매달 원천징수 때 덜 걷은 세금을 연말 정산이란 미명으로 3백60만원이나 거둬갔고 12월 지급분에 대해서는 세금 으로 다시 60만원을 떼어 갔다. 손에 쥔 돈보다 세무서로 간 돈이 더 많 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민 것이다. 그는 지난 95년 급여, 상여금, 특별보 너스 등을 합쳐 연봉 기준으로 모두 4천9백20만5천원을 받았다. 여기서 필요경비적 공제를 하고 난 순소득격인 근로소득이 4천1백52만1천9백20만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19.8%인 8백22만4천90원을 세금으로 냈다. ********* 의사가 신고한 한달 수입은 88만원 김 차장은 세금이 많아도 똑같이만 낸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사업을 하는 고교 동창과 변 호사인 대학동창의 경우 분명히 자신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데도 세금은 적게 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들이 자신의 수입이나 세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준 적은 없지만 평소 씀씀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럴 것이라고 믿어진다. ********* “나도 이놈의 월급쟁이질 그만두고 장사나 해.”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근로소득자 말고 사업소득자나 변호사와 의사 같 은 자유직업소득자의 경우 벤자민 플랭클린의 명구가 적용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바로 우리 조세제도의 형평성 문제와 분배정 의 문제로 직결된다. 흔히 조세제도의 형평성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형평성을 의미하는 수직적 형평성과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또는 자유 직업소득자 사이의 형평성인 수평적 형평성으로 나뉜다. 같은 처지에 있 는 사람은 반드시 같이 취급돼야 한다는 수평적 형평성은 쉽게 말해 소득 이 같다면 세금도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우리 조세제 도의 경우 수직적 형평성보다 수평적 형평성에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다. 즉 근로소득자들이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에 비해 세 부담이 훨 씬 크다는 것이다. 분배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결과의 불평등보다 오히 려 과정에 대한 불평등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즉 특정 집단이 세제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고 그 결과 세 부담이 가중된다면 이는 단순히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생기는 불만의 정도를 넘어선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은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고 있을 것이라는 김 차장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 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이 어느 정도나 소득을 누락시켜 세금을 얼마나 떼먹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우선 당사자들이 입을 열 리 만무다. 또 국세청도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 신고 소득액만 확보하고 있을 뿐 실제소득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세무조사를 통해 실제소득을 확인하더라도 국세청은 사생활 보호차원 에서 그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 득자들이 실제로 얼마를 벌어 얼마를 빼돌린 뒤 세무서에 소득으로 얼마 를 신고하는지는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주 우연한 경우을 빼놓고 말이 다. 그 우연한 경우 중 우선 의사의 경우. 외과의원 원장인 염아무개씨는 지 난 89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염씨의 나이는 41살. 사고를 낸 가해 자쪽은 염씨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피해보상을 위해 가해 자쪽 보험회사가 세무서에 확인한 결과 염씨의 신고소득은 월 88만원. 그 러자 유족들이 펄쩍 뛰었다. 그것은 세무서 신고소득일 뿐 실제소득은 아 니라는 주장이다. 유족들은 염씨가 실제로는 한달에 평균 1천5백만원씩 벌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이 주장하는 실제소득은 신고소득보다 무려 17 배나 많은 것이다. 유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염씨는 실제 소득중 94%는 누 락시키고 6%만 세무서에 신고한 것이 된다. 결국 가해자와 유족은 법정까 지 갔고 법원은 92년 “염씨의 유족들이 월소득 1천5백만원에 정년을 70 살로 해 청구한 28억원의 손해배상은 인정할 수 없고 표준소득표상 의사 들의 월평균 임금인 3백60만원을 기준으로 3억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 결했다. 그러나 의료보험의 확대로 의사의 경우 소득 누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 다고 세무전문가들은 말한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의사의 경우 성형 외과나 치과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의료보험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세원이 대부분 드러나 탈루가 예전만큼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변호사의 경우는 아직도 요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변 호사는 의사보다 세원 관리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 근로자가구 세 부담 근로자 외 가구의 4.13배 (사진/변호사들은 법을 제대로 지킬까? 적어도 세금을 내는 데에 [Image] 있어서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세무서는 보통 변호사협회가 갖고 있는 사건경유부를 통해 변호사들의 수 임 건수를 파악한다. 그러나 사건경유부를 곧이곧대로 믿는 세무공무원은 거의 없다. 수임사건 신고 누락, 수임료 이면계약, 성공사례비 약속 등을 통한 소득 누락이 변호사업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최아무개(44)씨는 89년 교통사고를 당해 가해자를 대상으로 두달 간의 치료비와 수입 손실 및 노동능력 20% 상실에 따른 장래 손해발생액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최씨가 사고 발생 전까지 세무서에 신고한 월평균 소득 3백80만원을 기준으로 삼아 가해자에게 모 두 2천1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씨는 손해배상금 액수가 적다며 판결에 불복했다. 결국엔 대법원까지 갔다. 최씨는 92년 7월 대법 원에 상고하면서 자신의 실제소득은 신고소득보다 훨씬 많다며 증빙서류 까지 제출했다. 최씨 스스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사건경유부를 과세표준 으로 삼기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상고이유서에서 “형사사건에 서 변호사회의 규정수임료를 받는 경우는 없으며 보통 건당 1백50만~2백 만원의 수임료를 받은 게 현실이고 손해배상사건의 경우는 보통 승소가액 의 20`~30%를 사례비로 받는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시골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내가 60평 아파트에 살면서 2개 은행에 매달 6백42만원의 정기적금을 붓고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데 이는 월평균 순소득이 1천만원 이상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부는 93년 3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씨와 염씨는 극히 예외적 경우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렇지 않다. 