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8년 04월 26일 (토) 오후 10시 43분 37초 제 목(Title): 안동여행 1. 한번도 공장에서 일해본적이 없이 숫자놀음만 해온 사람이 공장을 지휘하는 자리에 올랐다. 오르자 마자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 판파단을 0%로 만들란다. 부팅시간을 0초로 만들라는 요구와 같은거다.(1초가 아니라) 목표가 대통령이면 목표달성을 못해도 국무총리까지는 가겠지만 , 초동면 면장을 목표로 하면 목표달성을 해도 면장 밖에 안된다는 식으로 내린 명령이겠지.. 그러니까.. 정년퇴임때까지 헐떡거리며 뛰라는 이야기다. (말처럼) 나는 고통스런 삶을 살게 되겠지만 회사와 상무 자신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정년 퇴임을 할수 있으니 기뻐해야하나?) 그 요구를 진짜로 달성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고, 나 역시 같은 팀의 멤버이기에 마치 진심으로 0%에 도전하려는 듯한 스텐스를 취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헛웃음이 나오는데.. 그런 거창한 목표를 정해 놓고서는 소장, 사장, 회장에게 우리가 이런 목표를 세워서 한번 열심히 해보련다는 보고서를 쓰는데 장장 2주일이 걸린것. 쓰는 내내 구역질, 신경질, 자괴감에 시달렸다. 나도, 팀장도 그놈의 보고서를 쓰다가 지쳐버렸다. 채찍질에 숨이차서 죽어버릴대까지 달리는 말이 된 기분이 들었다. 체격은 좋아도 체력은 나빠지고, 은행잔고가 늘어나는 만큼 삶은 팍팍해져가는 것이 아 나라의 대세이긴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럴필요는 없기에 쓰러지기 전에 여행을 가기로했다. 2. 자칫 주말이 되면 피곤에 절어 퍼지기가 쉽상이므로, 스스로를 구속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이번주말에는 전라도로 여행을 가려한다고 소문을 냈다. 야~ 여행좋지, 재미있겠다, 전라도는 말이야 거기 좋그등..이러는 가운데 아무도 같이 가자는 넘은 없었다. 3. 금요일 저녁, 전라도는 꽤 멀꺼니까 일찍 자야 토요일 아침일찍 출발할수 있을것 같아서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 띵~ 책좀 읽고, 땅끝마을 가는 교통편을 찾아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다시 깨니 이미 10시 였다. 많이 망설이다가...집을 나섰다. 4. 늦어버렸으니까 목적지를...무작정 포항에서 가까운 순으로 ㅋㅋ 문경을 잡았다. 안동은 지난번에 가봤으니까. 문경가는 버스는 잘 없어서 안동을 거쳐가야 한다. 그런데 안동에 도착하니까 이미 오후 3시가 된거다. 제길슨.. 지난번에 못가본 하회마을이나 들렀다가 내일 문경으로 가야지. 5. 하회마을에가니 거긴 민속촌일 따름에다가 사람들까지 꽤 버글거린다. 여긴 내가 원하는 안동이 아니야..내가 원하는 안동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단 말이다 ㅡ^ㅡ'' 관광객의 70%는 연인, 20%는 가족, 10%는 불륜이다. 눈꼴이 시지만..집에 있는것 보다는 나은거다. 6.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다가..강을 건너는 나룻배를 발견했다. 아!!!!!!!! 다른 사람이 할랑하게 사는거 보면 시셈이 났었는데 사공아저씨는 보고 앉았으려니까 절로 나오는 콧노래와 함께 인생 별거있냐능 생각에 마음이 그렇게 편한거다.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룻배를 스케치하는 동안 등뒤에 인기척이 있길레 돌아보니 거기 한쌍의 연인이 섰다. 보나마다 '어머~ 저기 누가 스케치 하나봐. 가보자 오빠~' 해서 온건거다. 얼어죽을 년놈들. 그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내 스케치가 아름답던 말던 상관은 없는거지. 같이 봤다는게 중요하지. 잠깐동안 너희들이 나로인해 즐거웠다면... 관람료를 내던가. ㅡ"ㅡ 7. 3000원자리 비빔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찜질방에 들어가기 전에 ㅋㅋ 만화방을 찾았다. 벽지가 누렇고, 만화책을 아무렇게나 쌓아놓고, 소파 껍데기가 더 벗겨진 지난 세기의 기갑충이었다. 그래도 내가 보는 시리즈는 다 있었는데 신암행어사가 완결됐고, 무한의 주인이 어느세 20권이나 나왔고, 베르세르크는 아직도 거기서 거기, 배가본드도 거기서 거기. '리얼'이 눈에 띄어서 그거 다 본다고 한참 걸렸다. 재미있네. 8. 만화를 보는 중에 주말이면 늘 연락을 해 주는 친구들이 저녁먹자고 전화를 한번씩 해주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혼자서 거기서 모하냐-_-?' 여행의 참 재미를 모르는 것들. 술이나 처마셔라. 9. K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일요일에 여럿이 대구에 야구보러 가기로 했으니 같이 가잔다. 나의 문경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혼자 2.5시간을 산책하는것 보다는 너랑 야구보는게 낫겠지? ㅎㅎ 10. 나같은 사람을 위해 찜질방은 정말 좋은 시스템인것 같다. 볼거리에는 관심없이 그저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하루종일 걸은 다리를 쉬기에 참 좋은 곳이니까. 목욕한다고 탕안에 들어갔는데 거기서는 포항에서는 보지 못했던 '탕내 물총'이 설치되있었다. 허리쪽과 발바닥에 강력한 물총이 발사되는데 이게 작품이다. 발마사지를 꼭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그리고 취침. 찜질방에서 자는 잠은 자봐야 피로회복이 전혀 안된다. 다른 사람은 참 편안하게도 자는데. 12. 아침에는 서둘러 샤워 한 번 더 하고, 대구 야구장으로 향했다. 문경은 다음주에 가면되는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