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09시 59분 38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5)


(( 스티커 사진 5 )) 

"..저는 그 사진기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어요. 

아무리 뭐라고 해도 미경이와 정미는 괜찮으니까 한 번만 찍어보자며 나를 

끌고 갔어요. 

주위의 어둠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덜덜 떨렸어요. 

하지만 미경이와 정미가 나를 막무가내로 끌고 갔어요. 내가 너무 무서워 

하니까 장난치는 줄 알고, 더욱 심하게 나를 데리고 간 것이예요. 

우리는 스티커 사진기 앞에 늘어뜨려놓은 비닐 커텐을 헤치고 사진기 앞에 

섰어요. 화면에는 낯익은 시작화면이 돈을 넣고 배경을 골라보라는 설명이 

나와있었어요. 그런데 소름끼치는 것은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른 기계들과는 

틀리게 너무 음산하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런 이상함도 못 느꼈던지, 정미가 얼른 돈을 집어넣었어요. 

그리곤 배경을 고르게 되었어요. 

정미와 미경이나 신이 나서 배경을 골랐어요. 

하지만 20여개의 사진기에 나오는 모든 배경을 봤지만, 성주가 찍었던 

그 배경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미는 실망했다는 듯이 계속해서 본 배경들을 바꿔봤어요. 

나는 애들보고 그만하고 가자고 했지만, 정미는 들은채도 않고 그 배경에서 

눈을 때지 않았어요. 정미 옆에서 한참을 보고 있던 미경이도 질렸는지 

이제 그만 가자며 정미를 재촉했어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정미도 포기하며, 요금 반환 버튼을 누르려고 했어요. 

그때였어요. 

미경이가 '나왔다! 나왔어!'라며 소리쳤어요. 

그 얘기를 듣고 우리모두는 화면을 보았어요. 

바로 그 배경이 보였어요. 

주위에 붉고 시든 장미들이 있는 배경이 보인 것이예요. 

분명히 모든 배경을 두 번이상 찾아봤는데, 안 보이던 것이 가려니까 

갑자기 나타난 것이예요. 

나는 좀 섬뜩한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애들은 오히려 신나했어요. 

그리고 사진기에 대고 포즈를 취했어요. 

웃지 않고 있는 나를 보고, 애들은 빨리 웃어보라고 보챘어요. 

화면에 반사된 우리 셋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언뜻 어깨 너머로 다른 

얼굴이 보인 것 같았아요.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정미의 짜증섞인 목소리만 

들려왔어요. 제대로 빨리 사진 찍자는 것이었어요. 

하도 애들이 난리니, 차라리 빨리 찍고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억지로 웃음을 지었죠.. 

정미가 촬영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화면에 비친 제 어깨 너머로 어떤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 얼굴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었어요. 

다음순간 촬영은 끝났고, 나는 정신 없이 뒤를 돌아보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사람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정미와 미경이는 내가 오늘 너무 이상하다고 핀잔을 주었어요. 

자꾸 무서운 생각하니까 괜히 헛것이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죠... 

하지만.... 

우리는 사진이 현상되기를 기다렸어요. 

저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 무서웠고, 길었어요. 

현상된 스티커 사진에 뭔가 이상한 것이 찍혔을까 두려웠어요. 

드르륵 소리가 나며 스티커 사진이 현상되 나왔어요. 

성미급한 정미가 그 사진이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집어서 보았어요. 

그 순간, 정미가 '꺄악!'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그리고는 덜덜 떨면서 사진을 놓치는 것이었어요. 

나는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너무 놀라 움직일 수 없었어요. 

미경이는 정미가 떨어뜨린 사진을 줏어 들었어요. 

미경이 역시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며 사진을 내게 내밀었어요. 

미경이의 얼굴에는 공포로 가득했어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사진을 받아봤어요. 

바로 이 사진이 그 사진이예요. 

우리 셋말고 또 한사람이 찍힌 사진이요. 

바로 자살한 성주네들의 사진에도 찍혀 있던 그 애의 얼굴이 우리들 사진 

에도 찍혔던 것이예요. 

나는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하자 숨도 쉴 수 없었어요. 

