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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9년 6월 12일 토요일 오전 04시 14분 09초
제 목(Title): 경향/노출의 계절에 대한 명상

돈있어 자기맘대로 쓰겠다는 것이나 벗고싶어 벗겠다는것이나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비슷한것 같아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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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18/2286                 입력일 : 99/06/10 18:51:23      자료량 :66줄

  제목 : [정동칼럼] 노출의 계절에 대한 명상
자료원 : 경향신문



   김성기〈현대사상 주간〉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참, 봄볕이 부드럽다』고 되뇌었던  게 불과 엊
그제 일만 같은데 어느덧 여름입니다. 날이 갈수록 한낮의  햇살을 피해 그
늘을 찾겠지요. 따가운 햇살 말고 여름을 대변하는 게 또  뭘까요. 노출 패
션이지요. 이미 도심 한복판에는 노출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답니다. 배
꼽티는 기본이고 핫팬츠마저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 과연  여름은  노출의
계절인가 봅니다.

   이 계절이 되면 으레 벌어지는 논쟁이 하나 있지요. 노출을 개성의 표현
이다, 아니다, 윤리적 타락이다, 아니다, 윤리의 잣대로 접근해선  안된다,
그렇더라도 과도한 노출은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왜, 다수에게 혐오감을 주
니까, 하지만 혐오감이란 자의적인 기준일 따름이다, 역시  자율에  맡겨야
한다, 아니다, 다소의 규제는 필요하다, 등등. 이처럼 논쟁의 추는  자율과
타율 사이를 되풀이 해갑니다.

   막말로 더워서 벗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노출
에다 「형사특별법 경범죄 처벌법 1조 44항」을 내보여도 별  효과는  없을
터이며 또 거기에 윤리의 잣대를 갖다대는 일 역시 혐오감의 크기를 정하는
것 만큼이나 시지프스의 도로(徒勞)로 그칠 공산이 크지요. 그보다  오늘의
노출은 기존의 문화 질서에 새로 틈입한 문화 현상으로 보는 게  타당하며,
그래서 노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요망되는 것이지요.

   「노출-공공장소에서 신체의 일부를 타인에게 드러내어 혐오감을  주는
행위」. 사전상의 풀이와는 달리 오늘날 노출은 단순한 신체적 행위가 아닙
니다. 아름다움의 표현 욕구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심미적인 영역에 속하지
요.

   이 점이 인정될 경우 노출의 주체는 아무래도 젊은 여성이 되겠지요. 물
론 노출은 여성 멋내기의 일환으로 오래 전부터 행해져 왔습니다만  여기서
주목하는 바는 그것이 보편화, 일상화되어 급기야  대중적 흥미를 장악하기
에 이르렀다는 점이지요. 노출문화라고 부름직한 현상이 도드라지다는 말도
됩니다.

   그럼, 노출문화는 노출증과는 무슨 관계냐라는 물음이 떠오르네요. 노출
증이라니, 이 무슨 망발이냐는 힐난이 있을 법합니다. 젊은 여성의 노출 패
션을 두고서 노출증이라는 정신 병리의 용어를 동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고 말입니다. 노출 패션의 이름으로 행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노출증과 무
관한 새 문화 현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혹, 노출증 자
체가 현대에 와서 새 라이프스타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 노출의 문화화, 혹은 문화화된 노출을 보는 내 입장을 밝히도록 하
지요. 노출 패션은 성인이 되었다는 자의식의  표현이거나 여성해방의 문화
적 소산이라는 식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며, 현대 소비사회의 기본 정서인
낭만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이때 낭만주의는 과거  낭만주의에
스며있던, 거칠지만 진솔한 열정과는 거리가 멀지요.

   일정한 테두리 내에 갇혀 잘 다듬어지고 길든 백일몽의 세계, 아니 사실
상 순응의 감각입니다. 그런데도 노출 패션은 낭만과 저항의  미명 하에 유
난을 떱니다. 거듭 말하지요. 문제는 노출이  아닙니다. 노출증을 문화적으
로 제도화시키고 그렇게 하여 구성된 노출 패션을 또 하나의 소비 목록으로
편입시키는 저 소비 사회의 문화 전략에 주목하고 또  경계해야 하지요. 때
문에 노출은 여름의 일시적인 유행으로, 눈요깃거리로 국한되어선 안됩니다
.

   거기에는 퍽 유의미한 차원이 숨어 있는데, 「몸의 해방」이 그것이지요
. 몸을 자유롭게 하기라는 중대한 화두를 품고 있는 노출이 한갓 유행의 견
지에서 자리매김되면 우리 몸은 계속 외양과 겉치레의  굴레에 속박될 것입
니다. 노출증의 물신화에 맞서는 노출, 이게 영 불가능하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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