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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2년 02월 06일 (월) 오전 10시 14분 44초
제 목(Title): 지난 주말


1. 부서에 대리이하 사원들이 맴버인 사조직이 있다.
지원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회비걷어 운영되는 주제에

국민연금이라도 되는듯 자동가입, 자동탈퇴된다.

회장은 대리중에 직번 제일 빠른사람, 총무는 주무중에 직번 제일빠른사람이다.

부서원 대부분이 맴버이고, 입사 9년째인 내가 회장이다...

이 모임을 소집하면 거의 부서 행사가 되 버린다.

행사, 모임같은거 무지 싫어하는 나로써는 회장 짓 참 못해먹을 노릇이다.

그래서 분기에 한번정도 모아서 밥이나 먹으려고 연간 계획을 잡았다.



근데, 이벤트 좋아하는 부장이 이벤트 없냐며, 산에서 과메기 함 씹어먹자고.

계획을 잡아 보라면서, 운제산이 편하겠고, 소주는 2사람당 1병이 좋겠고,

술마실꺼니까 회사버스가 이용가능할것 같고, 산에 가니까 귤, 물 같은거는

나눠줘야 할것 같다고 했다.

또 토요일에는 간부들이 다 교육을 받으니 일요일이 어떠냐길레

간부들이 다 와 버리면 이 모임이 의미가 없고, 부서 행사가 되버리니

토요일이 좋겠다고 설득했다.

간부들이라도 쉬라고..



한데, 플랙카드도 있었으면 좋겠다, 참석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유가 뭐냐 

버스는 어디서 출발하느냐, 등등을 따지고 들기에 뭔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사진한장 예쁘게 찍어서 신뢰, 소통 함양 행사 했다고 보고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결혼준비차 서울에 한복 맞추러 간다는 부서내 커플(!) 도, 

1년에 12번인 교육에 10번 이상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간부들도,

와이프가 장염에 걸려서 앓아 누워있는 새신랑도,

어릴적에 소아마비를 조금 앓아 한쪽 다리가 조금 저는 아저씨도,

모두 자신의 사정은 미루고 산 아래 주차장에 모였다.



운제산은 472m 높이에 별로 오르는 재미가 없는 밋밋한 산이다.

빠른 사람은 1시간, 느린사람은 2시간이면 꼭대기 찍고 내려온다.

이 산을 오르는데 2시간 반, 내려 오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꼭대기에서는 신문지 펴 놓고,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잔뜩 묻은 과메기를

씹어 먹었다. (맛있었다.)

먹는중에 이 행사의 주관자인 내게 건배사를 하라고 했다.

이럴줄 알고 올라오는 동안 맨트를 생각해 두었는데 

나도 참 많이 변한것 같다.

내려와서는 오리집에서 한방오리구이를 먹었다.

먹고 해산했을때는 오후 3시였다.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오리를 먹는동안 부장이 던지는 건배사에서 이 행사에 신경을 많이 쓴 이유가

드러난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우리 부에서 만드는 제품은 수익성이 높아서

임원으로 부터 턱없이 높은 증산 요구를 받았단다.

증산을 위해서 임원이 주관하는 기술회의에서 완전히 박살이 났다고도 했다.

애초에 그정도 증산은 무리라고 말할 의지도 없었겠지만

실적 데이터 놓고, 하나하나 캐묻는 임원에게 누구도 제대로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가슴아픈 질책이 있었다고 했다.

질책을 받으면서 자신이 너무 깊은 우물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닳았다고,

우리가 생각을 바꾸어야 할때라고 생각하게됐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건배~

하고나니, 다음 사람 건배할때도, 그 다음 사람 건배할때도,

난세에 영웅이 나오느니, 함께 하면 할수 있다느니, 우리가 하자느니,

과메기가 너무 맛있었고,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느니..ㅎㅎ

나는 이미 꼭대기에서 건배를 했으니 다행이지.



3시쯤 파했을때는 웬지 피곤하더라.

산이 문제가 아닌게지.

아. 은퇴는 언제 할수 있는거야.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 주제에,

이미 블링거리는 청춘은 지났고,

어서 강아지 친구삼아 폐지나 좀 주워서 끼니정도 때우면서 죽을때를 기다리는

그때를 기다린다.



2. 일요일 아침 10시 일찌감치 ㅎㅎ 일어나서

화분에 물을 주고, 태양 예배(!) 10번을 하고서, 거실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가, 목욕탕에 가기로 했다.

