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NU ] in KIDS 글 쓴 이(By): moondy (문디자슥..) 날 짜 (Date): 2002년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02시 02분 06초 제 목(Title): 문디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하다!! 토요일 야근을 하고 퇴근해서 막 잠이 들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구미 엘지마이크론에 다니는 교회 후배 녀석이었는데, 그날 2시에 대구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6차전 표를 구했으니 같이 가자는 거였습니 다. 피곤해서 자고 싶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보는 한국시리즈 관전 기회를 놓치기도 싫고 해서 만나기로 했죠. 대구 구장에 들어서니... 우와... 장난이 아니네요. 흰색과 파란색을 주로 하는 삼성 로고(최강 삼성)가 완전 도배 되다시파 하고, 1루측 2칸에 모여 있는 엘지 응원석을 완전히 삼성팬들이 포위한 형상이더군요. (엘지 응원단들은 주로 구미에서 온 엘지 그룹 직원들.) 한 90% 좌석을 점유한 삼성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서도 엘지 응원석은 위축 되지 않고 열심히 응원을 따라하더군요. 제가 옛날에 다녔던 회사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고 해서 그냥 모른척 했습니다. 엘지 응원 수건(최강 엘지)과 두건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엘지를 떠난지 오래 됐지만 그래도 공짜로 구경하는데 열심히 응원해줘야지 하는 생각에 같이 따라서 응원을 시작했는데... 나중엔 나도 모르게 목이 쉴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만큼 그날은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죠. (엘지도 사실 원래 응원하는 팀이 아니고(원래 응원하는 팀은 당연히 롯데. 요즘은 정나미가 뚝 떨어졌지만.) 그래서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솔직히 있었죠. 그래서 더 재미있었나 봐요. ^^;) 2회초 엘지가 3점 홈런으로 가뿐히 선취점을 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왠걸 2회말 삼성이 바로 추격을 해오더군요.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지며 게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진행 되었습니다. 엘지가 점수를 내면 삼성이 따라 오는 흐름이 되다가 어느 순간 삼성이 역적을 시켜 버렸죠. 하지만 엘지는 곧바로 추격에 들어갔고 이때 김응룡 감독의 승부수는 '노장진 조기 투입'이었습니다. 아마 6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김응룡은 6차전에도 지면 팀 분위기상 7차전도 힘들 거라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무리 노장진을 조기에 투입한거죠. 그런데 왠걸... 그날 나왔던 투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150 이상의 강속구를 가진 노장진이었지만 엘지 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장진을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노장진이 나오자마자 내리 3점을 내주며 재역전에 성공. 뭐 그때 부터는 정말 엘지의 잔치 분위기 였고, 경기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삼성 응원석은 참담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죠. 믿었던 노장진이 무너진데 이어 끝없이 '이승엽 홈런'을 외치는 팬들의 기대와는 반대 로 이승엽은 줄 곧 평범한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몇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엘지는 재역전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상훈이 그 긴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에 뛰어 올라오는 순간 엘지 팬들은 오늘 경기 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죠. 8회를 간단히 마무리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9회 첫 타자 대타 김재걸에게 2루타를 맞았습니다. 잠시 엘지 응원석은 술렁거렸죠. (5차전에서 마해영에게 9회에 3점 홈런을 맞았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 다음 타자 강동우를 삼진으로 잡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2번 브리또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1사 1,2루에서 이승엽이 나왔습니다. 2번 브리또를 볼넷으로 내보낸게 가장 큰 화근이었습니다. 그날 빈타를 휘둘렀던 이승엽은 어째 어째 넘긴다 해도 그 다음 그날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마해영이란 타자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9회말 3점차 리더에 마무리 이상훈인데도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날 내도록 땅볼 아웃만 당했던 이승엽이 일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그 순간 분위기가 짐작 되시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거의 경기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삼성 응원석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고, 대구 구장 전체가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채워졌습니다. (아 씨 그런데 제가 그 홈런 장면을 못 봤다는 거 아닙니까. 글쎄 이승엽이가 딱 타자로 나온 순간에 엘지 응원석에서 응원하던 사람들 끼리 시비 가 붙어서(뭣 때문에 싸움이 붙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경찰들 이 엘지 응원석 쪽으로 주욱 몰려 왔거든요. 바로 제 자리 두 칸 앞이라 그 어수선한 광경 보느라 정작 홈런 순간은 놓쳤죠. 그래서 딱~ 와~ 이 소리만 들었고, 고개를 든 순간 이미 공은 외야로 넘어가 있었죠.) 엘지 응원석은 허탈한 침묵이 흐르는 반면, 삼성 응원석은(뭐 따로 삼성 응원석이 3루와 좌익수 뒤쪽 외야에 있었지만 대구 구장 전체가 실은 삼성 응원석이나 마찬가지였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곧바로 이상훈이 강판 되고, 최원호가 나왔고... 마해영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날 맹타를 휘둘렀던 마해영의 기세로 봐서 정말 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 니다. 3구짼가 마해영이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습니다.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정말... 넘어가버렸습니다. 이런~~~~ 준비된 폭죽이 일제히 터지기 시작하고,관중은 열광하고,여기 저기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전광판에서는 삼성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글자가 나오고, 퀸의 위아더챔피언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죠. 한동안 어이가 없이 입을 벌린채 서 있었던 나는 인사 나온 엘지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후배 녀석이랑 구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삼성 팬이었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경기였지만, 엘지를 응원한 저로서도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우선은 엘지가 전력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삼성에게 이토록 끈질기게 승부를 펼친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그날 엔트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삼성은 선발 중에 9번 박정환을 빼고 나머지 타자들 은 다른 구단에 가면 클린업 트리오에 들 막강 타자들로 구성 되었죠. 엘지 타자는 그나마 믿을 만한 김재현 부상, 서용빈 입대에다가 플레이오프 때 활약을 보이던 신인 박용택이 한국시리즈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부진을 보이는 중이었고, 4번 마르티네스 또한 빈타. 이병규도 썩 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인성, 최동수 같은 하위 타선이 더 잘해주고 있었죠. 그날도 마찬가지였고... 김재현은 부상 중임에도 단 한번의 대타 기회에 바로 안타를 날려서 득점을 뽑았죠. 참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감독에서 투수, 타자 까지... 정말 아낌 없는 투자(?)를 하면서 삼성의 '일등주의' 달성에 목매달았던 것을 보면 이번 삼성의 우승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제가 대구에 살면서도 삼성에 정이 안 가는 것은 옛날 엘지에 다니면서 가졌던 엘지 삼성 간의 묘한 라이벌 의식을 주입 받은 면도 없지 않겠지만, 뭐든지 돈으로 다 해 결하려는 이런 삼성주의가 싫어서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의 눈물과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 오랜 한(?)을 푼듯 열광하고 눈물 흘리던 대구의 관중들의 모습은 또 한편으로는 찡한 무엇을 전해주더군요.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명승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명승부의 현장에 있었던 것 역시 오랜 추억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