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eokHee (영원한미소) 날 짜 (Date): 1995년09월18일(월) 01시41분38초 KDT 제 목(Title): 음력 8월 24일 새벽 가을이다. 하늘도 높고 파란 그런 가을이다. 베란다에 나가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한참이나 보고있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계절이 된 것이다. 밤이 되면 얇은 면티가지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쌀쌀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남들은 가을이니 고독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옆구리에 뭔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냐고 부산을 떤다. 난 특별히 계절을 탄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몇달의 주기로 잠시 잠시 외로움을 느끼거나 하지.... 어느새 9월도 중순이 넘어서고 9월말로 넘어가고 있는 순간이다. 가는세월 그 누구가 막을수가 있느냐고 서유석이 외쳐댔다. 유수와 같은 세월이라고 또 누군가가 읊어댔다. 하루가 지나가는 것은 이젠 우습게 느껴진다. 눈비비고 일어나 식당에서 꾸역구역 먹은 밥이 채 없어지기도 전에 하루가 지나버린 것이다. 하루종일 뭔가 할일이 있다는 건 무척 다행한 일이다. 그런거라도 있었으니 외로움이니 쓸쓸함이니 다 제쳐버릴 수가 있지....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 난 가장 많은 걸 생각하곤 한다. 하루동안 뭘 했는가를 되새기기 보다는 5년전에, 아니 10년전에 내가 뭘 느꼈고, 뭘 위해 살아왔고, 뭐가 날 즐겁게 했던가 하고... 아직도 살아온 날보다 아마도 살아갈 날이 많겠지만 .... 점점 더 살아갈 날이 적어지겠지... 그때가 되면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한 과거를 기억해 내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순간은 대학 재학중하고 대학 졸업하고 1년 동안이였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말이다.... 너의 어깨에 손을 얹었었다. 넌 이렇게 말했지... 정복 당하는 것 같다고 손을 잡아 달라고.... 우연히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을 때 넌 너무도 수줍어 했고 미안해 했지.... 난 다시 네게 전화했고.. 얼마전 예술의 전당엘 갔었지만 산산히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만 나 뒹굴었었지... 하나를 위한 이중주를 맨 앞좌석에서 보던 때 윤석화의 입에서 파편이 튀겼다고 하니 잔잔한 미소를 내게 보냈었지... 너의 물질적 일부를 모두 지워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네가 보낸 글들은 내 깊은 속에 잔잔히 남아있었고, 이상하게도 너에 대한 기억은 너무도 내 머릿속에서 뚜렷이 남아있었지. 그 기억이 지워지는 날, 나의 타성에 젖은 고독한 삶의 흔적이 살아질게야.... 1995년9월18일 새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