상당수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이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조세정책과 소득재분배> 보고서에 따 르면 근로자가구는 총소득 중 평균 3.35%를 소득세로 물고 있는 반면 근 로자 외 가구, 즉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 가구의 소득세 부담률은 2. 67%로 나타났다고 한다. 근로자가구가 근로자 외 가구보다 소득세를 평균 25% 더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저소득 층까지 포함한 것이고 조사대상을 소득규모에 따라 10개 계층으로 나눠 각 계층별로 비교하면 근로자가구과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세 부담 격차 는 더욱 벌어진다. 상위 10분위 계층의 경우 근로자가구의 세 부담이 근 로자 외 가구보다 4.13배나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구는 한해 3 천3백만원을 벌어 그 가운데 12.9%인 4백28만원을 소득세로 내는 반면 자 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는 똑같은 소득을 올렸더라도 세금은 3.1%인 1백 3만원밖에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자료 접근의 제약 때문에 소 득자료를 바로 사용하지 못했고 지출을 통해 소득을 추정한 뒤 분석했다. 또 그 자료도 87년치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조세연구원은 이러 한 한계에 대해 “조사의 바탕이 되는 자료를 통계자료 확보상 87년치로 인용했지만 그 뒤 과세체계나 과세행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수평적 형평성이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는 게 아니라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 조세형평성 살려야 분배정의도 산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95년 국세는 모두 56조7천7백59억원이 걷혀 94 년보다 20.1% 더 걷혔다. 그런데 이를 세목별로 나눠보면 근로소득세 징 수액이 5조7백83억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세 징수액 증가율 35.4%는 각종 세목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의 신 고분 소득세 징수액은 13.5% 증가에 그쳤다. 재정경제원은 이에 대해 지 난해 경기가 좋아 근로자들이 특별상여금이나 성과급을 많이 받았고 새로 취업한 근로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높았다고 설명했 다. 그렇다면 호황은 근로자들에게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자영업자 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은 실물경기에서 동떨어져 산다는 얘긴가. 재경원의 설명은 최근 몇년치 통계자료를 함께 놓고 볼 경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근로소득세 징수 실적 증가율이 국세나 자영업자와 자유직업소득자들의 신고분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9년 45.3%, 93년 12.2%, 94년 25.3% 95년 35.4%인 반면 국세 증가율은 92 년 16.2%, 93년 11.5%, 94년 20.4% 95년 20.1%에 그쳤다. 또 신고분 세금 증가율 역시 92년 5.3%, 93년 30.7, 94년 14.2%, 95년 13.5%로 근로소득 세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정부가 조세 형평성 증진에 노력하기보다는 세수 증대를 손쉽게 거둘 수 있는 근로소득세에 의존해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세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영업자와 의사, 변호사 등 자유직업소득 자들에 대한 과세를 철저히 해 조세의 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간의 세 부 담 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수입금액을 정확하 게 포착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에 대해 근로소득자 수 준의 과세를 하기는 세무기술상의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우 리 사회 전반적으로 성실납세 의식이 결여돼 있어 자기가 실제 벌어들인 소득을 그대로 신고하는 자영업자나 자유직업소득자들을 기대하기도 어렵 고 이들이 수입금액을 누락시킨다 해도 현재의 세무공무원 인력으로 이를 정확히 포착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세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이 계속 후퇴하고 있는 상 황을 방치할 경우 분배정의는 물론 국가재정에도 세수 부족 같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세전문가들은 그러나 수평적 형평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낮춰주는 쪽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 고 있다. 한림대 나성린 교수(경제학)는 “우리의 경우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의 약 50%가 면세자이고 근로소득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외국에 비 해 높지 않다” 고 전제한 뒤 “수평적 형평성 제고는 사업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이를 위해 자영업자들의 장부기록을 의무화하고 탈세를 제도적으로 조장해 부 가가치세제를 문란시키는 과세특례제도와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또 변호사와 의사, 공인회계사 등 자유직업소득자들에 대한 세무관리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 근로소득자에 대한 차별적 세 부담 개선해야 물론 이런 방안들을 시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이해 당사자들 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자에 대한 차별적 세 부담 을 계속 방치할 경우 그동안 내라는 대로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월급쟁이 들로부터 이런 반발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왜 우리만 제대로 내나. 억울해서 더이상 세금 못 내겠다” 하고 말이 다. 안재승·권복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6년08월29일 ---------------------------------------------------------------------------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 +--------------------------------------------------- | 오히려 전 / | 법 없이도 살수 있는 놈이죠. :<))* \ +----------------------------- hmh@gregory.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