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hermit (담배줄이기) 날 짜 (Date): 1995년11월25일(토) 17시00분13초 KST 제 목(Title): 조선일보사설해석부탁 다음은 토요일자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많은 분들이 조선일보를 싫어하시겠지만 제가 오늘 읽어본 신문은 조선일보 밖에 없구요, 이 사설에 대한 해설을 듣고 싶어서 올립니다. 조선일보가 김영삼팬이란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본 사설은 그와 좀 다른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여러분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시는지 알고 싶읍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 <사설> 5.18 승부수 김영삼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5·18 특별법」 을 수용키로 한 결정에 대해 우리는 크게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5·18」 자체의 문제다. 우리는 지난 7월 검찰이 5·18에 대 한 「공소권 없음」 을 발표했을 때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우리는 7월20일 자 사설에서 5·17을 사실상의 군부 쿠데타로 규정하고서도 그것의 법적 처리를 회피한 정부의 처사를 비판하면서 『그것이 정치의 영역이 되건, 역사의 문제로 귀속되건 그 최종적 판단은 정부의 몫이 아니라 사법부에 맡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현 시점에서 소급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대한 전례를 남기게 된다. 쿠데타 등 탈헌법적 상황에서 활용되어온 소급입법 을 문민정부에서 제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으며 자칫 이 법에 따른 심판으로 5·18 이후의 모든 정치적 행정적 결정에 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의 문제 가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 것은 그동안 이를 둘러싼 갈 등과 마찰에 어떤 형태로든 종지부를 찍을수 있게 됐다는 것을 대승적 차 원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특 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김대통령과 정부가 취해온 반대 또는 소극적 입장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마치 5·18특별법 문제가 어 제 오늘 제기된 것처럼 태도를 바꾸면서 이미 제기된 특별법 요구의 수용 이라는 형식을 애써 피하고 자기들의 선수로 이 법을 만드는 것처럼 발표 하는 당사자들의 천연덕스러움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여당이 특별법을 만들기로 한 태도변화가 결코 5·18문제 자체에 비중을 둔 순수한 결정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김대통령 은 이것을 「로태우 비자금」 정국을 정면 돌파하려는 승부수로 삼은 것이 다. 이것이 특별법 수용의 정치적 해석이다. 김대통령은 이제 5-6공 세력과의 전면 단절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 다. 김대통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4월 총선에서의 승리다. 거기서 지면 김정권의 생명력은 그날로 마감된다. 이제까지 그로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 과 무관할 수 없는 5-6공 세력과 결별하고서는 총선에서 승리할 자 신이 없었다. 5-6공과의 공존이라는 그의 선택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노비자금 사건은 정국의 양상을 뒤흔들어 버렸다. 김대중씨는 「20억+알파」설로 큰 상처를 입었다. 김종필씨야말로 「과 거」의 대표적 인물로 새삼 인식되고 있다. 김대통령에 대한 야당 특히 국 민회의측의 공세는 세가지다. 하나는 대선자금의 공개고 다른 하나는 5·18특별법 요구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구세력과의 「야합」 에 대한 비난 이다. 김대통령은 야당의 최대 무기의 하나인 「5·18」 을 수용함으로써 그것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아마도 대선자금 공 개일 것이다. 그리고 5·18특별법수용으로 구세력과의 단절을 통한 역 3 당 통합의 길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김대통령의 결정은 상당한 도박이다. 하나의 관 점은 그가 부딪치게 될 기득권세력 또는 군, 또는 보수세력의 만만치 않 은 반발이다. 이번 비자금 사건으로 선거와 정치에 있어 정치자금의 비중 은 결정적으로 낮아졌다. 그렇다면 어차피 재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판국에 「새로운 세력」 으로 판을 짜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고 판 단했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가 집권 초기에 겪었던 5-6공세력, 기성 세력의 벽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두번째의 도박성은 앞으로 김대통령이 5-6공세력을 자르고 그 자리에 앉힐 「새로운 개혁세력」들이 과연 누구들이며 그들이 제대로 표를 모아 올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5·18특별법 제정으로 자신의 일생일대의 중대한 승부수 를 던졌다. 바로 그가 단죄하려고 하는 5·17 쿠데타의 주동자의 하나인 로태우, 5·16쿠데타의 주동자의 하나인 김종필씨 등과 함께 3당 통합을 해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쥔 것이 하나의 숭부수였다면 5년의 세월이 지난 이제 그 역순으로 5·18을 단죄함으로써 그들과 손을 끊으려는 김영삼 대 통령의 오늘의 결정은 그의 또 다른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