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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0년 10월 16일 (토) 오후 11시 27분 04초
제 목(Title): 전개


신입사원들이 제철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서울사무소로 옮기려하자,

회사는 나름의 대졸사원 사기 진작방안을 내 놓는다.

대졸 수당-_-10만원지급, 휴가 강제 집행 등.

이공계 학자금 대출 규모 확대 수준의 정책이다.

금연 강요할때처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표창도 하나 받고 싶은건가?

애초에 대졸사원의 사기를 진작시켜야할 무슨 필요가 있는지.

고졸들 떠받들며 대졸자들 무시해도 세계1등 기업으로 커왔는데.

인사팀이 똘추들은 아닐텐데 왜 그러지?

뭇구호가 헛되이 울릴때는,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 법. 3m깊이로.



그 와중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단체미팅주선'

사내 미혼자들을 모집, 포항시 거주 미혼자들과 단체 미팅을 개최.

결혼정보회사에 외주를 맡겼다.

결혼하고 나면 딴데 못가고, 회사를 그만두지도 못한다는 의미렸다..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어도 안나갈겁니다' 라고 했더니 두번묻지 않더라.



120명이 참석한 미팅 당일에는 11커플이 탄생.

3주일후까지 살아남은 커플은 2커플.

그중 한 사람은 같은 부서의 후배다. 

그와는 '안녕','늦네','밥은?' 따위의 말 이외에는 나눠본적이 없다.

그런 그가 한날은 내게 소개팅을 하지 않겠냐고 했다.

소개녀가 165cm인데 힐을 높은걸 신어서 키가 맞는 사람이 나뿐이라며..



낼름가서 만나봤지.

평일 저녁에 만나니까 정장 안입어도 되서 좋더라.

어나니 사람들이 말하는 여자에 대한 금칙에 걸리는 것은 없어 보였다.

명랑해야 한다, 건강해야한다, 된장냄새 많이 구리다, 가난에 쩔어 자라면 
안좋다,(내 케이스네..쩝) 그래도 내 눈엔 예뻐보여야 한다, 등등.

그래서 또 보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메세지도 보내고, 전화도 했다.

-> 순조롭다는 소리.



그저께는 퇴근하며 주선자 커플과 함께 4인이 커피숍에서 마주 앉게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다.

1. 다른 커플과 커플자격으로 한 테이블에 앉는다

2. '그'와 '커피숍'에서 만난다

사건 1과 2는 모두 발생확률이 낮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2143개의 시나리오 속에도 없을것이다.

또한, 회사일에 청춘을 묻을듯한 기세의 그와 그의 여친은 닭살커플이었다.

둘이 있으면 어디에서건 둘만 격리된듯이 행동하는 부류였다.

나는 절대로 저러고 싶지 않고, 저럴수 없으리라.

나는 그들을 멍하니 보고 앉았을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인생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의해서만 변곡점이 생기게 마련이거니.

두사람이 어떻게 친해질수 있는걸까.

나는 어떻게 옆에 앉은 이 여자의 손을 잡아볼수 있을까.

시작은 순조롭건만, 내가 탄 휠체어는 문턱을 만났다.

호감을 가진 단계를 넘어설때는 분명 계기란것이 필요할테다.

그런것이 계획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셉션은 3단계까지 가야 가능한거다.

내가 할머니 지나가라고 차를 세워주는걸 보고 나를 남편감으로 찍어주면 제일 
좋은데.

의도적으로 이루어 질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어쨌든 손은 어떻게 잡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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