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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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10시 00분 53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6)


(( 스티커 사진 6 )) 

그 소리는 점점 다가와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뭔가가 나를 덮칠 것만 같았아요. 

그때는 눈을 뜨기가 두려웠어요. 온 몸에 식은 땀이 났어요. 

그 순간 눈이 딱 떠졌어요. 

바로 내 눈앞에는 아까 사진에 나왔던 그 애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였어요. 

누워있는 내 바로 위에 둥둥떠서 나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것 

이였어요. 입으로는 계속 죽어봐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어요... 

휴... 지금 생각해도... 

다음날 엄마가 학교가라며 깨어났지만, 밤에 있었던 일이 꿈인지 정말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너무 생생해서 나는 진짜 같았어요. 

학교에 가자마자, 정미와 미경이를 찾았아요. 

미경이는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고, 정미는 얼굴이 새파라져 있었어요. 

정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정미 역시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정미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예요. 사진 속의 그 애가 천장에서 떠다니며 정미를 

괴롭혔다는 것이예요. 정미는 애써 그것을 악몽이라고 생각하려 했어요. 

너무 그 애에 대한 무서운 상상을 많이 해서 그런 악몽을 꿨다는 것으로... 

이번에는 정미의 말이 정말 믿기지 않았지만, 나 역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할 말이 없었어요. 

우리는 학교에 안 나온 미경이가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받은 미경이 엄마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미경이가 좀 아프다고 했어요. 

그런데 몸살이 심한지 헛소리도 해서 병원에 갔다는 것이였어요.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애 얼굴이 나온 사진을 보기도 무서워, 다른 애들에게 자랑은 커녕 

그 사진이 붙어있는 필통이나 앨범은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어요. 

나는 그날 저녁 그 사진들을 없애버린다고 결심했어요. 

학원에서 정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미는 아직 제대로 

자랑도 못했는데 없애버리기 아쉬워하는 것 같았아요. 없애버리라고 다시 

한 번 말하고 각자 집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그 애 얼굴이 나온 사진이 붙어있는 필통과 

공책을 꺼내 사진들을 떼어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상한 것은 아무리 긁어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였어요. 

엄마가 메니큐어 지울 때 쓰는 아세톤까지 이용했지만, 

스티커가 어떻게 된 것인지 떨어질 생각을 안했어요. 

나는 겁이 나서 아예 칼로 긁어댔어요. 

자기 얼굴이 나온 사진을 칼로 긁어대는 것은 끔찍하고 꺼림직했어요. 

필통에 있는 것은 다 긁어 버리고, 공책에 붙어있는 것은 찢어버렸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스티커 사진 모아둔 이 앨범이 없는 것이예요.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없는 것이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학교 교실에 놓고 온 것이예요. 

그래서 두 장의 사진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죠.... 

여하튼 집에 있는 사진을 다 없애니까 좀 마음이 놓였어요 

그래도 좀 무서워서 불을 켜놓고 잠을 청했어요. 

머리 속에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전날 처럼 악몽을 꾸울까봐 무서웠어요. 

창문 밖에서 그 애 얼굴이 보일 것만 같았어요.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침대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하다가 깜박 졸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이 깼어요. 

방안은 아직 불이 켜져 있었어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 내 책상 쪽을 보았어요. 

세상에... 내 책상에 어떤 여자애가 앉아 뭔가를 쓰고 있는 것이예요. 

나는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어요. 

뒷모습만 보였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어떻해서 움직여 

그 방을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어요. 

그 여자애는 쓰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렸어요. 

바로 사진 속의 그 애였어요. 

얼굴은 칼로 긁힌듯한 것 처럼 끔찍한 상처가 나 있었어요. 

그 쾡한 눈으로 빤히 나를 보고 있었어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아요. 

눈을 감고 차라리 안 보고 싶었지만, 눈도 내 맘대로 감을 수 없었어요. 

그 애는 내게 다가와 자기가 쓰던 것을 내밀며, 그 기분나쁜 목소리로 또 

중얼거렸어요. 

'자... 이게 너 유서야... 이제 죽어야지.... 

살아서 뭐하니... 네 인생 얘기 해 줄까.... 

