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hwang (minky) 날 짜 (Date): 1996년01월27일(토) 00시11분24초 KST 제 목(Title): 싹싹 아침부터 하루종일 몸이 찌뿌둥했다 머리도 아프고 밥맛도 없고 움직이기도 귀찮고 자꾸 잠만 오고 그래서 보통때보다 두 시간정도 더 잤는데도 계속 그랬다 거의 정오를 넘길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거다 에구구 이래선 안되지.. 이런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방바닥에... 바퀴벌레 몇 마리가 뒤집어져 있었다 그 순간 난 오늘 하루종일 내가 왜 맥을 못 추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낮다 며칠전부터 집에 바퀴벌레가 갑자기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나의 바퀴벌레에 대한 생각은 수백마리가 살아도 좋다.. 눈에 보이지만 말아다오.. 이거다 벌레들도 다 살자고 그러는건데.. 그래서 눈에 보이는 놈들만 죽이지 결코 냉장고 밑이나 싱크대 밑에 약을 뿌리고 놓고 그런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엔 이놈들이 나를 화나게 했다 무심코 냉장고 위의 커버를 잡아 당기는 순간 냉장고 뒤쪽으로 내려져 있던 부분에 몇 놈들이 붙어서 딸려 올라온 거다 순간 머리카락이 정말로 쮸삣 설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내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물건들의 뒷면에 이 놈들이 새까맣게 붙어 있을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난 어제밤 이놈들과의 싸움을 결정하고 수퍼로 가서 아줌마의 조언을 구했다 아줌마는 약국에 가서 '싹싹'이라는 것을 구하라고 일러주셨다 멀리 왕약국까지 가서 그 '싹싹'이를 사왔다 맨발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곧 전투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한 탓인지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흰 면장갑을 끼고 흰 마스크를 끼고 용기에 쓰인대로 � 창문을 꼭꼭 닫고 방 한가운데에 싹싹이를 놓고 밸브를 열었다 희뿌연 연기 같은 것이 나와서 방을 온통 뒤덮었다 한통을 다 뿌리고 얼른 문을 닫고 나와 위층 후배방에 가서 두 시간을 개기다가 내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는 순간... 집안은 치열했던 전투를 증명하듯이 여기저기 바퀴의 시체들로... 으... 정말 크기도 다양했다 놈들의 시체를 깨끗이 다 쓸어내고 환기를 시킨 다음 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 근데 오늘 또 바퀴가 죽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어제의 약기운이 완전히 덜 가신거 같다 그래서 나도 약간 맛이 간거 같다 내가 튼튼했길래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바퀴들과 같은 길을 갈뻔했다 그렇다 약을 뿌리고 난 다음에는 완전히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승리의 기쁨에 들떠서 소흘히 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