조금 한적한 곳에 있는 커다란 목욕탕에서 싸우나를 할꺼라고 생각했다.


20분쯤 차를 달려 도착한 성곡 온천은..

그냥 일반 목욕탕이었다.

ㅅㅂ.딱 온탕 1, 열탕1, 냉탕1, 싸우나 2칸.

일요일 아침부터 목욕탕엔 동네 사람들 많이도 모였드라.


조금 섭섭하지만 그냥 나갈수는 없는일.

물에 들어갔다가 때 한번 밀고, 옥싸우나에 들어갔다가 때 한번 밀고,

백옥 싸우나에 들어갔다가 때 한번 밀고 하는 사이 섭섭한 마음은 가셨다.

작은 동네탕에 동네 사람들이 제법 많지만 

애들이 적고, 오전이라 그런지 물이 깨끗하고, 사람수에 비해 조용했다.

싸우나도 곰팡이 냄세 없이 깔끔하고, 온도나 습도도 잘 유지 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웬지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것이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서 잘수 있는 곳이 없는건 아무래도 섭섭하다.


3층에 있는 남탕에서 내려오면서 창밖을 보니, 멀리 포항탕이 보인다.

단층 건물 한쪽 벽면 전체에 커다랗게 포항탕이라고 써 있는걸 보니

저런 곳이 내가 찾던 곳임을 직감했다.

다음엔 저기 가야지.


점심때가 가까웠따.

돌아오는 길에 북부해수욕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북부에 사는 놈이 생각났다.

어제, 장염걸린 와이프를 두고 산에 간걸 못내 미안해하던 그 녀석이다.

그녀의 장염은 아직 완치되지 않았겠지만 머, 성한 사람 밥은 먹어야 할것 

아닌가 하고, 밥을 먹자했더니, 아직 혼자두고 갈 상태가 아니라 한다.

나랑 밥먹기 싫어서 귀찮아 할 놈은 아니고, 

나참..이걸 지극 정성이라고 해야 할까.

알았다. 간호 잘해~ 



그럼 시립미술관이 여기서 가까우니 간만에 미술관이라도 가볼까.

이제 게임도 다 지우고, 3월부터는 이마트 문화교실에서 회사 강좌도 하나

들을 생각이니 한동안 접었던 그림에 다시 관심을 둘때다.



날이 그리 춥지 않은데 미술관에 사람이 너무 없다.

치마구경좀 할랬더니. 챗. 알바까지 죄다 남자애들이네. 쳇.

'한국 거석문명전' 이라는데 이게 모냐..

선사시대 유물중에 커다란 석판에 새겨진 기호들의 탁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커다란 돌판에 새겨진 기호들은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담고 있으며 

고대에 존재했던 거석문명의 잔재라나...


박물관도 아닌데 왜 거석 문명을 미술관에 전시해놨어..

그림이나 데셍을 걸오놓으란 말이닷. 사생대회 입상작 같은거라도. ㅅㅂ


집에서 밥을 먹고나니 여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추장굴비를 갖다 주겠다고 했다.

잠시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차가 없으니 가지러 오라 했다.

대충 걸치고 차에 갔을때 열쇠를 놓고 온걸 알았다.

그리고, 차 열쇠나 집 열쇠나 다 같이 집안에 있다는것도 알았다.

전자열쇠 번호를 몰라서 어머니에게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나도 받지 않았다..


여친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시내버스를 타고 오겠단다.

전화기 건전지도 다 되 간다.

해지고 추위가 다시 찾아 오니 어쩔수 없다.

집주인에게 물어 문을 열었다.


여친이 가져온 고추장굴비는 주먹만한 플라스틱 한통에 3마넌이나 하는데

밥반찬으로는 완전 왔다다.

명란젖이 거의 다 떨어져서 답답했는데 타이밍이 좋다.



여친은 문밖에서 오래 기다려야 할줄 알았다며 작은 책을 한권 꺼냈는데

단편소설집이었다.

자기 친구가 쓴거도 있다며!

포항에 글쓰는 동호회가 있는데 거기서 낸 문집이란다.

호오~ 하는 사람은 하고 있었군.

좋은 취미다.

잠깐동안 나도 나갈볼까? 하다가 ㅎㅎ 

약속은 작게 잡는것이 좋겠거니.


여친은 고이 보내주고, 

밤이 깊어 갈때쯤 또 한주를 보낼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져 오므로

30분짜리 work out 프로그램과 또 30분의 요가를 한판하고 나니

마침내 곤히 잠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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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