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breeze) 날 짜 (Date): 2004년 11월 18일 목요일 오전 05시 31분 02초 제 목(Title): ... 가비지보드에 글을 적었지만... 7~8년 이상을 모아뒀던 내 데이터 하드가 날아가 버렸다. 처음에 이런 일이 생기니까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 '기억과의 단절이군'이면서 앞이 막막해지더라... 그러다가 또... 아냐... 그렇게 모아만 놨지, 내가 그 음악 파일을 언제 제대로 듣기는 했나? 그 사진들을 제대로 보기는 했나? 그 메일들은 언제 다시 들춰봤나? 그 주소로 연락을 해 봤어? 그 전화번호는 왜 가지고 있는데? 적은 글들, 프로그램 코드들 다시 만들 수도 있잖아? 몇몇 외에는 너한테 필요하지 않는 걸 collector 취향으로 가지고 있는 것 뿐이잖아? 그 필요한 몇몇도 원하면 다시 구할 수 있고... 순간 이런 생각 으로 위안을 삼을려는 거다. 그러다가 또... 아냐... 내가 왜 그것들을 소중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가끔이라도 지나치면서 보면 내가 왜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관련된 좋은 기억들 나쁜 기억들이 떠오르고,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잖아. 그것들이 없어지면 기억을 이끌어 낼 trigger들이 사라지는거야. 그리고 노동이 집약된 프로그램 코드나 회로도,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운 구하기 대단히 힘든 자료들도 있고... 이러면 또 막막함이 밀려온다. 막막해도 어쩌겠냐? PC에 복구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할 일이 없으니, 여러가지를 많이 하게 된다. 등한히 하던 방안 정리부터, 들고 다닐 가방을 좀 더 내 목적에 맞게 만든다면서 셔츠에 단추가 떨어져도 안들던 바늘을 빼든다. 그리고 책도 읽는다. 가비지에 글을 적고 있는 달력에 대한 책, 포토보드에 글을 적은 사진역사에 대한 책들... 이렇게 보면 그 사건을 계기로 시간을 더 유용하게 보내게 된 것 같다. 그러다 '이쯤이면 나도 과거와의 단절에 익숙해 질만도 하지 않아?'하며 혼자 너스레를 떨고 보니까... 가슴이 미어진다... ...................................................................... 고이지 않고... 사로잡히지 않고... 가볍고 부드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