그래도 우리 중에 가장 대담한 정미는 금방 냉정을 되찾고, 

덜덜 떨고 있는 내게서 사진을 가져가더니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말했어요 



'야, 이 사진 자세히 봐봐.. 이 얼굴이 희미하게 나온 것으로 봐 

아마 배경에 포함되어 있는 얼굴일 거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그 배경을 화면에서 찾았어요. 하지만 그 배경에는 

얼굴은 보이지 않고, 기분나쁠 정도로 빨간 장미넝쿨만 보였어요. 

그 애 얼굴은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쳤어요. 

선생님도 보시면 알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같지 않았어요. 

비웃는 듯한 미소와 기괴하게 빛나는 눈빛...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우리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배경에 그 애 얼굴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마자 거기서 나왔어요. 옆에 짓다만 빌딩 안에서 그 애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막 뛰었어요. 

한참을 뛰자 좀 밝은 길거리로 나왔어요. 

지나가는 사람이 몇몇 보이자, 좀 마음이 놓였어요. 

나는 숨이 찬 채로 정미와 미경이를 나무랬어요. 괜히 사진 찍자고 해서 

무서운 일 당했다고... 

하지만, 정미는 나름대로 그 애의 얼굴을 합리화시키는 것이였어요. 

혼자 스티커 사진 찍는 사람을 위해서, 배경에 다른 사람 얼굴 하나 

삽입시켜 놓은 것일거라고.. 화면에는 기계 이상으로 안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경이도 정미에 말에 맞장구 쳤어요.. 

저는 처음에는 귀신의 얼굴일거라고 했지만, 

애들얘기가 일리있는 것 같기도하고 자꾸 그런 식으로 우기면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더 이상 우기지 않았어요.. 

선생님, 그땐 우리가 좀 웃긴 것 같았어요... 

자기들이 원치하지 않는 사실은 외면하고, 자기들 편한대로 생각하고 

그것을 믿어버리는 것이.... 사람은 다 그런 것 같아요... 

우린 속 편하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나니, 오히려 그 사진을 가지고 애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졌어요. 애들에게 보여주며 귀신이 찍힌 사진이라며 

자랑할 수도 있고, 희귀한 배경이라고 자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아요. 

어리석긴.... 

그래서, 그 사진을 버리지 않고 세명이서 나누어 가졌어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스티커 사진을 우선 앨범에 꼈어요. 

그리고는 좀 꺼림직했지만, 필통이나 공책같은데 붙였어요. 

다음날 학교가서 애들에게 자랑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죠...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그날 너무 긴장했는지, 침대에 눕자 마자 잠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디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에는 꿈속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되는 그 소리에 잠을 깼어요. 

분명히 잠이 깼는데도 귀에서 그 소리는 그치치 않았어요.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누군가 나지막한 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점점 귀에 거슬렸어요. 도저히 그냥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죠. 

혹시 라디오라도 켜 놓고 잠이 들었는지도 몰라, 일어나 불을 키고 

라디오를 살펴보니 분명히 꺼져 있는 것이였어요. 

그런데 불을 켜고 일어나 보니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였어요. 

피곤해서 착각이었는가 생각하고, 불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죠. 

얼마쯤 지났을까... 

다시 잠이 들려 하는데, 그 소리가 또 다시 들려 오는 것이였어요. 

소리를 무시하고 잠을 청하려는데, 그 중얼거리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이였어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자애 목소리였어요. 

갑자기 왈칵 겁이 났어요. 

그래서 다시 일어나 방 불을 켜려고 했지만, 

갑자기 움직일 수 없는 거예요. 눈도 뜰 수 없고... 

정말 글자 그대로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커졌어요. 

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어떤 여자 애가 누워있는 내게 천장으로 부터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느꼈어요. 

무서워 미칠 것만 같았아요. 

필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온 몸이 무슨 쇠사슬에 묶여진 것 같이 

꼼작도 할 수 없었어요. 중얼거리는 소리는 점점 다가오고... 

그 여자애의 중얼거림을 알아 들었을 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죽는 것이 제일 나.. 세상이 얼마나 힘든데.... 

이렇게 살기보단 죽는 것이 좋을 걸.... 

죽는 것이 나... 죽는 것이 낳다니까....' 

계속해서 이런 중얼거림이 들려 오는 것이였어요. 



계속...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