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5년04월16일(일) 05시39분45초 KST 제 목(Title): 지식에 대하여 5 5 ------------------ 확률론적 입장과 유의 사항 확률론적 입장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어떤 명제의 실제의 확률·개연성, 즉 객관적 확률과 우리가 믿는 그 명제가 참일 확률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P(A) = E(A) + ε, E: 주관적 확률, ε:오차 여기서 P(A)는 명제A가 참일 객관적 확률, E(A)는 A에 대해 주어진 정보에 의해 추정되는 주관적 확률이다. ε는 A에 대한 인식 주체의 불완전한 정보나 지식, 판단 착오 등의 오류를 나타낸다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P(A)=X 일 때 명제 B가 "P(A)=X"라면 X < 1 일지라도 P(B) = 1 이다. 다음으로 주의할 점은 A(특정명제)와 S(전체)의 관계다. S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할 경우에 A가 의존하는 또 다른 명제 B를 가정해서 표시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0 ≤ P(A|B) ≤ 1, P(A|B) = P(A∩B)/P(B) 즉 P(A|B)는 명제 B가 참일 때 또는 B가 조건으로 주어질 때 A가 참일 확률·개연성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지식이나 명제는 여기서 B와 같은 전제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B가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 이 때문에 오해나 논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어떤 명제의 개연성의 정도가 그 명제의 우수성 또는 유용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a), b), c), d) 4개의 보기 중 a)가 답인 4지 선다형 문제가 있을 때 "4개 중에 하나가 답이다"라는 명제는 우리에게 아무런 추가적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명제·지식의 중요성이나 유용성은 그 명제가 참일 개연성 뿐 아니라 그 명제의 구체성, 인식주체의 그 명제와의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 이제 확률론적 입장에 대한 가능한 반론을 살펴보자. 우선 확률론에 대한 반박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확률론이란 과학 철학의 한 이론으로 "관찰 사례가 많을수록 그 결과에서 도출된 일반화가 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은 지식이 "개연적 참"일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확률론적 입장과 유사하지만 논의가 자연과학적 지식에 한정되어있고 필연성을 갖춘 지식의 존재가능성을 인정하지 앓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확률론에 대한 반박은 A가 아무리 많이 관찰된다 하더라도 가능한 경우의 수는 무한대이므로 결국 P(A)는 0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 즉 S(전체)에 대해 암묵적 가정이 이미 존재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측회수가 충분히 많은 경우 그것을 S의 근사치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확률론에 대한 반론은 K. Popper의 반증주의와 유관한데 반증주의는 "참된 지식이란 반증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아직 반증되지 않은 이론이다"라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반증주의에 의하면 A의 반증사례가 단 하나만 발견돼도 A는 부정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암묵적으로 P(A) =1 인 경우만 A를 참된 지식으로 가정하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있다. 현대 물리학의 정설인 양자역학은 자연법칙의 필연성을 부정한다. 100% 필연성을 갖춰야만 자연과학적 지식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대상이 관념적이고 엄밀한 계량화가 불가능 한 인문사회 현상이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기 쉬운 규범적 가치에 관한 지식의 경우 P(A)=1 인 경우만을 참으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사회과학의 과제는 필연적 법칙의 탐구라기 보다는 지배적인 추세나 경향을 추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맺음말 객관적 지식의 존재나 인식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독단론이나 모사론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 지식의 존재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상대주의는 논리적 모순일 뿐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지식의 상대적 격차를 부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확률론적 접근은 논리적 모순도 없고 객관적 지식의 존재도 인정할 뿐 아니라 지식의 상대적 차이에 유의하게 함으로써 단순한 흑백논리에 빠지지도 않고 무차별하게 양시·양비론을 적용하는 오류를 막을 수도 있다. 확률론적 입장은 어떤 이론이 갖고 있는 내적 정합성, 외적 적합성, 제반 증거의 양, 신뢰도 등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좀 더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할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 하므로 우리의 자세를 좀 더 겸허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확률론적 입장이 옳은 인식론적 틀이 아닐 수도 있고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를 항상 인식론을 의식하고 심각하게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세계관을 수립할 때나 학문을 할 때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할 때는 꼭 이런 인식 틀이 아니더라도 비판적 입장에서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