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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환)
날 짜 (Date): 1996년05월09일(목) 05시22분26초 KST
제 목(Title): 자아 이외의 존재에 대한 회의에 대하여...


자아 이외의 존재에 대한 회의에 대하여...

  윗 글 '회의'를 보니,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지 않으면, 그 사물이
거기에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아 이외의 존재의 실재를
회의하는 질문이 나온다. 예전에 본 철학책에는 이런 게 무슨 주관적
관념론인지 객관적 관념론인지에 해당하는, 어찌 되었건 관념론에
해당하는 생각이란다.

  사람이 인지하는 세계 속의 다른 사물이 과연 의식의 외부에 실제하고
인지되어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의식
내부의 존재로 인간 의식에 의해 그 실재가 좌우되는 것인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기본적인 철학의 문제였으면서, 아직까지도 인간으로
하여금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인간에게 인지되는 세계를 다음 두가지
방법으로 모델링해보자. 첫번째는 우리 세계에는 먼저 여러가지 사물이
존재하고, 그 여러 사물 중에 우리 인간처럼 '의식을 가진 사물'이 있고,
그 의식을 가진 사물이 자신의 의식 속에 반영된 세계를 생각한다는 모델로,
이것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세계와 부합하는 모델이다.
두번째 모델은 모든 사물들이 사실은 의식을 가진 한 존재(인간)의
의식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윗글 '회의'에서 비쳐졌던 것과 유사한 세계
모델이다. 이 두가지 세계 모델은 전혀 상반된 성질의 모델이지만,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들이 여러가지 나온다.
  그 중 하나는 첫번째 세계 모델에 존재하는 '의식을 가진 사물'이 자신이
속한 세계를 두번째 세계 모델에 해당한다고 생각해도 이것을 부정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식을 가진 존재라도 의식의 외부에 존재
하면서도 인지되지 않는 존재의 실재를 인정할 방법이 없고, 의식 외부의
존재가 인지되어서 의식에 반영되어야만 그 실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앞 이야기에 어느 정도 내포된 것이지만, 우리 인간은 두
세계 모델 중 어느 것도 우리 세계의 모델로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인간은 두 모델 중 어느 것에도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두번째 세계 모델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식 외부에 사물이 존재하더라도
의식이 그 사물을 인지 과정을 통해 의식 내부의 사물화 하였을 때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분명하다. 그런다고 해서, 막상 의식에 반영된 사물만
실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이것 역시 우리의 경험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저 넓은 우주의 다른 별들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장
눈 앞의(의식 바깥의) 여러 사람들과 내가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너무
분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생각은 또 분명히 다가오는가?

  그것은 첫째, 우리 세계에서 존재들의 실재성이 의식에 의해 좌우된다하더
라도, 존재들의 존재 양식은 의식이 뜻하는 바와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 눈 앞에 보이는 저 사람은 내가 볼 때만 존재하는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며, 내가 저사람을
개라고 본다고 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 저 사람이 갑자기 털복숭이 발바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우리 의식에 인지되는 존재는 우리의 의식에 불연속적으로 반영됨에도
그 존재 양식은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간단히 말하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계속 내 눈 앞에 있지 않으므로, 내 의식 속에서는 불연속적으로
존재하지만, 그 사람이 내 의식 속에 존재하지 않던 시간에도 자신의 존재양식을
가지고 연속적으로 존재했다는 근거를 찾을 때 그 근거는 얼마든지 나온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시각등에 의해 지각이 되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생각을 통해, 그 사람을 의식 속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각되지 않는 동안의 그 사람의 행적은 우리 의식속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종합해 보면, 우리의 의식에 인지되는 다른 사물들이 우리의 의식과
독립되는 존재 양식을 가지며, 의식 반영에의 불연속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식과 독립해서 자신의 존재 양식을 연속적으로 우리 세계에 관철시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런 사물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발견하는 한 앞에서의
첫번째 세계 모델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독립적이다라는 말이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집고 넘어가야
 겠다. 독립적이다라는 말은 관계를 가지고 영향을 주고 받으나, 자체의 존재
 양식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윗 글을 자세히 따지면, '의지대로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도
 있기에 여기에 대해서도 집고 넘어가 보자. 우리에게 있어 '의지대로 움직인다'
 는 것은 다른 사물의 존재 양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 의식을 사물에 마음대로
 관철시킬 수 있는 '전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의지대로 움직이는' 경우를 자세히 보면, 사물이 가지고 있는 존재 양식에
 우리가 적절한 형태의, 따라서 임의적이 아닌 제한된 형태의 영향을 주어서
 얻어진다는 것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이런, 의식과 독립된 사물의 존재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런 사물이
우리 의식 외부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하며, 이런 생각 하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사물들을 파악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계의 존재 자체와 같은
어떤 신비스러운 것이(우리 인간에게) 이런 독립된 사물을 의식 내부에 존재시킬
수도 있음을 우리는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필자 생각에는 독립된 사물의
존재가 의식 내부인가 외부인가를 구분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면, 더 이상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의식
안에 존재하건 의식 밖에 존재하건 사물들은 우리의 존재 양식에 영향을 미쳐
오고, 우리는 그들 속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사물들이 어떤
존재 양식을 가지며,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 양식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앞의 두 세계 모델은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보면 판정을 할 수 없지만,
유용성의 관점에서 보면 첫번째 세계 모델이 우리의 경험을 더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따라서 더 유용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첫번째 세계 모델에
입각한 판단이 우리의 존재 양식을 더 유용하게 해 주리라 기대된다.

  물론, '유용'이라거나 '기대한다'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것이 싫다며 부정하고 두번째 세계 모델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필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은 첫번째 세계 모델에 입각시키는
모순을 범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체로 엄밀함이 많이 부족한 글이라서 여러 허점에 대한 지적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앞의 글들을 보니, 아원자의 세계에서의 물리적 현상들에 대해
언급한 글들이 있는데, 그 세계에서의 물질의 존재 양식에 대해서는 극도로
한정적으로 인지하는 우리의 의식 등 때문에, 예를 들어 위의 두가지 세계 모델
중 어느 것이 유용한가의 판정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몇가지 있다.)

                                                                 - 환 -

                                                        구름 걷히고
                                                        이제
                                                        맑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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