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porori (포로리)
날 짜 (Date): 2000년 3월 20일 월요일 오전 09시 32분 02초
제 목(Title): Re: [펌] 구조 언어학



>구조 언어학의 의의는 단어 의미가 언어 구조 속에 있다는 새로운 발견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맥락의존성도 전반적인 언어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전반적인 언어 구조라는 것이 꼭 언어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사용되는
>전반적인 주변 환경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소쉬르에 따르면 단어의 의미는 세상의 사물이나 실재에 무관하게 
언어 구조안에서만 성립된다는 겁니다. 

 언어는 세상의 사물이나 실재에 대한 지시로서 기호의 실체가 
아니라 단지 '형식'일 뿐이고, 단어 또는 문장 역시 그 형식 체계내
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죠.

 이런 추상적인 형식체계일 뿐인 언어를 인간이 실제 생활(주변 환경 ?)
에서 사용하여 말하는 행위 - 이게 바로 '빠롤' 아닙니까. 

 소쉬르는 빠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요. 이런 빠롤을 규제하고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랑그'를 연구하는 것이 구조주의의 주된
관심이지요. 

 랑그와 빠롤의 구분이 소쉬르 주장 혹은 구조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데, 어째 혼동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래서 언어를 확대한 기호란 개념을 도입한 것이겠죠.

 전반적인 언어구조(?)의 범주 설정을 위해서 기호란 개념을 도입했던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전적인 기호학 연구"의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기호 자체의 의미는 실재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이라는 주장을 
했던 거지요. 

 
>구조 언어학의 발견은 그 이전에 단어의 의미가 그 단어 자체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다는 단순한 개념에 비하면 그 방향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죠.

 언어학내에서는 아주 혁명적인 주장이긴 했지만,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실재와 언어가 직접적으로 대응하는지에 관한 회의는 이미 17세기의
프란시스 베이컨에 의해서 지적되기도 했잖아요.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시장의 우상'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죠.

 이미 많은 철학자들이 꽤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문제였지만
언어학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기본 틀로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이
업적이라면 업적이겠군요. 

 사견입니다만 언어학이나 구조주의 이외에 소쉬르가 끼친 영항의 
정도를 봤을 때 좀 과장된 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구조주의는 아직 과학계에서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보이네요.
>도리어, 구조주의는 이전 과학의 방법론을 비판하고 있죠.
>구조주의가 말하는 과학이란 현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과학하고는 다른 것입니다.
>구조주의를 받아들인 분야는 인류학을 필두로 주로 인문학 쪽이지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는 아직 먼나라 이야기인 듯합니다.

 과학계가 '자연과학'을 의미하시는 거라면 당연한 얘기죠. 인문학 이외에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구조주의적 방법론이 사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구조주의의 주장은 자연과학 연구에 사용되는 경험에 기반한 실증주의적 방법을 
인문학에서도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 아니었나요?

 혹시 과학철학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회구성주의적 입장을 의미하시는 건지요?


>그래서 요즘 번역되어 나온 1997년에 일어난 소칼 논쟁도 그러한 기존 과학계와
>구조주의계열과의 첫 충돌이라고 봅니다. 사실은 그것도 구조주의를 비판한 포스트
>구조주의와의 충돌이지만…

 첫 충돌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포퍼나 라카토스, 쿤, 파이어벤트 등으로부터 
확산되어온 과학에 대한 사회 구성주의적인 입장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내부적으로 반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무시하거나 
무관심해왔던 거죠. 

 그러다 90년대 초에 루이스 월퍼트가 이런 과학철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미 
반박하는 책을 썼고 와인버그같은 유명한 물리학자가 비판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소칼의 등장은 이런 양 진영의 설전이 가속화되어 가는 중에 일종의 코메디
같은 헤프닝에서 시작된 거지요. (= "소셜 텍스트"지의 논문 기고 사건 )

 후기 구조주의의 평가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보류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 하군요. 
 혹시 심심하시면 하버마스가 쓴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이란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아마도 이 진경씨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구조주의를 주류 과학인 것으로 잘 못 알고 있는 듯하고, 게다가 위에서 문맥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구조주의의 관점을 자신이 '관계주의'니 하면서
>자신이 직접 소개해놓고서리… 쩝  

 결론 부분이 좀 황당하게 감상적이라서 웃기긴 했지만 이진경씨의
얘기는 스스로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구조주의가 일반인의
상식과 대립된다는 뜻 정도가 아닌가 싶군요. 

 상식의 연장선상에서의 과학이 아니라 상식과 무관하거나 상반되는
입장으로서의 과학에 관한 감상적인 느낌 정도로 보면 되지요.

 어쨌거나 이진경씨, 정말 많이 망가졌군요.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