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1월08일(월) 02시04분58초 KST 제 목(Title): 세한도 큰아버지의 장례 때문에 부산에 갔던 막내 민호가 책을 한 권 들고 올라왔다. 장남인 staire는 왜 안 갔냐고? 쩝... 그건 중요한 게 아냐... 하여튼... 작년 10월에 나온 '형상과 인식' 동인지 5호. KIST에 들고 가서 점심시간에 읽고 있으려니 연구원들이 아주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요즘도 동인지라는 거 나와요?" "전 동인지가 일제 때나 나오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래서 어머니께서 여기 동인이란 말은 안 하기로 했다. 그 얘기를 듣고서 연구원들이 어머니를 일제 시대 분위기의 고리타분한 아줌마로 생각할까봐. :P 거기에 실린 어머니의 시 한 편... 세 한 도 - 진 경 옥 펄럭이는 코트 자락에서도 돌아서는 그대 찬 이마 보입니다 성긴 추령재를 넘고 감포 앞바다를 지나 청하 월포 장사를 차례로 넘습니다 월송정 망양에 이르러서야 동해여 장탄식으로 굽어보았습니다 태백의 깊은 골로 함묵하며 가는 길 산다는 것의 깊이가 더없이 첩첩인 것을 울울창창 숲에 안겨 도리없이 끄덕였지만 남빛이다가 잿빛이다가 끝내 하얀 물보라로 달려와서 야멸차게 옷섶 낚아채는 그대 저어할 기력조차 쇠진하고 말았습니다 그리움 한겹 한겹 산 아래로 날리며 찢긴 남루의 옷섶 채웠다 열었지만 그대를 적셔볼 아주 작은 혼령마저 아득히 썰물따라 가버린 것을 깜박깜박 저 먼 덕구온천 그 불빛 다 사윈 다음에야 읽었으니... ... 혼 없는 마음 얹어 물길따라 돌아서야지요 죽은 듯 누워만 있어도 을숙도까지는 가 닿을 것을 장장 700리 물길 어디로 빠졌는지 별 하나 없어 그마저 안보입니다 바람 부는 먹장 속 눈발 조용히 날리고 펄럭이는 코트자락 어느새 잠적하여 읽을 낱자 하나 없으니 편지 그만 접습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