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 loud (배 영호) Date : Sun Aug 2 23:49:00 1992 Subject: choice [2] 희조와 나는 고민을 했다. '과연 이시간에 어디로 갈 것인가 ?' 나는 서울로 갈 생각도 했다. 나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대구로 갔다가, 포항에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은 대전 시내로 가서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포항으로 가자는 걸로 결정이 되었다. 너무 몸이 피곤하고 끈적거려서 어딜 가기에는 무리였다. 여관에 가서 샤워나 하고 좀 푹 자고 싶었다. (이 때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에 갔으면, 더 이상의 choice miss를 하지 않았을 걸로 예상된다.) 다음날 12시에 아줌마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대충 씻고 터미날로 향했다. 터미날에 도착하여 포항 매표소를 보니 다음과 같은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포항행 고속버스 7시 30분 발 매표중' (- Damm it ) 그래도 오늘은 포항에 가야 하겠기에 기차역으로 갔다. 좌석은 없고 입석만이 있단다. 무궁화와 통일 이 두가지중 선택을 해야 한다. 무궁화로 choice하였다. 역시 choice의 실패였다. 무궁화엔 좌석이 5열이다. 따라서 서 있기에 불편하고, '오징어요 맥주 있어요..' 하는 아저씨의 음성이 들리면 나는 공포로 전율했다. 더 이상 수레 바퀴에 깔리긴 싫었다. 나의 구두는 벌써 엉망이 되어있었다. 한 두 세시간 서서 고생을 한 끝에 대구에 도착하였다. 포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동부 정류장으로 갔다. 무척 긴 줄이 보였다. '음 저 사람들은 어딜 가느라 저리 고생을 할 까? 불쌍한 사람들..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야..' 그 줄에 다가가 물었다. '이 줄이 어디 가는 줄입니까 ?' '예.. 포항가는 줄입니다' (- Oooooooooops !! ) 결국, 희조와 기원이 형은 그 대열에 끼어서 포항에 가기로 하고, 나는 대구에서 좀 놀다가 친척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요일에 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에 몸을 싣고 한일 극장으로 향했다. 한일 극장에 내려서 서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어제 서울에 가기로 했는데, 무척 기다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김 X희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음 벌써 퇴근한 모양이군.. 공부 좀 열심히 하지..'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동생 현정이가 전화를 받았다. '아.. 영호 오빠세요 ? 오빠가 메모 남겼어요.. 외대앞 XX당구장으로 빨리 나오시래요..' 아니, 여기서 거기에 도착하면 내일 아침이나 도착할텐데, 걔는 그 때까지 당구를 칠건가 ? '아.. 아냐.. 나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전해줘.. 그럼 담에 보자... 안녕..' - Choice 2 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