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pringle (*줴리*) 날 짜 (Date): 2004년 7월 21일 수요일 오전 11시 17분 01초 제 목(Title): 수몰된 영추사 은희경의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에 수록된 "그녀의 세번째 남자"라는 소설에 보면 이런 저런 일들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 그녀는 한때 사랑했던 그가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 주던 영추사라는 절로 향한다... 그리고 그가 반지를 끼워 주며 했던 말을 기억한다.. 반지에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 아니라 절에 맹세하는 거라고.., 반지는 잃어버릴 수 있지만, 장소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라는... 하지만 영추사에 도착했을 때 그 곳 영추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근처에 댐이 생기면서 영추사는 수몰 되고 조금 다른 위치에 같은 이름의 새로운 절이 세워져 있다...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공간,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믿음이 거짓이 된 순간과 마주한 그녀의 심리를 잘 표현했었다. 꽉 막힌 출근길.. 사당 사거리 못미쳐 있는 추억 많은 안경점이 폐업을 했는지 그자리에 새로 들어설 가게의 내부 공사를 하느라 한창인 모습을 보았다. 훼미리 마트 안쪽 자주 가던 순대와 떡볶기를 팔던 가게도 문을 닫고 야채가게로 바뀌었는데.... 하나씩 사라지고, 하나씩 바뀌어 가고.. 내 기억에서 멀어져 간다.. 슬픈 노래를 들어도 이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만큼 튼튼해진 나처럼.. 오빠도 이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고,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다 그렇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젠 늦게 집에 들어와 화장을 지우다가....맘이 평온해져서... 앨범 맨 뒷쪽 뒤집어 넣어 두었던 사진들과 편지,메모지, 물감...모두 꺼내서 미련없이 버렸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이젠 모든 끈을 놓아버린 느낌이 들었다...이제 더이상은 나와 닿아있지 않는 사람.. 이사를 두번이나 하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했던 그것들.. 문득문득 그 소품들을 보고 있을땐 내가 공간이동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곤 했다.. 그 때 그 시간 속으로, 그 장소에서 웃고 있는 나와 오빠를 바라보는 나... 모두 버리고 나니 왜 이런 의식이 필요한지 알것 같다... 역시 모든건 억지로 되는게 아니었다.. 시간은 가장 좋은 선생님~ 정말 날 철들게 한다... *사랑은 끝없는 기다림 속에 천국을 꿈꾸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