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09시 58분 16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4) (( 스티커 사진 4 )) '그건 아냐! 거짓말이야! 그건 아니란 말야!!!' 나는 깜짝 놀라 그 소리친 애를 자세히 바라보니, 성주였어요. 별로 친하지 않던 애였지만, 같은 반애가 한밤에 놀이터에서 그러고 있는 것을 보니 다가가 말을 건넸죠.. 무슨 일이냐고 묻는 말에, 성주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며 아무일도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멍하고 있더니, 갑자기 내게 낮에 보여주었던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서 그 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주었어요.. '은미야, 너도 이 배경으로 찍고 싶었지? 내가 가르쳐 줄게.. 어디서 찍었는지... 저 성미 분식 옆에 짓다만 건물 있잖아.. 거기 골목에 들어가면 한구석에 있어.. 아마 그 사진기에만 이 배경이 있을거야.. 그런데, 왠만하면 찍지마.. 왠지 알아? 이 사진 찍을 때 나, 진경이, 경희 이렇게 세명이서 찍었거든... 그런데 한 옆에 난생처음 보는 이 아이의 얼굴까지 찍혀있더라고... 섬뜩하지? 그래도 찍고 싶으면, 한 번 찍어봐.. 네 옆에도 이 애 얼굴이 나오는지... 어쩌면 이 애 목소리도 들릴거야....' 소름이 쫙 끼쳤어요.. 성주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저는 성주의 괴기한 얘기를 그때는 믿지 않았어요.... 그때는... 어서 집으로 가자며 성주를 보챘어요. 성주는 힘 없이 일어나며, 예쁜 메모지에 붙어있는 그 희귀한 배경의 사진을 주면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은미야... 그 사진 찍으러 가지 말고, 이 사진으로 네 앨범에 껴놔.. 그러면 그럴 필요 없잖아.. 너 가져.. 나는 더 이상 그 사진을 무서워서 볼 수가 없으니까....' 자꾸 이상한 얘기하는 성주가 좀 불안해 보였지만, 안 받을 수도 없어 그 사진을 받았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그때 받은 사진이예요.. 아마 세상에서 하나 뿐이겠지요... 사실 내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이어서 수집에는 필요없는 것이지만, 그 때 분위기 상 그냥 받았어요. 집앞까지 걸어올 때까지 나는 이것 저것 얘기를 꺼냈지만, 성주는 한마디 말도 제대로 대꾸하지 않고 대충 건성으로 대답했어요. 집에 들어갈 때도 잘가라는 인사말도 건성으로 받는 듯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걸어왔던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것이 성주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다음날 학교 가보니 성주가 결석했어요. 오후 쯤 되니 담임 선생님이 상기된 얼굴로 갑자기 교실로 들어와, 성주가가 죽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어요. 자세한 얘기는 안 해 주셨지만, 결국에 나중에는 다 알게 되었어요.. 두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리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렸다는 걸... 그것도 확실하게 죽기위해 서로를 꽁꽁 동여맨 채로... 그 얘기를 듣고 슬프기보다는 무서웠어요.. 우리 반에서 성주를 마지막 본 사람이 나였거든요... 집앞에서 건성으로 대답하고 돌아서는 모습만 생각나도 소름이 끼쳤어요.. 그리고 무서웠던 것은 성주가 건네준 사진에 있던 애들 중에, 그냥 찍혔다는 그 애만 빼놓고 함께 자살한 것이었어요.. 그 생각만해도 너무 무서웠어요.. 집에와서 그 사진을 없애려고 했지만, 그 때는 어디갔는지 찾을 수 없었어요.. 그 자살 사건이후로 무시무시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어요. 걔네들 자살할 때 유서를 남겼는데, 귀신이 그 애들을 쫓아다녀 죽게되었다는 둥, 걔네 부모님들이 잔혹해서 매일밤 걔네들을 학대해서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는 둥, 밤 12시에 자살한 그 다리를 지나던 택시 운전사가 그 세명의 귀신을 태웠다가 한강으로 추락사했다는 둥, 매일 밤 3층 여자 화장실 3번째 칸에서 그 세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둥.. 왜 있잖아요? 여자 애들이 좋아하는 무섭고 유치한 소문들이 퍼졌어요.. 그때는 그냥 모두다 헛소리인 줄만 알아죠... 휴... 그 소문도 며칠 안가 가라앉았어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고등학교 생활이라는 것이 수업이다, 보충수업이다, 학원이다 하는 것들의 연속이니, 딴 일들은 금방 잊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지금부터 한 열흘전이었을 거예요.. 학원에서 교재를 꺼내는데, 그 때 없어졌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던 메모지가 툭 떨어져 나오는 것이예요. 분명히 거기다 둔 적이 없었는데.. 여하튼 나랑 제일 친한 미경이가 그것을 보더니 그 사진의 배경이 너무 예쁘다며 우리도 같이 찍으러 가자고 하는 것이예요.... 나는 화들짝 놀라며 성주가 죽기전에 한 얘기며, 그 사진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죠.. 평소에도 호기심많은 정미가 그 얘기를 듣고 사진을 보더니, 그럼 더욱더 가서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진짜로 그 애 얼굴이 사진에 나오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또한 그런 희귀한 배경이면 딴 애들은 절대로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서워서 꺼리고 있는 나를 설득했어요.. 미경이하고 정미가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저도 가서 같이 찍기로 했어요. 그날 밤 학원 끝나고.... 가기 전부터 괜히 꺼림직했어요.. 그 성주가 준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더 무서웠어요. 다들 죽은 사람의 얼굴 이라니... 더구나 한 명은 있지도 않은데 사진에 찍혀 나온 얼굴이고... 그 애 얼굴은 가만 보면 평범한 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무표정한 눈과 비웃듯이 얇게 일그러진 입술하며 점점 무섭게 보였어요.. 하지만 애들이 너무 성화고 난리라 학원 끝나고 그 사진기를 찾아갔죠... 성주가 말한 곳은 학원에서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길거리에 인적이 드믈었어요. 더구나 왠만한 가게들은 모두 문닫고, 거리는 흐린 가로등 불이 밝기의 전부였어요. 성주가 말해주었던 성미 분식옆에는 무슨 이윤가로 2달전인가부터 짓다만 건물이 덩그러니 있었어요.. 밤에 짓다만 건물 곁으로 가니 너무 무서웠어요. 저 어두운 건물 그늘 속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기분까지 들고... 나는 무서워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미경이와 정미도 무서워하는 것 같아지만, 그 애들은 오히려 그 감정을 즐기는 듯 했어요.. 내가 무섭다고 그렇게 가지 말자는데, 기여이 그 사진기를 찾아냈어요.. 그 사진기는 첫 인상부터 기괴했어요.. 짓다만 건물의 어두운 회색벽에 등을대고, 어둠 속에서 불빛을 자아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둠속에서 새어나오는 그 불빛의 느낌은 좋지 않았어요.. 마치 날벌레를 유혹해서 태워죽이는 불빛처럼 느껴졌어요. 악마의 검은 얼굴에서 사악한 빛을 내는 그 소름끼치는 눈처럼 느껴졌어요...." 계속.. |