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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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zeo (ZeoDtr)
날 짜 (Date): 2007년 6월 20일 수요일 오후 03시 10분 56초
제 목(Title): Re: 철학의 효용?


>그러면 zeo님이 아시는 기독교에서는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는 얘기도 할 
필요가 
>없고 하지도 않겠네요?


왜요?


>불교에서는 그게 reset 스위치 역할을 하신다고 했었는데요.


제 글을 제대로 읽으셨다면 그것이 (실제로 죄값을 치르는 것보다는 쉬운) 
'탕감'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셨을텐데요.


>미리 회개를 예정하고 죄를 범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신을 농락한다는 겁니다. 
>그런 것을 허용할 리가 없죠.


회개 예정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요.
죄 탕감의 난이도에 집중해 보세요.
회개가 너무 거창하다면 천주교의 고해를 생각하셔도 되고, 하다못해 매일 밤 
잠자기 전에 드리는 기도라도 생각해 보세요. 고해를 하면 용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고, 기도할 때 죄를 고백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즉, 적어도 
당사자들에게는 죄를 사함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신을 농락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종교가 제공하는 정상적인 개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죄가 쉽게 탕감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처벌이 약하다는 것과도 
같죠. 이것은 공양에도 적용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럼 이제 질문에 다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님이 양심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것처럼 얘기하시기에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물론 법이 없어도 80에서 90퍼센트의 인간들은 
>양처럼 살아가겠지만, 양심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처벌을 받을 것인지 여부가 범죄를 저지를지를 판가름하는 10에서 20퍼센트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 이 정도면 대재앙이 오기에 충분한 수치인 겁니다.
>님이 여기에 다시 처벌을 언급하시듯이.


당연히 양심은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양심과 이익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양심을 만족시키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으니까요. 욕구 충족 = 
이익. 맞죠?

그리고 셀라님 말대로 양심에 털난 사람 10~20%가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들이 과연 비자연과학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받아들여야 효용성이 있든지 말든지 하겠죠. (아래 기회비용 
얘기도 참고하세요)


>종교인이라도 그 비유물론적인 세계관을 100퍼센트 믿지는 않으니까요.
>또한 세상에는 유물론자들도 꽤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이 제가 처음부터 말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셀라님은 기회비용이란 용어를 아시겠지요?
그렇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비유물론적 세계관을 
들이대는 것이 범죄율을 낮추겠습니까, 아니면 차라리 그들을 위해 유물론적 
비전을 만들어 제시하거나, 세계관 따위와는 무관한 감정적 보살핌을 
제공하거나, 사회적인 복지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낫겠습니까?

저는 적어도 첫번째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님의 논지가 
'효용'의 측면에서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따라서 큰 시간 스케일의 성적표 매기기만으로는 불완전하고
>작은 시간 스케일의 성적표 매기기가 필요한 거죠.


저는 거기서 '큰 시간 스케일'의 성적표 매기기는 부작용까지 생각할 때 
쓸모없다는 겁니다. 부작용에 대한 것은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것이구요. 그런 
성적표, 님도 얘기하셨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요. 먹혀들지 않는 걸 자꾸 
효용성 있다고 주장하시는 거구요.


>그리고 어차피 유물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100퍼센트는 아닌 것이고 
>대부분 무의식중에 유신론을 갖고 있죠. 


그래서요?
똑같이 얘기해 볼까요?
그리고 어차피 유신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100퍼센트는 아닌 것이고
대부분 무의식중에 '지옥이나 내세가 어딨어'라는 유물론적인 생각을 갖고 
있죠.
이 말은 님이 먼저 하셨으니 동의하실 것 같군요.


>zeo님도 kimsr님에게 제가 질문한 것에 대답해 보시죠. 
>과연 중고물품을 살 때 찝찝할지, 공동묘지에서 무섭지 않은지.


찝찝하지 않습니다.

공동묘지는... 사실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 묘지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노스탤지어 같은 것도 있죠. 초딩때 
공동묘지로 소풍도 몇 번 갔었고, 명절때마다 찾아갔던 기억도 있고. 제가 
다니던 교회(15년 이상을 꼬박꼬박 다녔고, 지금도 공식적으로 적을 두고 
있습니다)에서는 12월 31일 밤에 청소년부와 청년부가 공동묘지에 우루루 몰려 
올라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재밌었지요.

하지만 밤에 혼자 갔을 때는 어떨 것이냐? 음, 아마도 그와 비슷하게 한적한 
산길을 밤에 걸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올지도 모르겠군요. 두려움. 쭈뼛거림 
등등 말입니다. 이것은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인간 본성과 관계가 있고, 어릴 
때부터 귀신 얘기를 - 귀신이 묘지에서만 나오지는 않지요? - 상당히 많이 읽은 
경험이 있어서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귀신'이 두렵다? 네... 그런 느낌이 체화되어 있는 게 맞아요. 사실 
이성적으로는 그것이 허구이며,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맹수나 적대적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 기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쭈뼛거리는 건 어쩔 수 없지요. 그건 거의 '아랫도리'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불편하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저는 귀신 이야기의 피해자라는 거죠. 인간 
본성에서 기반한 우화격인 비자연과학적 세계관이 인간 본성의 약점을 
파고들어와서 피해를 끼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는 아무 쓸모 없는데도요.

이것은 비과학적인 세계관의 폐해입니다.


>드러내는 예가 되겠지만 그것은 학교에 있는 단군상에 대한 것이고, 천도교
>사원(?)에 있는 단군상까지 훼손시키는 걸 용인하는 건 아니죠.


그건 아마도 천도교 사원(?)에 침입하기가 좀더 어렵고, 거사를 했을 때 그 
대가(처벌?)가 더 심각해서일 겁니다.


>그러니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처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비해서는 말이죠.


그래서 비자연과학적 세계관에서의 처벌 개념을 아는 사람들은 범죄율이 낮다는 
것인가요? 셀라님도 그 개념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별 
효용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 정도가 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당사자든, 그것을 주입하는 사람이든)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그 외의 
방법들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일까요? (기회비용...)



ZZZZZ             "Why are they trying to kill me?"
  zZ  eeee  ooo   "Because they don't know you are already dead."
 zZ   Eeee O  O
ZZZZZ Eeee OOO        - Devil Doll, 'The Girl Who Was...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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