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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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freeway (limelite)
날 짜 (Date): 2000년 10월  9일 월요일 오후 03시 09분 30초
제 목(Title): Re:  


>그럴듯하긴 한데 '인간의 입장에서' 추론한 것 아닐까요? 개가 풀을 뜯는 진짜
>이유는 개가 설명해주어야 할 문제인데... 의식 수준 이하에서 작동하는 본능적
>장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지렁이를 잘랐을 때 심하게 뒤틀며
>꿈틀거리는 이유가 '아픔' 때문이 아니라는 얘긴 유명하죠.

정말 그런 거 맞나고 물으신다면, 저야 뭐 할 말 없지요. ^^
단지, TV에서 그런 것을 보여주면(비슷한 장면과 설명을
최소한 2번은 본 것 같은데요), 여태 그런 동물 다큐멘
타리 필름들이 그랬듯이 사자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한
학자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밖에 사자의 여러 행동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행동을 포함한 그 모든 행동이 의식과 인식이 없는 본능
적인 행동이라고만 한다면 너무나 이상한 점이 많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 정도만
되도 본능적으로만 행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으
니까요. 
기타, 지능의 발달에 대한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파충
류에서 사자, 침팬지나 돌고래, 인간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유연한 증가세의 상관관계를 보일 것으로 생각
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고요. 또, 지렁이보다는 사자가
인간에 훨씬 가까운 의식수준을 가졌다고 보는 것도
자연스럽고, 따라서 그들의 행태를 파악하는데 인간의
행태를 참작하는 것이나 그 역이 잘못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처럼 지나치지만
않다면)
어째거나, 사자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침팬지와 비교하면, 인간이 침팬지 정도일 때 벌써
섹스와 번식의 상관관계를 알았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실 수 있을까요?


참고로, 현대 동물학자들이 사자 등의 생태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 중 하나의 예가, 비교적 가까운 80년대까지만
해도 사자무리에서 숫사자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잘못된
생각이 많았지요. 사자 사회는 모권사회고 숫사자는
여기에 빌붙어서 먹을 것이나 얻어먹고 번식이나 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요. 그러면서, 숫사자의 갈기는
암사자에게 물어뜯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다라는
재미있는(?) 추측까지 나왔습니다.
90년대의 동물 다큐멘타리를 보면 이런 생각이 많이
수정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자 사회가 모계사회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일치하지만, 숫사자의 역할이 빌붙어서
먹이만 축내는 것이 아니라 무리의 대장 노릇을 하는
것이며, 사자 무리와 그 영토를 지배하는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자란 숫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서
자기가 지배하는 무리를 가지게 될 때까지 방랑생활을
하는 모습도 담아냈고요.
물론, 이런 과거의 오류를 이유로 현대 동물학자들의
사자에 대한 이해를 모두 부정한다면, 진화론의 몇몇
결함을 이유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론자들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겠지요. 과거의 동물에 대한 이해를
계승하는 면과 오류를 수정하는 면이 뚜렷하고, 그
근거들을 찾아냈고, 사자 행태 전체의 이해에 좀 더
근접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이해의 발전은 현대 동물
학자들이 사자의 행동에 대해 좀 더 정교하게 이해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관련지어서 생각해 볼 것으로... 혹시 "고스트&다크니스"
라는 19세기말을 배경으로 식인사자 2마리가 나오는
영화를 기억하고, 영화에서 그 식인사자 2마리가 자기
무리도 없이 따로 떨어져서 생활했던 것으로 밝혀졌던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면, 현대 동물학자들에 의한 여러
동물 다큐멘타리가 답을 줄 수 있습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숫사자들은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 두세
마리씩 어울려다니기도 한다는군요. 그러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사냥하는데도 좋고, 나중에 암사자 무리를
차치하기 위해 그 쪽 대장 숫사자(들)과 싸움을 할
때도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대단한 맹수로 그려졌던 숫사자들이 사실은
그렇게 낙오(?)해서 자기 무리도 없었던 떠돌이
숫컷들이었고, 어쩌다 쉬워보이는 먹이감 사람에 맛을
들였던 것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동물 사회는 대부분 부계사회
이고, 특히 인간과 가까운 원숭이나 침팬지 사회도
그렇고, 사자처럼 모계사회라도 부권이 여전히 강한데,
인간 사회 발달 초기의 모계사회 전통은 어떻게 발생
하게 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가 잠깐 백과사전을 찾아보니까, 19세기의 모건의
학설에 근거한 앵겔스의 주장은 20세기 인류학자들에게
많은 공박을 받았으며, 모계사회도 하나의 모델로 설명
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나 중국을 포함한 여러 
문명권 국가의 고대 설화를 분석해 보면 고대의 여러
부족사회에서 모계사회의 전통을 읽을 수 있거나,
최소한 모권이 부권에 비해서 약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는군요.
보통 고대 사회일수록 동물 사회와 비슷한 면이 더
많았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고대 인간 사회의 모계
사회 전통은 독특하게 생각되는 면이 있습니다. 수렵과
채취를 통해 물자를 조달하는 원시적인 단계에서
경작이 도입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모계사회 전통이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고요.

(당연히 이런 의문은, 인종론에 집착했던 전체주의자
들처럼 이것을 근거로 인간에게는 부권이 강한 것이
자연스럽다는 남성중심관을 주장하기 위한 것은 아닙
니다. ^^
남녀관에서는 본성적인 남성우위를 주장하면서, 사회
적으로는 인간 본성과 거스르는 보편한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사회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되고 잘못된
생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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