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center (Aloft) 날 짜 (Date): 1995년10월14일(토) 02시09분43초 KST 제 목(Title): 욕먹기. 동아리가 있는 것은 어떤 유익을 위해서 인가? 일에 시달린 심신을 달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운동이든 음악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 하고 같이 누릴 수 있다면 그게 커다란 위로가 되는 건데 동아리 활동이 부담이 되는 불상사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응원반이나 아니면 대개의 운동써클은 분위기가 무척 사나웠다. 한번 가입하면 탈퇴 불가 .. 나가려면 무시무시한 집단 몽둥이 찜질을 감내해야 했고.. 그런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다른 동아리들까지 전염시켜 선배들은 정말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하지 못한다는 속담에 부응이라도 하듯 자신이 후배였을 때의 입장은 망각하고 눈에 거슬리는 면만을 트집잡아 잘도 후배들을 후렸다. 나 역시 동아리 생활을 했지만 가장 억울하고 원통했던 기억이 그것이다. 나보다 겨우 일년 앞서 산 존재들이 어떤 권리로 나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그 이후로 집단의 몽매한 힘에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생겨났다. 특히 동아리내에서. 이제 나이를 먹어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만만치 않은 부담을 이겨내며 내가 좋아하는 운동 써클에 가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동아리에대해 기대 했던 바와 동아리가 내게 기대했던 바의 상충이었다. 난 운동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보다 순수하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 함께 연습하고 인간적인 교분을 나눌수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그 동아리를 장악하고 있는 보스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동아리장의 생각은 어떤 일이든지 노력을 다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동아리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반하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았지만 순진하고 무던한 사람 백명이 있어도 주장강한 독한 일개인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다. 일도 피곤한데 나를 달래려고 가입했던 동아리가 날 압박하다니.... 물론 어영부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난 최소한 동아리 만큼은 인간적인 실수나 게으름도 그것이 다른 동아리 회원에게 해악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너그러이 받아들여 질수 있는 분위기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운동이라는 활동의 성격상 그러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인가? 회원에 대한 애정이 희박하고 동아리를 공동의 구성체라고 생각하기 보단 자신이 지도하는 어떤 몽매한 집단이라고 착각하는 동아리장이 있다면 한번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잡힌 사람에게 섬세한 되돌이킴의 사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동아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될때 그런 식의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