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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erene (레아)
날 짜 (Date): 1995년08월27일(일) 00시27분06초 KDT
제 목(Title): 우산


'비설겆이'라는 말이 있던가, 아마도 비온뒤에 집안 여기저기 비가와서 만들어논

흔적들을 정리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버려두었던 것들을 정리하는데, 샷시없는 뒤쪽 베란다에

있는 우산들이 눈에 띠어 꺼내보니, 먼지는 많이 묻어 있지만 아직 건재한듯하여

하나는 먼지만 닦아내고, 다른 하나는 어느 솔기부분이 10센티정도 튿어져 있어서,

꼬매고 먼지를 닦아냈다. 둘다 멋진 우산이지만, 장대우산(접지않는것)이라 불편해서

쓰지 않은지 꽤 된것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내 우산이라는 최초의 것은 우리할머니가 쓰시던 양산이었다. xx양산

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밝은 파란색 진분홍색 등등이 화려하지만 잔잔한 체크무니로

조화를 이룬 것인데 국민학교 내내 쓰고 다녔다. 아마 중학교때도 썼을 거라고 기억

되는건, 내가 우산을 쓰는 습관때문이다. 비가 조금 내려도 목적지에 도달해보면,

언제나 내 머리는 젖어있었다. 우산을 머리에 붙여서 쓰는 습관때문이고, 내 우산이

원래 양산이므로 방수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산을 써도 머리가 늘 젖어있었

지만 워낙 튼튼한 우산이라 그렇게 오래 쓴것 같다.

그 이후엔 집안에 쌓여있는 우산중에 쓸만한거 골라서 쓰고 다니는 내 우산이라는게 

없는 시절도 꽤 지속되다가, 대학교 초년쯤에 노란색류의 체크 우산을 샀다. 양산

우산 겸용으로 빛이 바랠때까지 썼다. 대학내내...

그런데, 어느날 정장을 입고 어딘가를 가는데 비가왔다. 예의 그 우산을 꺼내어 

쓰고보니, 단정하고 선명한 내 정장차림에 어울리지 않는거다. 빛이 바래서이지...

그날, 지하철을 타기전에 있는 가게에서 프랑스디자이너 이름이 붙어있는 장대우산

(그게 튿어져 3년간 버려두었다가 오늘 꼬맨 우산이다)을 하나 샀다. 전에 쓰던건

이단으로 접는 건데, 그날 분위기 잡느라 화려한 꽃무니의 장대우산을 샀다.

그걸 쓰고 어딜가든 한마디씩 들었지, '멋진 우산이예요' 이 말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쯤으로 해석해서 들으면 된다..

하지만 장대는 불편했고, 이때쯤 부터는 하나가 아닌 멀티플 우산이라 아무거나 

쓰고 다녔다. 전부 이단이었고...

이단 우산도 접으면 꽤 부피와 무게가 나가서, 난 될 수 있는데로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걸 피했다. 아침에 비가오지 않으면 비가온다는 예보를 보고도 그냥 나가서

빌려 쓰거나 비를 맞았다. 

일년쯤 전 어느분이 판촉용 3단우산을 여러개 주셔서 3단 우산 시대로 접어들었다.

접으면 가방에 들어가는 사이즈에 무게도 가벼웠다. 우산들고 다니기 싫어하는 나도

잘 챙길 수 있어서(늘 가방에 상주하기도 하니까..) 비맞는 일이 적어졌다.

그런데, 요즘처럼 비가 늘상 오고, 아주 많이 오는 날들이 계속되자...

난 예전에 버려둔 장대우산들이 아쉬워졌다. 내일 비가 온다면, 난 장대우산을 

쓰고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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