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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blrose (Wagnerian)
날 짜 (Date): 1995년10월14일(토) 03시44분26초 KST
제 목(Title): 떠나고 싶다.


해마다 10월 15일은 혼자서 드라이브를 나가는 날이다.

우리 실험실같이 1년에 휴가가 하루도 없는 상황에서

평일날 어디 다녀올수 있는 날은 오직 개교기념일인

10월 15일뿐인 까닭이다. 올해는 운수 나쁘게 일요일이

되어버렸지만 어쨋든 떠나고 싶다.

나의 주된 드라이브 코스는 설악산이다. 춘천-양구로

가는길, 양평-홍천-인제로 가는길, 영동고속도로-강릉-속초로

가는길, 영동고속도로-진부-주문진-속초로 가는길 등등

모두 내 마음에 드는 길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는

영동고속도로(속사)-인제-한계령을 통하는 길이다.

이길로 설악산을 다녀오면 남한에서 제일 높다는 운두령과

한계령또는 미시령 그리고 대관령을 넘어야 하고 거리도

600킬로 이상,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꼬박 운전해야한다.

하지만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을 혼자서 달리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차를 세우고 조용히 경치를 감상도 하면서

하루종일 달리면 머리에는 아무 잡념이 없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누구 마음 맞는 사람이라도 같이 가면 좋을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너무나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전하는 재미라도 있는 운전자가 아닌이상 지겨워진다.

그래서 홀로 떠난다. 

올해는 운두령을 넘어서 새로 많이 포장되었다고 하는 56번

국도를 따라 양양으로 넘어가볼 생각이다. 절정이 조금 지난

때라 단풍이 조금 상했겠지만, 낙엽이 져가는 산하를 바라보는

것도 좋으리라. 산하를 보면서.. 고된 운전을 하면서

나를 에워싼 복잡한 문제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

나를 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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