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 링 거) 날 짜 (Date): 1996년02월24일(토) 13시01분54초 KST 제 목(Title): 빨래... 그녀가 나를 이쁘게 봐주는 구석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빨래'다. 난.. 오랜 객지 생활로 (아마 한 십몇년 될 것같다.) 익숙할대로 익숙한 일이고 맨날 하던 일이라서 특별한 생각 없이 할뿐이었는데.... 집에서만 지내온 그녀로선 대견해 보였나 보다. 메랴쓰와 빤스 셋트가 스무개는 되니깐 한달에 한번꼴로 세탁기를 돌린다. 한꺼번에 바께쓰에다 모타 두었다가 한가한 오후로 날을 잡는다. 세탁기에다가 이것저것 퍼 담고... 세제를 적당량 붇고... 물공급을 '온수@냉수'로 놓고... '표준코스'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45분 후에 들여다 보기만 하면 된다. 사실 빨래를 하면서 약간의 만족감을 얻긴한다. 적당한 날을 잡고 빨래감을 집어 넣고 하는 일들은 싫은데... 빨래를 널 때라든가 다 마른 빨래를 걷을 때는 행복감, 포만감이 느껴진다. 약간의 물기가 배어 있는 양말을 가지런히 펴서 줄에 나란히 걸기도 하고... 넓적한 메랴쓰를 탁탁 털어서 또 걸고... 그때 풍겨오는 상큼한 세재 냄새...... 빨래를 걷을 때는 더 재미가 있다. 겨울 내내 먹고 지낼 먹이를 마련하는 개미처럼..... 며칠간 걱정 않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을 수 있는 빤스와 메랴쓰를 준비하는 기쁨. 메랴쓰 하나를 차곡차곡 개어서 놓고 그 위에 짝을 맞추어 빤스를 개어 올려 놓는다. 언젠가 그녀가 내가 사는 집에 놀러 왔었는데...... 잘 정리되어 널려 있는 빨래를 보고 놀랜 토끼눈을 했었다. (아마 날 이상한 성격에 남자로 오해를 했었던 것같다.) 그리곤 옷장을 열어 보더니 말을 않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나이하프위크'란 영화가 생각 나는 구만..... '미키루크'의 나이쓰했던 옷장을 기억하는지......)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어머니는 참 포근한 분이셨다. 그중에 특히 아늑했던 기억은 조용히 이생각 저생각하시며 빨래를 개어 넣으시던 모습이다. 그때 들려오던 따가운 매미의 울음소리.... 살짝 지나던 시원한 바람.... 그녀를 이해시키기에 충분했던 어머니 얘기였다. 빨래 하는 것에 대하여 집착하는 날 이젠 이해해 주니깐 된거지. 나중에 결혼해서도 빨래는 꼭 내가 할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