너희 아빠는 곧 회사에서 해고되고, 퇴직금은 사기당하게 되고, 

술주정뱅이가 되고... 너희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파출부로 다니다가 

교통사고 당하고... 너는 성적도 떨어지고, 가난하다고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고... 

아마 밤마다 술에 취한 아빠에게 몽둥이로 얻아 맞을껄.... 

그런 삶을 살아 뭐하니... 

죽어... 나를 따라와....' 

너무 겁났어요.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애의 말이 전부 사실처럼 들려온 

것이예요. 모두 그 애 말처럼 될 것 같고, 그런 삶이라면 차라리 죽는 것이 

좋을 것 같았아요. 거기다 그 애는 소름끼치는 한마디 덧붙였어요. 

'지금 안 죽는다고 끝날 것 같니? 

나는 네가 죽을때까지 계속 따라다닐텐데.... 

죽는 것이 좋아... 

자 가자.... 친구들도 기다리고 있어...' 

밤마다 그 애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때는 정말 귀신에 홀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무런 저항감없이 그 애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아파트 옥상이었어요. 

정미와 미경이도 와 있었어요.다들 손에 무슨 종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종이들은 유서였어요. 

그 애는 우리를 난간으로 데리고 갔어요.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난간에 섰어요. 

그때 나는 딴 사람의 일을 보는 것 같았아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죽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만 들었죠. 

먼저 미경이가 뛰어 내렸어요. 

흐흑... 

미경이가 점점 작아지더니 퍽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전까지 아무런 소리도 안 내던 미경이었는데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른 것이 기억나요. 정미도 마찬가지였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혼이 뺏겨 있던 그 애들도 떨어질 때 제정신이 든 것 같아요. 

그래서 비명을 지른 것이죠.. 얼마나 무서웠을까.. 

정미까지 뛰어내리고, 이제 내 차례가 되었어요. 

그 애는 옆에서 자꾸 속삭였어요. 이제 뛰어내리라고.. 

나도 아무런 생각없이 뛰려고 했어요.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나를 나꿔챘어요. 

그러곤 기억이 없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마침 옥상을 순찰 중이던 경비아저씨가 

나를 구한 것이예요. 옥상에 올라와보니, 여학생 3명이서 나란히 난간에 

서서 한명씩 뛰어내렸다는 것이예요.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저만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예요. 

경비아저씨 말로는 나를 붙잡았는데 내가 엄청나게 반항하며 죽어야 

한다고 소리질렀다는 거예요. 나는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선생님 믿을 수 있으세요... 

그것이 일주일 전의 일이예요. 

저는 그때 이후로 밤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어요. 

이 사진의 애가 눈만 감으면 나타나 옆에서 중얼거리는 것이예요. 

'아직도 네 차례야... 빨리 죽어야지...' 

미칠 것 같아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제가 정신병자 같죠? 하지만 아니예요! 

정미와 미경이가 남긴 유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개네들은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던 애들이예요. 

그런데 개네들이 쓴 유서에는 자살하는 이유가 가정불화와 

가 난해서 그렇다고 나와있어요. 남자 친구라고는 한명도 없는 정미가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괴롭다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도 말도 안돼요! 

내가 썼다는 유서는 어떻고요.. 성적이 떨어지고 밤마다 나를 때리는 

아빠가 밉다고 썼대요.. 선생님 저 지난번 시험에서 일등했어요. 

그리고 우리 아빠는 제 털끝하나 안 건드리는 분이고요.. 

선생님 제발 저 좀 믿어주세요... 

아무도 저를 안 믿어요! 

이러다간 언제 그 애에게 이끌려 죽게 될지 몰라요.. 

선생님.... 제발!!!!.... "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은미의 말이 절규로 끝났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얘기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잡하지 않았다. 

은미는 얘기를 끝마치고 흐느끼고 있었다. 

사실이던 아니던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은미가 친구들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것이 확실하지만, 

은미의 얘기는 한낱 미친 소리로 치부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두 장의 스티커 사진에 찍힌 그 애의 얼굴이 있었다. 

이 세상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진 속의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 애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 같아 소름이 쫙 끼쳤다. 

'죽는 것이 좋다니까..... 

이제는 네 차례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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