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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deepsky (햅쌀)
날 짜 (Date): 2008년 10월 13일 (월) 오후 01시 51분 12초
제 목(Title): 조의




가재맛을 본 몇년전 부터 가재 탱크만
보면, 저걸 한번 사볼까 망설이길 여러번 했다.
가재 물탱크 보는 건, 회집앞에서 물고기 탱크
바라보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살점이 입으로
들어가도, 아가미가 꿈틀거리는 물고기를
어릴때 본적이 있다면, "저걸로 잘 해주세요"
라고 말해볼까를 망설인 적이 있다면, 그 망설임을
극복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왜 수년간 망설임을 오늘에서야 극복했을까...
요즘의 지나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과 답답함과
능력없음에서 오는 자괴감에 대한 반항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굳이 "이거랑 저거랑
꺼내서 싸주세요 " 하는 선택적인 살인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미리 두마리씩 포장을 해두었기 때문에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어떤 교류없이 익명으로
가재를 들고 올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러한 빠른
일처리에 굳이 망설임 없이 가재 2마리를 들고와
얼른 큰 냄비에 물을 올리고, 가재는 싱크대에
놀게끔 놔두고, 다른 물건 정리를 하고는 물이
끓자 마자 한마리씩 첨벙 첨벙 집어 넣을 수 있었고,
생각만큼 죄의식은 들지 않았다.

평소에 즐겨 먹던 Riesling한병, 약간의 버터,
가위랑 망치, 가재 꼬리 둘, 손 넷, 이상한 식탁이다.
15분전에 꿈틀거리고, 게거품을 내던 - 과연 토해낸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 커보이던 가재들이 정말
쪼그맣더라. 거품내던 가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걸까? 왜 보기보다 살점이 없는거야...

먹을때 까지도, 먹는 동안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나니, 죽은 가재에게 쫌 미안해졌다.
끓는 물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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