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NU ] in KIDS 글 쓴 이(By): bigeyes (눈큰아이) 날 짜 (Date): 1998년 6월 17일 수요일 오후 09시 23분 12초 제 목(Title): 오늘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오다가... 우리집은 행정구역상 동사무소에서 부르길 개금2동이라는 곳에 산다. 그래서 아침마다 학교올때는 110번을 타고 서면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온다..(2호선이 빨리 개통되어야 --;;) 늘 같은 길을 반복하길 벌써 7년째.... 그래서인지..어느새 무덤덤하게 지하철을 타곤... 그냥 책을 펼치거나...지하철 가판에서 산 한겨레신문을 편다. 한겨레신문은 참 신기하다... 거의 매일보다시피하는데...가판에서 산다...왜냐면..... 우리집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아버지는 보수우익이며.. 어머니는 중도우파다....난 중도좌파로 분류되는데도.... 한겨레 신문을 집에서 받아보는것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무관하므로 생략... 오늘은 한겨레신문을 살까하다가...커피마시려고 했는데.. 동전이 없어 망설이는 사이 지하철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방금 열차 놓치고 난 후 1분뒤에 오는 텅빈 지하철... 운좋게 서면에서 부터 앉아서 갔다. 그냥 가방에 넣어두었던 책 한권을 꺼내서 뒤적거려보았다. "피타고라스의 바지"...꽤나 재미있는 과학사를 다루고 있다... 글치만 오늘은 왠지 읽기 싫어서 주위에 사람들을 하나둘씩 관찰하기 시작했다. 화장이 찐한 저 여학생은 오늘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저렇게 한걸까? 저 아저씨는 아침부터 졸고 계시네... 약간은 고집스러워보이는 저 할아버지는....얼굴에 억척스러움이 묻어나고... 지하철에서 처음 본 어린아이에게 도리도리를 외치면서... 졸리운 눈을 하는 아기를 귀찮게하는 아주머니...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세상이 밝아졌다. 교대를 벌써 지났나보다...동래부터 지상이지..... 무의식적으로 계속 창밖을 내다보았다. 빽빽히 도시의 빈공간을 찾아 채워져가는 건물...그리고 그 속에 사람... 어느새 온천장.... 창밖에 멀리서 무지개문이 보인다. 따뜻한 구름한점 없는 초여름의 날씨속에 어여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무지개문...... 그리고 본관, 제 2사범관의 천체관측탑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지금 막 짓고있는 산학협동관...거대한 효원이라는 공동체의 모습... 어찌나 따사로워 보이던지... 사람은 정말 신기하다.... 늘 계속해서 보던것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던.... "세상에서 제일로 무서운게 미운정 고운정 다든거다"라는 말씀... 어느새 나도 이곳 장전동 산 30번지에 정이 들어버린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지하철역에 내렸다. 본능적인 발놀림으로 계단을 내려..정문...시계없는 시계탑... 그리고 기계관...실험실...오늘도 변함없이... 나의 생활은 시작되었지만...그 기분은 한층 상그럽다. 나의 20대가 시작된 곳..효원. 꼭 친한 친구가 연인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기분이다. ===========================================================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노신의 <고향>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