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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porori (포로리)
날 짜 (Date): 2000년 3월 21일 화요일 오전 10시 06분 40초
제 목(Title): Re: [펌] 구조 언어학


토론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냥 사소한 것 몇가지만 말씀드리지요.
 
 
>제가 얘기한 '전반적인 언어 구조'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인
>빠롤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언어 기호를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기호로서의
>공통적인 규칙을 포함해서 얘기한 것입니다.
>우리가 실제 생활의 여러 환경에서 사용하는 말들에도 이러한 랑그로서의 규칙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랑그에서 벗어나면 의사 전달이 분명히 힘듭니다.

  제가 쓴 이전 글의 요지는 '랑그'와 '빠롤' 이란 양 개념의 확연한 구분이 
구조주의적 방법론의 핵심인데, Hyena님의 글에선 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혼동되어 설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랑그'와 '빠롤' 개념의 정의를 확인하려던 게 아닙니다. 


>소쉬르도 그의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더 넓은 범위의 기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이전의 언어학을 확장시킨 기호학이란 학문이 존재해야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

  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주변 환경'이란 말을 굳이 랑그에 포함시키기
위해 기호학 생성 배경과의 인과 관계를 굳이 설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기호와 실재와의 대응 관계를 주장하는 전통적인 언어본체론자 혹은 
언어실체론자들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면서 정립한 것이 소쉬르의
'기호학'이라고 봤습니다만.
  

>원래 게스트분이 얘기한 맥락의존성이라는 것은 이미 소쉬르가 얘기한 결합체라는
>개념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진경 씨 글에서도 나오죠)
>결합체란 개념 안에는 언어의 의미는 주어진 일정한 콘텍스트 내에서 가진다는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결합체도 전체 언어 구조 중의 한 측면이
>되는 것입니다. 언어를 기호로 확장 시키면 언어가 사용되는 여러 주변 환경도
>언어와 함께 결합체의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주변환경'이란 말을 인간 개개인의 언어가 말해지는 다양한 생활환경
(빠롤를 위한 환경)으로 이해했습니다만, Hyena 님은 언어 구조내 존재하는
 문맥을 확장한 개념으로 사용하셨군요. 

 언어에 관해 소쉬르가 중시했던 것은 그냥 '체계' 자체에 국한되어 있던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어학에서 유일하고 진정한 대상은 언어뿐이고, 그 자체로서 그것만을 
위해 연구되어야 한다" - 소쉬르의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지요.

 언어 외적인 현상 혹은 환경을 굳이 연구하지 않아도 언어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질서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소쉬르의 기본적인 주장인데, 
Hyena님이 사용하신 '주변 환경'이란 단어는 부적합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한 듯 하니 넘어가도록 하지요.

  
>소쉬르는 빠롤에도 관심이 많아 빠롤의 일종인 애너그램의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애너그램이 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다만 그의 방대한 빠롤 연구는 생전에 알려지지 않았고, 사후 한참 후에야
>뒤늦게 그 방대한 원고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 뿐아니라 그의 일반 언어학 강의조차도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싫어해서
>강의 직후에 강의 노트를 일일이 없애버려서, 이것이 엉뚱한 사람들이 제자들의
>노트를 근거로 그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출판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의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출판 할 때 강의 노트 중에서 빠롤에 관한 내용은 임의로 삭제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랑그를 밝혀내고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빠롤들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요. 
 
 다만 언어학 연구에 대한 소쉬르의 방법론을 나중에 사람들이 구조주의라고 
명명했는데, 결국 연구해서 논증하고자 하는 그 학문적 관심 대상은 바로 
'랑그'에 있다는 얘기죠. 

 개론서에도 많이 나와있는 얘기니까 굳이 재론할 필요 없겠지요.

                            

>그리고 구조 언어학이나 포스트 구조주의를 비롯한 구조주의 계열의 적용 범위가
>언어학과 그 인접 분야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는 너무 과소 평가라고 봅니다.

