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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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환)
날 짜 (Date): 1996년07월13일(토) 00시34분14초 KDT
제 목(Title): 왜 빨간색이라고 할까?


  환상님이 빨간색을 빨갛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약속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부분적으로 맞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말은 '법'을 '밥'이라고 정했으면 사람들이
모두 '헌밥'이라고 말했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비슷하게
널리 알려진 생각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언어적 약속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데는
인간이 인식 대상의 특징을 지각하는 능력이 있음에 기인하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인간이 색깔 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 색깔을 구분해내고, 그런 구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야, '빨간색'이라는 사회적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가지는 의문 중에 하나는 "내가 빨간색으로 보면
저사람에게도 정말 빨간색으로 보이는 걸까?"라는 의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예를 들어 '파란색'으로 보면서 그저 말로만
'빨간색'에 동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단순한 문제입니다.
  내가 인식되는 색깔들의 특징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구분된 색깔 중에 하나에게 '빨간색'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색깔들의 특징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고 그 중 하나에 대해 '#$#%'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
합니다. 그런데,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의사소통이 되고
나서 보니까, 똑같은 대상에 대해 나는 '빨간색'이라 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편하게 서로 일치시켜 부르자라고 합의를 하고, 우리나라니까(?)
'빨간색'이라고 부르자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물론, 실제 우리의 언어 습득과정은 이와 다릅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의 특징을 구분하면, 그 특징을 같는 대상의 명칭에
대해 이미 정해진 약속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요사이 좀 해이해졌나 왜 이렇게 말이 두서가 없는지 모르겠
습니다만, 언어라는 사회적 약속의 공유에는 인식 대상의 특징과
그 특징을 인식하는 인간의 능력이 전제가 되는 것임을 생각
해야합니다. 이 전제들이 주관적 정의인 언어의 사회적 공유의
근거가 되는 것이지요. 즉, 언어를 이해할 때는 언어의 (집단)주관적
측면과 객관 근거적 측면을 잘 이해를 해야합니다.
  환상님의 말씀은 언어의 (집단)주관적 측면만 고려를 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글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다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어의 문제는 언어가 가리키는 대상을 '사물의 집합'으로 보면
명료해집니다. 언어란 "우리가 인식하는 전체를 전체집합으로 할
때, 그 전체집합을 '특징에 근거해' 부분집합으로 나눈 것이다"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 부분집합을 정의하는 방법은 주관적입니다. 하지만,
'특징에 근거해' 부분집합을 정의하면, 그 정의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빨간색'이라는 말이
영어권에서는 'red'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문제를 하나 보도록 하지요. 우리는 부분집합 내부를 다시 부분
집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언어적 인지 대상이 되는 사물들을
얼마나 세분화된 집합으로 분류되는가는 인식자(인간)의 인식
대상(인식할 특정사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발달하는가에도
기인합니다.
  환상님이 색깔이야기를 하셨는데, 인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염색업에 대해 종사하는 사람들은 색깔이라는 인식 대상에 대해
무척 세분화된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은 바로는 같아
보이는 검은 색도 몇 십가지 이상으로 분류를 한다고 하더군요.
  또, 우리는 '눈(snow)'에 대해서 별로 크게 구분을 하고 있지
않지만, 에스키모들은 정말 다양하게 구분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제가 전에 읽었던 어느나라 고둥학교 철학책
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던 책에서 읽은 것입니다.)
  여기서 인식 대상에 대한 인식의 발달 정도의 차이에 따라,
세분화된 언어를 지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이 점에 있어 언어의 공유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만, 서로가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된 인식을 가지면, 앞의 설명에 의해
다시 언어를 공유할 수 있게됨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즉, 우리가 충분히 훈련이 되면, 염색업자들이 구분하는
것처럼 색깔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에스키모처럼 다양하게
눈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문제를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우리가 외국말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어떤 단어는 우리말로는 다르게 구분이
되는 여러 뜻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
니다. 이런 경우는 언어적 정의에 의해 세분화된 부분집합으로
구분된 사물들의 상위 부분집합을 어떤 것으로 보느냐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지요. 즉 같은 부분집합의 사물들을 우리말은
여기에, 외국말은 저기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예는 부분집합의 정의에는 (집단)주관적 측면이 강한
것을 보여주지만, 이 경우도 우리가 외국말을 또는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것에서, 객관 근거적 측면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다른 문제로 우리가 구분된 대상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지각하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즉, 내가 빨간색이라고 하는 것을
저사람이 단지 언어적 정의 때문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나와 똑같이 지각하기 때문에 빨간색이라고 동의하는가의 문제
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엄밀히 말할 수는 없고, 단지 인간의
신경계는 비슷한 성질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비슷한
자극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반응(지각)하지 않겠느냐고 말씀
드리고, 추가로 다음의 널리 알려진 예를 상기시키는 정도로만
이야기하지요.
  그 예는 바로 미로 찾기 쥐 이야기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미로를 찾는 방법을 훈련시킨 쥐의 뇌를 갈아서, 훈련이
안된 쥐에게 주사시키면, 주사가 된 쥐는 주사가 안된 쥐에
비해 미로를 더 빨리 찾게 된다는군요. 이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내가 빨간색으로 보는 것을 저사람도 정말 빨갛게 보는 것일까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요?

                                                       - 환 -

                                                        구름이 걷히고
                                                        이제
                                                        맑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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