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NU ] in KIDS 글 쓴 이(By): deepblue ( -- 海 --) 날 짜 (Date): 1998년 8월 21일 금요일 오후 07시 51분 50초 제 목(Title): 마지막 숙제 오늘 내 어리고 꿈많은 여선생님을 보내고 왔다. 마지막 잔치로 그녀가 원하는 불고기와 비빔밥을 준비해 주었다. 연신 웃음기 있는 얼굴로 맛있다고 외치는 그녀을 보면서 덩달아 나도 행복하였다. 왜 진작 한 번 해 주지 못하였나 하는 후회와 함께. 언제나 꿈꾸며 앞날을 얘기하는 그녀는 내게 어쩌면 유일한 휴식처였지 않았나 싶었다... 이 무감각한 일상에서 날 밖으로 끌고 나가는 사람. 다른 일들보다 내 삶이 다소 넉넉하게 보이는 것은 다 그녀 덕분이였다. "어디를 갑시다, 어디서 전시회를 합니다, 지금쯤 그곳이 멋지죠" 이 밤 헤어짐 평생을 다시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다. 마주보며 자꾸자꾸만 연락을 하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말이다. 그녀의 가볍게 찰랑거리는 말총머리를 바라본다는 것도 이밤엔 상당히 생경스러운 일이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11개월의 만남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내 걸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새로운 자신을 찾아 떠나는 그 젊음을 난 축복하면서 이유없이 서글프다. 두려움 없이 떠난다는 것은 그 나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 땅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 어린 선생님이 이제 곧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저 그녀의 앞길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빌어줄 뿐이다. 마지막 길거리에서 포옹이 그녀를 당황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와락 쏟아져 내리려는 내 얼굴의 한 부분을 숨겼어야만 했다. 따뜻한 그녀를 기억해 두어야만 했다. "연구 열심히 하기네, 한국에 여행갈께요." 가벼운 인사 후, 그녀는 갔다. 찰랑거리는 뒷모습은 귀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지금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지도교수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입가에 맴돌고 있는 달짝지근한 고추장을 중국 땅에서도 먹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먹성 좋은 내 자그마한 선생님의 가방 한 귀퉁이엔 " 진리.자유.봉사"라는 한글이 새겨진 북마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곁엔 그녀의 이름과 오늘이 새겨진 "미래에" 라는 싱글음반이 있다. 연습해서 노래방에서 불러 보란다. 그녀의 마지막 숙제!! 때때로 사람을 떠나보내는데 인색한 나를 발견하면서 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오늘부터 난 바쁜다, 어서어서 그 노래를 외워서 숙제를 마쳐야 한다. 이것을 마치면 난 그녀을 완전히 보내는 것이다. "선생님,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열심히--- 열심히 공부하십시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저기 너무 먹는 것 밝히셔서 더 뚱뚱해짐 안되는 것 아시죠? 또 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