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3년 7월 26일 토요일 오후 08시 01분 50초 제 목(Title): [펌] 벅스는 네티즌의 편인가? (좀 깁니다. 이 글은 kangfull.com에서 벅스뮤직의 행보가 네티즌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글입니다.) 저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와 관련하여 몇년간 일을 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실제로 음악 서비스를 하는 업체와는 무관합니다만 인터넷 음악 서비스와 관련이 깊은 업무라 아마 여러분들 보다는 실상을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하여 글을 올립니다. 제 글은 딴지나 다른 사이트에 퍼가셔도 무방합니다. 1. 벅스가 주장하는 저작권료는 합리적인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저작인접권 외의 저작권료를 벅스는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 수준인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현재 벅스와 저작권 협상을 끝내고 저작권료를 받는 단체는 음반사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지는 가수들과 연주자들의 단체입니다. 이에 반해 벅스는 천5백만 사용자를 가지고 국내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는 사이트이죠.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거대 권력을 가진 단체도 있고, Scieng처럼 힘도 못쓰는 엔지니어 단체도 있고 그런 차이입니다. 벅스는 힘없는 단체와의 협상에서 거대한 지위를 이용하여 편의에 맞게 합의를 이끌어냈을 뿐입니다. (요새 소문에 의하면 벅스가 현재 입주해있는 그 비싼 스타타워에도 공짜로 입주해 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인데 저작권 협회는 스타타워보다도 못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지요.) 이건 정황일 뿐이므로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1%의 저작권료가 과연 벅스가 주장하듯 모든 불법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 남습니다. 만일 님들이 노래를 만들거나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에서 공연하거나 상영을 했다 칩시다. 하루만에 1억의 수입이 들어오면 극장 역할인 벅스는 99%인 9천9백만원을 가져가고 정작 컨텐츠의 소유자인 님들은 백만원을 가져갑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대권력을 이용하여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인지는 판단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2. 벅스가 배신을 한 것인가, 다른 음악 사이트들이 배신을 한 것인가? 현재의 사태를 보시다시피 벅스는 각종 고소, 고발을 감내하면서 힘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사실 유료화 이후에 다른 사이트들은 회원의 수가 90%가 줄은 반면 벅스는 나날이 회원이 늘어나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벅스는 싸울 수 있는 힘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만일 벅스가 다른 음악사이트들과 같이 유료화에 동참하고 음반사들과 함께 싸웠다면 음악 사이트들은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벅스는 철저한 사업적인 계산 하에 유료화에 동참을 하지 않지요. 사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유료화이지만 속내는 유료화 자체가 아닙니다. 음반사에 지불할 저작권료가 문제가 되는 것이었지요. 대부분의 음악 사이트들의 실상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영세합니다. 직원들 급료조차 제때 주지 못하는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상위 5개업체 중 하나, 둘 정도는 급료도 힘겨울 정도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위해서는 유료화가 불가피한 상태였고, 자금 여유가 있는 한둘의 업체가 유료화에 반대하게 된다면 150개 음악 사이트 중 저작권료를 내기 위해 유료화를 해야하는 148개는 없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당연하겠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굳이 유료 사이트로 갈 필요가 없으니 말입니다.) 벅스는 다른 148개의 사이트들이 없어지건 말건 자기네가 유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고집하고 음악 사이트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에서 빠진 것입니다. 3. 벅스는 과연 네티즌을 위하고 있는 것일까? 음악인들을 위하고 있는 것일까? 앞서서 1%의 수익배분이 과연 음악인들을 위한 정당한 댓가일까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과연 벅스는 광고수입만을 보고 네티즌을 위해 유료화에 반대를 하는 것일까요? (벅스의 주장대로라면 벅스의 매출은 100억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500억까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벅스의 임원진 아니면 모를 일이지요.) 모르긴 몰라도 유료화가 시작된 7월 1일 이후로 벅스는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을 겁니다. 유료화된 사이트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벅스로 속속 들어오고 있거든요. 벅스가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단지 얼마 동안이라도 유료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회원의 수를 늘이는 것. 첫째, 요새 떠도는 얘기에 의하면 벅스는 자체 주식을 1천배 이상의 가격으로 매도를 하려고 하고 있답니다. 이때 주식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은 음악의 품질도 지급하는 저작권료도 아닌 회원의 수입니다. 회원이 많아지만 많아질수록 주식의 가격은 더욱 더 뛰게 됩니다. 얼추 계산만 하더라도 1000억에서 1500억 정도의 규모가 된다고 하더군요. 자.. 이게 네티즌을 위하는 일인지 아니면 몇몇 개인을 위한 일인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둘째, 벅스가 이도 저도 안되는 상황이라서 유료화를 한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때 꾸역꾸역 벅스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다시 처음에 사용하던 사이트로 들어갈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어디에 있으나 동일한 가격으로 음악을 들을 것이고, 원래 있던 사이트에서는 탈퇴를 했기 때문에 아이디마저 없어졌을 텐데요. 아마 대부분은 그대로 벅스에 눌러 앉을 것입니다. 이제 좀 전략과 전술이란게 보이십니까? 4. 기업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반드시 도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의 목적상 도덕이나 도의 보다는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걸 비난해야 할 당위성도 없습니다. 그러나 돈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마음껏 벅스를 지지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이익보다도 도덕이나 도의, 신의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거나, 적어도 도덕/도의/신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이익을 위하는 기업은 아닌게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주위에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땅은 의외로 좁기 때문에 한두다리만 건너면 벅스에 장비를 납품했거나, 솔루션을 납품했거나, 서비스를 납품하는데 관련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벅스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들으신 다음에 벅스와 음악산업에 대해 판단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