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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chagal (반지낀기사)
날 짜 (Date): 1995년12월13일(수) 00시59분23초 KST
제 목(Title): [부끄럽고 슬픈 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선을 타고 엄마의 피곤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고마우신 어머니.

  어려을 적 내 꿈은 의사였다. 아주 귀엽고 작은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가면서 

 했던 맹세가 엄마하고만 살겠다고... 엄마 아프지 않게.난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들어갔어도...그랬다 무능한 양의 보다는 노력만 하면 모든 병을 다스릴

 수 있는 한의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간간히 잔병치레를 하시는 엄마를 돌보겠다고

  하지만, 우습게도 웬수같은 선생의 방해공작에 휩싸여 홧김에 과기대에 왔다. 

 엄마는 내게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되라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러나 지금 졸업하는 나는 공학학사지만 경영과를 졸업

 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의 바램하나 못들어 준 체.

 중졸이신 엄마. 그래서 대학생인 내에게 따스한 맘만 주시려고 했던...

 내가 어렸을 땐, 성당에 가서 기도하시고,  아버지 하시던 일이 잘못된 후 절에

가서 불공드리시고, 그러다가 형에게 문제가 생긴 후, 그 평화롭던 절을 떠나 

교회에 나가 주기도문을 외우시는 엄마.  잘난 아들 둔 덕에 어머니같은 충고는 

못하시고 늘 엄마같이 따스하기만 한. 너무 평범하신 엄마. 

남들에게는 소설같기만 한 그런 일들만, 현실같이 다가왔지만, 언제나 내게는 엄마

이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그런 엄마의 목소리가 멀리 부산에서 전화 송화기로 흘러 나온다. 너무 좋다. 

오랫동안 통화를 못했지만, 언제나 어린애같은 나는 집안의 일상에 관해 뻔한 질문을

하고, 뻔한 이야기를 듣는다.  야박한 자식에게 여전히 잔소리 한 번 늘어 좋지 않는

다. 때론 야단을 치셔도 곧이 받을텐데. 언제나 이해할려고만 한다. 그리고, 난 

시덥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고.....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울적해진다. 

지난 토요일 집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룸메이트 말이 기억나서 멍청한 질문을 던졌다.

그 물음이 얼마나 또 맘을 휘저어 놓을지 감히 생각도 못한 체.

아버지 생신이라는 말을 부드럽게 내어 놓는다. 

아~

황당해진다.  그렇게 그러지 않을려고 했는데.... 다이어리에 표시하고 잊지 

않을려고 했는데....빌어먹을 다이어리 챙겨본 지가 2주가 지나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의 아버지.

여느 중소기업이 그러했듯이,  아버지와 삼촌이 같이 운영하던 와이셔츠 공장이 

부도가 나서 지난 봄에 회사를 넘겼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 하셨고, 너무 힘들어서 지난 겨울 부산에 가 있던 1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드셨던...급기야는 

회사를 처분하시던 날,  어린 나를 붙들고 그렇게 큰 울음을 터뜨리고 술을 마시던

모습이 , 이젠 너무 약해지신 아버지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어리석게도 나는

무작정 그러지 마시라며, 모든 걸 무작정 형에게만 넘기려고 했던 내가 생각난다.

머리깨고 첨으로 신병교육을 받고 나오던 날, 보이시는 아버지 모습에 너무 좋아서

너무 반가워서 그 넓은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린게 나였는데, 난 아버지가 힘

들어 하실때, 아버지를 감싸드리지 못했다. 받은 사랑하나 제대로 돌려드리지 않는

부도 낸 기업 같은 나. 가슴이 시리고 맘이 저려온다.

언제나 그 분의 희망이며, 자랑이지만 스스로는 늘 거부하기만 했던 그 꼬여버린 

사랑들이 바늘같은 날카로움으로 고통스러기만 하다. 

이젠 나약해지신 아버지 앞에 든든한 아들이 되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했다. 

지난 9일, 난 무주에 가서 스키를 탔으며, 혼자서 맛있는 식사를 했으며, 나이트에

가서 낯선 여성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춤을 췄으며, 또한 정신없이� 술을 마셨으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국가를 성토했으며, 술에 찌들린 몸으로 노름을 했으며...

결국 추한 몰골로 따스한 콘도 구석에 자리를 털고 세상모르고 잤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화 한 통 안했는지.. 아니 어떻게 그걸 잊어 버린 것인지...

한심하게 숨쉬고 있는 것이 나란 놈이다.

지금은 내가 그분에게 필요할 때인 것을 알면서...


빌어먹을 내가 너무 슬픈 날이다. 


집에 가면 큰절 올리고.....

그 분의 소중한 아들임을 확인해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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