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deepsky (햅쌀) 날 짜 (Date): 2011년 01월 28일 (금) 오전 12시 11분 48초 제 목(Title): 그레고리오 성가 vs 종묘 제례악 1995년 라디오에서 우연찮게 들었던 그레고리오 성가는 내 20-30대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카톨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 당시에는 하나밖에 없는 (그레고리오 성가만 연주하는 단체로서) 성가대를 찾아 라틴어, 네우마, 서양 고음악, 교회 전례 등을 배우겠다고 방방 거리다, 유학때문에 그만 둘 수 밖에 없음이 너무 아쉬웠고, 그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으며, 새로운 도시를 방문하면 꼭 성당을 찾는 (관광객 신자) 습관이 생겼으며, 수도승만 보면 그들이 올리는 기도가 듣고 싶어서 맘이 설례곤 했다. 난 여전히 그레고리오 성가대를 찾고 있으며, 일반인 상대의 전례 음악 교육 신청을 회사일에 치여 놓치고 아쉬워 하고 있다. 오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종묘 제례악을 처음 들어 본 소감은 600년이나 되었다는 우리음악을 왜 이제서야 접하게 된 걸까!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느꼈던 절제미와 세월에서 오는 함축과 시간을 뛰어 넘는 동화를 느꼈고 그와 동시에 우리 악기가 갖는 맛깔스런 음색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느낄 수 없는 소리의 입체감이랄까? 우리네 악기는 서양 악기와 너무 다르다. 혹자들은 서양 악기에 비해, 우리 악기가 원시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허나, 선조들이 그 악기들을 개발, 개량, 완성하려고 노력 안했다고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양악기의 완성과 우리악기의 완성과는 사뭇 다른 문제니까. 악기가 처한 환경과 연주자에 따라 다른 음색을 내는 인간적인 모습이 우리네 악기의 특징인 듯하다. 종묘 제례악 전체가 맘에 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연주를 통해, 라디오나 씨디를 통해 느낄 수 없었던 현장감과 인간적 음색과 절제되고 정제된 일부 소리가 맘에 들었던 것이고, 아주 조금 배운 해금을 열심히-시간과 환경이 허락하는 한-배워야 겠다는 생각이다. 학부생때 황병기 교수님 공연이 있었는데, 학과 건물이 멀어서, 내려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공연장에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땅을 칠 일이다. 만약 그때 가야금 산조를 들었다면, 내 20-30대는 지금과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