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 날 짜 (Date): 1995년12월14일(목) 19시04분05초 KST 제 목(Title): 밥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누구의 책 제목처럼 '잠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의 오타가 아님을 미리 밝히며. 며칠 만인가... 담보해 두었던 잠을 훤한 대낮 동안 12 시간 동안 자 버리고 일어나 자기 전부터 느꼈던 허기를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러나 문제는 배가 고파도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서울 갈 날을 한 주 남짓 남기고 모든 식욕이 나를 떠나 갔다. 남은 한 주는 무엇을 먹고 지내야 할 것인가... 음식을 앞에 놓고도 비위가 상하기만 해서 먹고 싶지가 않다. 이럴 때면 나는 그 음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엄마 생각을 한다. 엄마가 해 주는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냐고? 아니다. 엄마가 날 낳기 전에 드셨다는 그 어떤 음식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건 얼마나 비위가 상했을까? 난 둘째 딸이다. 첫째를 딸을 낳으신 우리 엄마는 아들을 낳고 싶은 마음에 소의 무엇인가를 먹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래서인가 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여자'랑은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물론 그런 것을 먹는다고 실제로 나의 염색체에 이상이 생길 하등의 이유는 없지만, 그 이야기는 나의 정신에 어떤 자극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린 아이들도 '씁쓸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지 잊어버려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부당하다.. 그러면서도 그 비위 상하는 음식을 먹게까지 만드는 그 부당함의 영향력... 그에 대한 저항은 내가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여자'로서 이전에 '사람'으로서 반응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사람'인 것에 대해 나는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그 비위 상하는 부당함에 대한 혐오는 이렇게 밥맛없는 날에는 내 기억을 자극하는 것이다.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