 저는 영향의 범위를 직접 축소해서 말한 기억이 없군요.
 다만 언어학 외의 분야에 끼친 영향이나 대중적인 상식의 확산 정도를 보았을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평가는 좀 과하다는 얘기였을 뿐이지요.

 소쉬르의 추종자들이라면 모를까,... 글쎄요.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서 아무리 자연 과학이라도 그 표현과 전달은 언어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따라서 구조 언어학에서의 발견의 영향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 체계가 
>달라지면논리 체계가 달라지고, 논리 체계가 달라지면 전체적으로 아주 다른 
>체계가되어버립니다.

 너무 무리한 말씀이시군요.

 무슨 근거로 구조 언어학이 우리의 언어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시나요?

 구조주의가 중시하는 '랑그'는 불변하는 배후의 고유 질서 체계입니다. 
 불변의 보편적인 체계(= 랑그)를 연구하는 학문이 그 체계를 변화시킨다라 ? 

 우리가 랑그에 대해 더 많은 것 혹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나 논리가 바뀔까요 ? 

 글을 좀 잘못 쓰셨던가 약간 오버하신 듯...


>과학적 방법론이 의지하는 논리라는 것도 언어 논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만일 거기서 벗어나면 역설이 돼버리겠죠.
>따라서,  구조 언어학에서의 새로운 발견의 영향은 분명히 자연 과학이라고 예외가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적 방법론이나 자연과학적 방법론이 그 근본적인 밑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 같은 것에 있어서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분야에나 절대적인
>법칙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제 말을 오해하고 계시군요. 

 애시당초 구조주의란 놈이 자연과학의 방법론까지 대체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란 뜻이었는데요. 
 
 후대 사람들이 구조주의적 방법론을 지나치게 추종한 나머지 자연과학에까지
그만의 방법론을 확대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행위에 관해 회의적이라는
 얘기였습니다만.

 
>그렇게 자연과학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기에 최근에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이 애써
>자연과학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자연 과학적인 결과를 근거로 한 주장을 많이
>펴고 있고,
>이에 대해 와인버그나 소칼같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헤프닝이 벌어지는
>이유겠죠.

 들뢰즈, 라깡, 크리스테바 등등 소칼의 책에서 희화되는 철학자들은
(후기 구조주의를 위해서) 자연과학의 방법론때문에 충돌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말그대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이나 주장을 현대 물리학의 성과가 지지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었던거지요. 

 소칼이 지적했던 건 이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현대 물리학, 수학을
순 엉터리로 이해한데다 완전히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칼은 전통적인 맑스주의자로 알려져 있고 인식론적 상대주의에 관해
심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소위 과학 철학하는 이들이 이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사변적인 거짓말(?)에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군요. 
 책에서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데리다를 비롯한 여러 포스트모더니스트들
에게서 흔히 보이는 '반실재론적' 경향도 이런 그의 반감에 한몫 했겠죠. 

 
>다만 아직 구조주의 계열과 자연과학의 본격적인 충돌은 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본격적인 대규모적 충돌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근본적으로 철학에서조차 서로 다르다는 것이 옆에 있다는 것은 쉽게 참을 수
>없는 일이죠.

 뭐 그런 충돌이 있던 말던 전 상관없고, 별 관심도 없지만, 정치적인 
개싸움으로 까지 번지는 걸 보니 참 재밌던데요. 

 알아서 잘들 하겠죠. :)

 
 
> Ps) 책 추천해셔서 고맙습니다. 구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정말로(!) 읽으실 거라면 , 나중에 언제라도 감상문을 부탁해도 될까요.

 후기 구조주의는 자신이 해체하고자 하는 근대 주체 철학에서 오히려
전혀 벗어나지 못했고 그 한계에 자신도 모르게 머물러 있어 자승자박식 
논리라는 것이 그 책의 주요 내용중 하난데, 저는 그게 옳다고 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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