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2000년 3월 20일 월요일 오후 04시 21분 41초 제 목(Title): Re: [펌] 구조 언어학 헉~ 이 쪽 분야에서는 아는 분이 없을 꺼로 생각하고 다소 안이하게 썼는 데, 뜻밖에 강자가 계셨구만요… 저는 사회구성주의니 쿤이니 하는 것은 잘 모릅니다. 제가 쓴 요지는 이진경씨가 단어의 의미는 언어 구조에 있다는 구조 언어학의 발견 자체를 일반 상식과 어긋난다는 투로 깡끄리 부정하는 듯해서 거기에 대한 반론으로 쓴 것입니다. 사실, 이 진경씨가 구조 언어학을 소개하면서 너무 깊이가 없이 나열만 해서 자칫 잘 못 전달하는 면이 있어서 였습니다. 제가 얘기한 '전반적인 언어 구조'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인 빠롤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언어 기호를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기호로서의 공통적인 규칙을 포함해서 얘기한 것입니다. 우리가 실제 생활의 여러 환경에서 사용하는 말들에도 이러한 랑그로서의 규칙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랑그에서 벗어나면 의사 전달이 분명히 힘듭니다. 소쉬르도 그의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더 넓은 범위의 기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이전의 언어학을 확장시킨 기호학이란 학문이 존재해야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래 게스트분이 얘기한 맥락의존성이라는 것은 이미 소쉬르가 얘기한 결합체라는 개념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진경 씨 글에서도 나오죠) 결합체란 개념 안에는 언어의 의미는 주어진 일정한 콘텍스트 내에서 가진다는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결합체도 전체 언어 구조 중의 한 측면이 되는 것입니다. 언어를 기호로 확장 시키면 언어가 사용되는 여러 주변 환경도 언어와 함께 결합체의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쉬르는 빠롤에도 관심이 많아 빠롤의 일종인 애너그램의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애너그램이 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다만 그의 방대한 빠롤 연구는 생전에 알려지지 않았고, 사후 한참 후에야 뒤늦게 그 원고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 뿐아니라 그의 일반 언어학 강의조차도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싫어해서 강의 직후에 강의 노트를 일일이 없애버려서, 이것이 엉뚱한 사람들이 제자들의 노트를 근거로 그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출판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의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출판 할 때 강의 노트 중에서 빠롤에 관한 내용은 임의로 삭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조 언어학이나 포스트 구조주의를 비롯한 구조주의 계열의 적용 범위가 언어학과 그 인접 분야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는 너무 과소 평가라고 봅니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서 아무리 자연 과학이라도 그 표현과 전달은 언어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구조 언어학에서의 발견의 영향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 체계가 달라지면 논리 체계가 달라지고, 논리 체계가 달라지면 전체적으로 아주 다른 체계가 되어버립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의지하는 논리라는 것도 언어 논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만일 거기서 벗어나면 역설이 돼버리겠죠. 따라서, 구조 언어학에서의 새로운 발견의 영향은 분명히 자연 과학이라고 예외가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적 방법론이나 자연과학적 방법론이 그 근본적인 밑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 같은 것에 있어서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분야에나 절대적인 법칙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그렇게 자연과학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기에 최근에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이 애써 자연과학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자연 과학적인 결과를 근거로 한 주장을 많이 펴고 있고, 이에 대해 와인버그나 소칼같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헤프닝이 벌어지는 이유겠죠. 다만 아직 구조주의 계열과 자연과학의 본격적인 충돌은 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본격적인 대규모적 충돌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근본적으로 철학에서조차 서로 다르다는 것이 옆에 있다는 것은 쉽게 참을 수 없는 일이죠. Ps) 책 추천해셔서 고맙습니다. 구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