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parsec ( 먼 소 류 ) 날 짜 (Date): 2004년 10월 18일 월요일 오후 06시 58분 26초 제 목(Title): 포식자 금요일 야유회는 OO랜드였는데 아이들이 워낙 많고, 긴 줄을 기다려서 놀이기구를 탈 맘도 없기에 한쪽 구석에 쳐박혀서 맥주나 한 잔 마셨다. 점심을 먹고선 슬쩍 빠져나와 미리 와이프한테 연락해서 동물원 앞에서 만났다. XX카드로 OO랜드 자유입장권을 결재하면 공짜로 동물원 입장권을 주기 때문에 내것 하나와 다른 사람 것 하나를 얻어 둘이서 동물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는 공짜로 입장. 유모차 하나를 빌려서 태우고 다녔는데 아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우리 안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동물들을 보고 즐길 줄을 몰랐다. 그저 과자나 엄마 얼굴 보느라 두리번 거릴 뿐. 커다란 새 우리 안에 데리고 들어갔지만 이 새들도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고 멀리 있는 사물에 아직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는 별 감흥이 없는 듯. 물범과 바다사자가 있는 곳에 오자 바다사자가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느라 코를 킁킁대는 걸 보고 다른 유모차 부대가 몰려 서서 환호 를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여기선 조금 관심을 보였다. 어쨌든 서론이 길었고, 치타우리에서 흔히 못보던 광경을 목격했는데 나무 그늘 밑에서 폼나게 고독을 즐기며 미동도 않고 앉아 있던 치타가 갑자기 하얗게 버둥거리는 산 토끼를 물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더 자세히 보려고 떠들면서 다가가자 치타는 방해받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자꾸 옮겨갔고 그 동안 토끼의 하얀 몸뚱이가 버둥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육사가 치타의 먹이로 살아있는 토끼를 풀어놓은 것일까? 동물원에서 육식동물들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는 걸까? 미리 도살된 고기를 주는 게 아니고? 치타는 죽은 먹이는 먹지 않는 걸까? 갖가지 궁금증이 일어났지만 토끼에게는 어쨌든 잔인한 일이다. 아이가 더 커서 그 상황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 나는 무슨 설명을 해야 했을까? '너는 저 토끼저럼 되지 말고 치타처럼 돼라'라고 해야 되나? '토끼는 불쌍한 넘, 치타는 나쁜 넘'이라고 해야 되나? 그냥 자연은 원래 저런 거야 라고 해야 되나? '저 토끼가 바로 이공계야' 라고 해주는 게 좋을까? 치타는 그럼 뭐지? 대한민국인가? 기업인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May the source be with you!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