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x) 날 짜 (Date): 1995년09월23일(토) 16시07분08초 KDT 제 목(Title): 눈을 뒤집어 쓴 나무 와우! 기분 좋다. 후배의 부탁으로 원서를 부쳐 주려고 우체국에 가는 길에 Poster Sale을 한다는 데에 눈이 멀어 구경하다가 한 장을 사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는 Salvador Dali의 그림들 중 전시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 낯설고 방에 걸기에 좋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많이 알려진 persistence of time도 있었는데 그것도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내 취향이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후보는 Vincent Van Gogh의 Starry night.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기억하는지, Don McLean 의 Vincent란 노래. 8$ 짜리와 그 두배 크기인 16$ 짜리를 놓고 고심하는데 한 쪽에 있던 Ansel Adams의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눈을 뒤짚어 쓴 Oak나무의 흑백 사진. 그걸 본 순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걸 사겠다고 하니 "Thirty dollars and thirty one."이러는 거다. "Thir-TY? not thir-TEEN?" 우와.. 다른 그림들은 다 큰 게 16$, 작은 게 8$이라 가격도 안 보고 그걸 사겠다고 한 나는 한 순간 망설였지만 결국 credit card로 사고 말았다. 집에 와서 침대 옆 벽,방 한 가운데 낑낑거리며 다는 데도 고생했다. 나무 벽일 줄 짐작하고 압핀이 쉽게 들어 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내친 김에 저번에 침대 옆 벽에서 떨어져 잠자는 나를 덮쳐 방 한 구석에 쳐 박아 놓았던 Van Gogh 의 artist's bedroom도 손을 보아 방에서 잘 보이는 부엌 벽에 걸었다. 두 개의 그림을 벽에 걸고 나니 내가 마치 예술가가 된 양 기분이 좋다. Vincent의 침실과 비교해 보며, "흐음 .. 내 방이 훨씬 낫구만..". 역시 $30을 투자한 게 아깝지 않다. 그러고 보니 고삼 때 이후로 내 방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던 사진도 눈을 뒤집어 쓴 나무 사진이었다. 어느날 모의 고사를 보고 나서 시내에 나가 명동의 어느 극장 (중앙 극장이던가 이름도 잊어 버렸다.) 뒷길에서 길에 잔뜩 늘어 놓고 파는 그림과 사진들 중 내가 직접 사다 건 것이었다. 그건 빨간 석양 빛의 컬러 사진 이었는데. 지금도 울 엄마는 매일 내 방에 들어가 그 사진을 보고 계시겠지. 아, 그리고 차의 뒷자석에 있던 너구리 인형의 자세도 바꿔 주었다. 이 녀석은 Yosemite 에서 기념으로 선물받은 건데 손과 발바닥에 깔깔한 게 붙어 있어서 손끼리 발끼리 붙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점을 이용해서 뒷좌석 천장의 손잡이에 대롱대롱 손과 발로 매달려 있게 해 놓았는데 오늘 보니 뒷 차 운전자에게는 정면으로 이 녀석의 엉덩이가 향하게 되어있는 것이 영 점잔치 못한 자세다. 그래서 방향을 반대로 해서 그 녀석의 거꾸로 뒤집어 진 얼굴이 뒷차를 향하도록 해 주었다. 어쨌든 결론은 기분이 좋다. 덕분에 엄마가 전화걸 때마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당부하시는 김치를 큰 맘 먹고 버렸다. 사실은 벽을 감상하며 김치 복음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도저히 그 신 맛이 너무 심해서 한계에 다달았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엔 김치를 사야지~. 주영아, 너도 이모 방 구경와야 되. 얼마나 예쁘다구...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